[뉴스레터6호][연구자료]사회적자본시장과성장자본(한국협동조합연구 라준영)

사회적자본시장과성장자본

 

한국협동조합연구 라준영

 

Download (PDF, 2.47MB)

 

 

최근에 사회영향투자가 각광 받는 이유는 현대 복지국가의 만성적인 재정부족 상황과 관련 있다. 금융자본주의 시대 이후 사회적 문제가 더욱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정부의 재정수요는 급격하게 늘어난 반면 강한 조세저항으로 증세는 어려운 형편이다. 사회영향투자는 민간자본을 유입하여 사회문제를 해결함으로써 현대국가가 공통적으로 직면한 재정부족 문제를 극복해 준다. 시장원리를 활용하여 사회적 기업의 생산적 자산에 투자함으로써 투자의 수효과(multiplier effect)를 가져와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애초의 기대와 달리 최근 들어 사회영향투자의 전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높아지고 있다. 기대만큼 성장세가 가파르지 못하다는 것이다(e.g., Bouri et al., 2014). 다양한 투자재원의 부족, 혁신적인 투자수단(vehicle)의 부족, 투자실적(track record)의 부족과 투자위험 과다, 규모 확대가 가능한 사회적 기업의 부족, 사회적 가치 측정의 어려움, 전문금융조직의 부족 등의 이유가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다(Drexeler et al., 2013).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사회영향투자의 투자대상인 사회적 기업의 특수성과 관련 있다. 사회적 기업은 시장원리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조직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회문제가 시장실패 요인을 안고 있다(라준영, 2013). 그래서 일반 영리기업에 비해 수익성이 높은 기업이 제한적이며, 투자자가 기대하는 재무적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기업이 많다(Bug-Levine et al., 2012). 우리나라 사회투자자들이 ‘투자할 데가 너무 없다’고 솔직하게 토로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카테고리: 알림 | Comments Off

[뉴스레터6호][연구자료]사회적기업생태계와 정책혁신(한국협동조합연구 라준영)

사회적기업생태계와 정책혁신

 

한국협동조합연구 라준영

 

Download (PDF, 2.39MB)

 

사회적 기업은 기본적으로 시장원리를 활용한 새로운 사회문제사회적 기업 생태계와 정책 혁신 : 진화론적 관점 292..4). 우리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시장원리를 적용하는 것은 시장이 인류가 만들어낸 자원배분 방식 중 가장 효율적이며 혁신적인 메커니즘이기 때문이다먼 시계공(blind .atchmaker)’ 과 같은 진화 기계로서(Da.kins, 1996), 자연세계처럼 변이, 선택, 복제, 공진화의 진화원리가 그대로 작동한다(Peltoniemi, 2..5). 시장은 새로운 기술, 제품, 서비스가 끊임없이 출현했다가 사라지는 혁신의 전시장이다 (Beinhocker, 2..6). 이러한 시장의 혁신성은 기업가정신과 함께 사회적 기업의 가장 핵심적인 가치이다. 따라서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다양한 조직의 사회적 기업 정책도 시장의 진화원리가 작동하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새롭게 변화할 필요가 있다사회적 기업의 핵심원리인 기업가정신, 사회혁신, 승수효과, 복제와 확산 등이 작동하여 혁신적인 사회적 기업이 대거 출현할 수 있다 .

결국 사회적 기업 정책에 관한 연구가 사회적 기업 생태계 조성에 이론적으로 기여하기 위해서는, 생태계의 핵심원리인 진화론의 관점에서 사회적 기업 생태계를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사회적 기업 지원 정책에 관한 기존 연구는 시장원리가 작동하는 사회적 기업 생태계의 동태적 발전 과정을 진화론적 기반 없이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국내 연구의 경우 대부분 영국 , 미국 등의 국가의 제도적 환경과 정책을 비교하여 사회적 기업을 둘러싼 제도, 환경적 조건들의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 해외 연구의 경우에도 사회적 기업의 정의 , 배경, 역사, 유형, 제도, 환경의 국가 간 차이 등에 관한 연구가 대부분이다(N.ssens, 2..6; Kerlin, 2..9).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사회적 기업 생태계의 발전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 진화론적 관점의 개념모형 (concep-tual frame.ork) 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 모형은 사회적 기업의 생태계를 분석하고 정책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개념적 준거모형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서론 중에서

카테고리: 알림 | Comments Off

계간 『문화/과학』 뉴스레터 5호

Download (PDF, 1.59MB)

 






















카테고리: 알림 | Comments Off

[뉴스레터5호][칼럼][유럽 배낭 여행기_2] 넌 놀러가서 좋겠다!(김성일)

넌 놀러가서 좋겠다!

김성일(문화/과학 편집위원)

“넌 놀러가서 좋겠다!” 이번 여름에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가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부러움과 무사안전을 기원하는 애정 어린 관심의 표현이라 미소로 응답했지만, 마냥 고마운 말로 들리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이렇게 얘기한 모든 사람들은 여행을 ‘놀러가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나는 여행만큼 최고의 공부는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배낭여행을 하는 사람들에게 “넌 여행으로 공부해서 좋겠다”는 말로 그에 대한 관심을 보인다. 그동안 떠났던 배낭여행 경험으로 판단하건데, 새로운 문화와 자연을 체험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배낭여행은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자신을 완성시키는 공부의 본질과 가장 부합된다고 생각한다. 고로 여행은 공부 중의 으뜸이며, 그 성취감을 가장 강렬하고도 극적으로 느끼게 한 최고의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은 왜 공부를 ‘노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자본주의의 핵심 가치이자 원리인 노동 패러다임으로 여행을 보려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에서 가치의 생산은 노동으로 가능하며, 그 측정은 노동시간을 통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가치 증식에 사활을 건 자본의 입장에서 노동을 장려ㆍ강제하고 노동시간을 관리ㆍ통제하는 문제는 체제 유지에 근본적 사안이 된다. 우화 ‘개미와 베짱이’로 대표되는 노동에 대한 칭송과 게으름에 대한 낙인이 국가 통치와 경제 운용, 교육과 주류 매체의 대표적 테마이자 규율의 준거가 된 것은 이 같은 정황을 반영한다.
방탕하거나 낭비가 심한 사람, 일하지 않는 사람을 광인으로 규정하고 감금해 강제 노역을 시켰다는 푸코의 논의는 자본주의의 노동 중심적 강박증을 극명하게 드러내준다. 이로부터 노동은 자기관리, 성공 같은 목록들로 그 의미가 강화되면서 긍정적 이미지로 그려지고 권장된다. 그에 반해 놀이는 노동에 대한 사후 보상 혹은 정상적 노동 복귀를 위한 재충전 같은 잔여적 범주로 설정되거나 게으름과 실패의 부정적 이미지로 제시된다. “숙제 다 하고 놀아라”, “열심히 일한 당신, 이제 떠나라”는 각종 언설들은 노동과 놀이의 차별적 위계를 대변하는 대표적 사례인 것이다. 따라서 놀이의 범주에 속하는 여행은 많은 사람들에게 그 자체로 가치 있는 일이거나 공부로 인식될 수 없게 만든다. 배낭여행을 떠나기 직전 내게 해주던 “넌 놀러가서 좋겠다!”는 말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단언컨대, 배낭여행은 놀러가는 것으로 그 의미가 한정될 수 없다. 출국하기 6개월 전부터 가이드북과 인터넷을 통해 나만의 여행 루트를 짜는 일, 심사숙고하여 내게 최적인 항공권과 숙소를 선택ㆍ예약하는 일, 비행기와 기차 등을 이용해 현지에서 착오 없이 다음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일, 용기 내어 현지인에게 길을 물어보거나 식당에 들어가 주문하는 일, 소매치기 당하지 않기 위해 늘 긴장하며 소지품 챙기는 일, 심신이 지치지 않도록 스스로를 계속 체크하는 일 등은 ‘노는 일’이 아니다. 공부와 일을 할 때 같은 상당한 집중력과 판단력, 긴장감과 체력이 요구된다. 그런 의미에서 배낭여행은 또 다른 삶의 열정이요 도전이며 선택과 용기가 필요한 일대사인 것이다.
이 모든 고생과 비용을 감내하면서까지 배낭여행을 가는 이유는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즉, 무탈하게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오감의 민감성을 최대로 극대화시키는 기분 좋은 긴장은 치열하게 보냈던 20대의 신체적 경험을 되살리게 하고 여전히 내가 죽지 않았음을 자각하게 만든다. 지금도 하고 싶은 일을 더 찾을 수 있고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있음을 깨닫게 한다. 또한 작은 캐리어 하나로 70일을 버틴 경험은 오만에 찬 욕심을 버리게 하며, 여행 중 만난 현지인과 여행객의 친절과 관심은 작은 일에도 감사할 수 있도록 나를 더없이 겸허하게 만든다. 이보다 더 좋은 공부가 어디 있으랴! 이보다 더 내 자신을 성숙시키는 일이 또 있을까?
“여행의 목적은 도착하는 데 있지 않고 떠나는 데 있다”고 괴테는 말한 바 있다. 도착이 종결과 완성을 의미한다면, 떠남은 시작과 새로움을 뜻할 것이다. 800km에 걸친 기나긴 여정을 이제 막 끝내고 오브라도이로 광장(카미노 순례길의 마지막 종착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위치한 중앙광장)에 누워 대성당을 회한에 찬 눈으로 바라보는 카미노 순례자들의 모습이 인상적인 것은 그 순례가 마지막이 아님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즉, 일상으로 돌아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여정을 더욱 용기를 갖고 활기차게 보낼 것이라는 굳은 의지가 엿보인다. 이번 겨울에는 어디로 떠나서 공부를 해볼까?


(사진 1) 공항은 언제나 여행자를 흥분시키는 기묘한 공간이자, 세계를 이해하는 공부의 첫 관문이다.

(사진 2) 교과서에서 봤던 그림의 원작을 직접 보는 경이로움! 우리가 모나리자를 보는 것인지, 모나리자가 우리는 보는 것인지…

 

(사진 3) 베르사유 궁전에 딸린 정원에 인공으로 조성된 대운하! 그 거대함은 당시 절대군주의 권력을 가늠하게 만든다.

 

(사진 4)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설계도에 나와 있는 것을 직접 재현해 만든 전차. 다빈치의 상상력은 시대를 횡단하며 오늘날까지 그 울림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 5)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인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실제 모델이 되었던 콜마르의 거리.

 

(사진 6) 니스 해변에서 쉬고 있는 이름 모를 배낭여행객. 이들을 볼 때마다 느끼는 동병상련의 감정. 파이팅!

 

(사진 7) 빈센트 반 고호 작품 ‘밤의 카페 테라스’의 실제 모델이었던 아를에 위치한 카페. 원작의 실제 모델을 찾아보는 것은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사진 8) 바르셀로나에 있는 가우디 역작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내부 전경. 가우디의 열정과 건축물의 경이로움을 보며 울컥해서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의 고민을 강렬하게 했다.

 

(사진 9) 알함브라 궁전을 배경으로 그라나다의 산 니콜라스 광장에서 연주하고 있는 거리 악사들. 이들의 실력은 프로를 뺨칠 정도로 수준급이었다.

 

(사진 10) 마드리드 레티로 공원에서 일요일의 휴식을 만끽하고 있는 사람들. 주말에 유명 관광지를 벗어나 인근 공원을 가면 현지인과 같은 기분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사진 11) 대서양과 마주하며 유럽 대륙 서쪽 땅끝 마을로 불리는 포르투갈에 위치한 호카 곶. 결국 나는 파리에서 출발해 70일여 일의 긴 여정을 여기서 마무리했다.

카테고리: 알림 | Comments Off

[뉴스레터5호][알림]『문화/과학』과 자유인문캠프 공동기획 문화연구 연속특강

『문화/과학』과 자유인문캠프가 공동으로 기획한 문화연구 연속특강

한국사회를 읽는 문화코드: 재난자본주의, 대안적 상상, 문화적 실천

 

이 강좌는 『문화/과학』이 최근 다루어온 문화연구의 주제들, 다시 말해 한국 사회를 읽는 다양한 문화 코드들을 대중들과 공유하려는 것이다. 4·16을 비롯하여 한국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재난의 특성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부터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대안적 상상과 우리 자신이 주체가 되는 문화적 실천까지, 문화코드들을 통해 한국 사회를 파악하려는 이번 강좌는 문화현실을 둘러싼 이론과 실천을 함께 탐색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강의일정]

일시: 2015년 1월 14일(수)~2월 4일(수), 매주 수요일, 금요일 오후 4시~6시(총7회)

장소: 중앙대학교 파이퍼홀(103동)

수강정원: 60명  수강료: 56,000원

 

  일 시   강 사                 제     목
  1강 1월 14일(수)  강정석 혼돈 속에서 우리가 공부하는 이유
  2강 1월 16일(금)  김성일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사람은 정말 누구인가? :현대 국가의 재난 관리와 통치성
  3강 1월 21일(수)  이윤종 동물과 문화: 한국영화 속 인간과 동물의 관계
  4강 1월 23일(금)  이동연 어소시에이션과 문화자립운동의 전망
  5강 1월 28일(수)  김영선 과로사회와 여가풍경
  6강 1월 30일(금) 문강형준 자본주의와 파국
  7강 2월 4일(수)  정정훈 민주주의의 직접성: 사건과 연합

 

 

수강신청은 자유인문캠프 홈페이지에서 하실 수 있습니다.

자유인문캠프 홈페이지 http://freecamp.kr

수강생 커뮤니티 http://cafe.naver.com/univfree

 

카테고리: 알림 | Comments Off

[뉴스레터5호][칼럼]‘이자스민’이라는 이데올로기의 대상(최철웅)

‘이자스민’이라는 이데올로기의 대상

 

최철웅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이자스민의 미친 법 발의를 막자”는 선동이 횡행하고 있다. 새누리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서 다문화가정의 복지 및 아동 보호를 위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자스민은 그 자체 우리사회의 민족주의와 인종주의, 다문화주의 이데올로기가 집중되고 각축을 벌이는 민감한 ‘정치적 장소’가 되었다. 다문화가정의 복지에 관한 법률과 제도를 제정하려 할 때마다 그녀가 ‘원흉’으로 지목되곤 하는 것이다. 이번에 발의된 ‘아동복지법 일부 개정법률안’은 실제로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청래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발의에 동참한 다른 9명의 의원도 모두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다. 그러니 이자스민 의원이 발의했다는 것부터가 그릇된 사실이다.그럼에도 이자스민이 소환된 것은 이 의원이 비슷한 취지에서 이주아동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안의 발의를 꾸준히 준비해왔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지난 4월 ‘이주아동권리보장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미등록 이주아동의 출생등록과 건강 및 교육권 보장을 위한 법률제정의 필요성을 촉구한 바 있다. 당시에도 이미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이자스민을 성토하는 반응이 뜨겁게 분출됐었다.

현재 국내에는 이주노동자와 불법체류자, 난민 등을 포함해 미등록 이주아동이 2만 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여기서 미등록이라 함은 부모가 불법 체류 상태거나 난민으로서 자국 대사관 출입을 꺼려 출생등록을 못한 경우를 의미한다. 출생등록을 하지 못한 이주아동들은 국적도,시민권도 보장받지 못한 채 유령 같은 존재로 살아가야 한다. 출생등록을 하지 못하면 본인임을 증명할 수 없기에 학교 진학은 물론 병원 진료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 교통카드 발급, 인터넷 등록, 휴대폰 개설, 은행 계좌 개설 등의 필수적인 일상 행위마저 본인 명의로는 할 수 없다. 그리하여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불법 체류하는 성인에 대해서는 엄격히 단속하더라도, 아동에게는 다양한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아이들이 부모나 국가를 선택해서 태어나는 것이 아닌 한, 부모의 불법적인 신분으로 인해 기본적인 권리들을 박탈당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서다. 1990년 발효된 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은 출생 후 즉시 해당 국가에 등록되어야 하며, 출생 시부터 성명권과 국적 취득권을 가진다.’(제7조 2항)고 명시하고 있다. 한국은 이주아동의 권리보장에 관한 한 매우 열악한 수준으로,인권단체들의 요구로 초·중·고교 입학과 예방접종만을 허용해주고 있는 형편이다.

 

부르주아적 공포와 인종주의

이주아동 권리보장 법안 발의에 반대하는 이들은 불법체류자들이 납세 및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므로 그들에게 국민의 세금을 들여 복지를 제공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아동들의 권리보장을 이유로 불법체류를 합법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이는 다소 사태를 단순화한 억지 주장에 가깝다. 소득세 등의 직접세는 내지 않더라도 소비행위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간접세는 납부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불법체류자라 해서 무슨 대단한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 대부분 합법적인 체류기간을 지나 저임금 노동에 종사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이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이들이 떠났을 때 당장 대체인력을 구하기 어려워 관계기관의 암묵적인 묵인 하에 서로 눈감아주고 있는 형편이다. 저임금으로 부려먹으면서도 영구적인 시민권은 부여하지 않으려는 이주노동자 정책이 만들어낸 결과가 이들 불법체류자들인 셈이다.

불법체류자들에게 시민으로서의 의무를 강제하려면 그들에게 합법적인 시민권을 부여하면 된다. 아마 그것이 불법체류자들로서도 바라는 바일 터다. 그렇다면 불법체류자와 그 아동들의 권익보장에 비판적인 이들도 이러한 해법에 찬성할까? 단지 의무와 권리의 비대칭성만이 문제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더욱이 외국에서 한국인 이주자가 똑같은 차별을 받지 않으려면 상호주의에 입각해 우리도 선진국에 준하는 권리보장을 해주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에 대해 회의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 기실 그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인종주의적 편견과 공포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관대한 이민정책으로 수억 명에 달하는 동남아인들이 한국으로 몰려들고,한국 국적을 얻기 위해 한국여성과 의도적으로 결혼하려 들 것이라는 공포를 종종 내비치곤 한다.그들에게 동남아시아 출신 불법체류자는 ‘일자리는 물론 우리의 여성과 안전마저 훔치는 이방인들’에 다름 아닌 것이다. 여기엔 지젝을 빌어 인종적 타자들이 우리의 향락을 욕망하고, 나아가 어떤 낯선 향락에 도달했다는 불쾌감이 깃들어 있다. 노동자 계급에 대한 부르주아적 공포와 더불어 인종과 성을 둘러싼 이데올로기가 중첩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제도화된 인종주의와 통치전략

 

우리는 이러한 인종주의적 이데올로기의 발현을 간단히 개인의 욕망의 구조나 시민의식의 미성숙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정부의 통치전략과 맞물려 철저하게 제도화된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노동 권리보장과 다문화가정 지원 의제를 새누리당이 선점하고 보수일간지들이 우호적인 담론을 펼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한국의 보수우파는 다문화주의에 대해 오히려 관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저출산과 인구감소 경향, 중소기업의 인력난과 농촌총각들의 결혼문제,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한류의 경제적 효과 등을 고려할 때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을 적극 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문화주의에 대한 포용적이고 온정주의적인 수사와 달리 실제적인 이민정책은 소위 ‘두 외국인 전략’에 기초하여 매우 차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초 ’해외 우수인재 유치·활용 방안’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인력을 확보해 창조경제를 실현”하고자 우수인재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하고 비자발급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정부가 염두에 둔 우수인재는 연구자와 비즈니스 전문 인력, 유학생 등이며, 이들의 국내 체류기간을 최대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물론 여기에 제 3세계 출신 저임금 노동자들의 자리는 주어져 있지 않다. 애초에 그들은 영주권 신청 자격이 주어지는 5년 체류기한을 넘지 못하게 되어 있다. ‘우수인재’는 민족과 국민으로 적극 포섭하되, 단순노무인력은 경제적 효용만 뽑아먹고 정치적으로 배제하는 이중적 통치전략인 셈이다. 여기엔 뿌리 깊은 선진국 콤플렉스와 동남아인들에 대한 멸시의 정서가 짙게 깔려 있다.

 

계급적 인종주의를 넘어서

 

이런 점에서 보수우파의 관용적 다문화주의와 자유주의적 형평성의 논리는 기실 계급적 인종주의의 한 판본이라는 점에서 그다지 거리가 멀지 않다. 그들에게 공히 문제가 되는 인종적 타자는 외국인 일반이 아닌 제3세계 출신 이주노동자라는 점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인종적 타자를 향한 우리사회의 시선은 철저하게 이중적이다. 우리는 선진국 출신 백인 이민자를 다문화가정이라 부르지 않으며, 그들이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체류하는 것에 은근한 뿌듯함마저 느낀다. ‘농촌총각에게 시집오는 동남아 여성’은 가부장적 부계혈통주의를 위협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용인되나, 한국여성과 결혼하고자 하는 동남아 남성은 불쾌한 위협으로 다가온다. 이주노동자와 불법체류자에게 온정과 자선을 베풀 순 있지만, 그들에게 제도적·정치적 권리가 주어져서는 안 된다. 관용의 정신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윤리적 실천에 머물러야지, 실질적인 자유와 평등의 권리로서 제공될 수는 없는 것이다…. 즉, 우리사회에 팽배한 제국주의적 다문화주의와 형식적 자유주의는 실질적인 자유와 권리 보장이 부재한 공백을 비집고 들어가 차별과 배제를 지속시키는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

이주노동자와 불법이민자들은 한편으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비단 우리사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적인 차원에서의 불균등 발전으로 인해 제 3세계의 노동자들은 끊임없이 선진국으로 밀려들고, 선진국의 질 낮은 저임금 일자리는 그들에 의해 채워진다. 이민 수용국은 그들의 경제적 기능을 필요로 하나, 정치적 권리를 제공하는 것은 꺼려한다. 결국 불법적인 신분에 처한 이민자들에게는 사회적 낙인과 편견이 덧입혀지고, 일자리를 둘러싼 경쟁으로 인해 국내 노동자와의 갈등과 마찰이 고조되며, 범죄를 비롯한 사회불안의 잠재적 요소로 간주되기에 이른다.이런 추세는 한동안 역전되지 않을 것이며, 그 여파는 배타적 민족주의와 인종주의의 형태로 끊임없이 강화되어 되돌아올 것이다. 여기에 대항하기 위한 보편주의와 국제주의적 이념의 재구성이 시급한 정치적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카테고리: 알림 | Comments Off

[뉴스레터5호][연구자료]문화콘텐츠산업 유통 불공정행위 관련 국회공청회

문화콘텐츠산업 유통 불공정행위 관련 국회공청회

 

2014년 12월 16일(화)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

주최 국회의원 배재정, 문화연대
주관 (사)문화사회연구소

 

 

◎ 현행 콘텐츠 유통시스템의 구조는 유통 상의 불공정 행위를 야기함. 콘텐츠
유통에서 장르를 불문하고 창작자와 서비스업자 간의 수익분배율 문제와, 창작
자와 유통 사업자의 협상력 차이에서 야기된 유통 관행상의 불공정 행위가 발
견됨.
1. 창작보다 자본이 우선하는 콘텐츠 수익구조
1) 게임 산업
○ 모바일게임 시장이 활황이지만 정작 개발사 수익은 크지 않음. 그 주된 이
유는 유통과정에서 카카오톡 같은 소셜 기반의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추가비용이 발생한 탓임.
○ 모바일 게임의 수익분배 구조
- 퍼블리싱업체를 통해 카카오톡에 입점한 모바일게임(안드로이드 기준)의 수
익분배 구조를 단순화하면, 게임 매출의 30%가 구글플레이에 수수료로 공제되
며, 그 나머지인 70% 가운데 30%(전체 매출 21%)는 게임 플랫폼업체인 카카
오에게 지급됨. 앱마켓과 플랫폼에 대한 수수료를 제외한 49%가 게임 퍼블리
셔에 지급. 게임개발사의 최종 수익은 분배계약에 따라 퍼블리싱 수수료를 공
제한 뒤 결정됨. 일반적인 수수료 비율 6:4(퍼블리셔:개발사) 기준으로 개발사
최종 수익은 전체 매출의 19.6% 수준 불과함

 

 

(중략)

 

2) 온라인 음악 유통구조
○ 저작권자의 낮은 음원 수익률이 사회적 문제되면서 2013년 5월경 온라인
음악서비스에 대한 사용료 징수규정이 개정됨.
- 월정액 스트리밍 상품의 경우, 가입자당 1800~2400원의 저작권사용료를 음
악 3단체에 납부하는 ‘가입자당’ 저작권사용료 징수방식(무제한 정액제)에서 월
별로 스트리밍 이용 횟수에 따라 저작권사용료를 징수하는 종량제로 변경(분배
비율 서비스업자:창작자=40:60). 결합상품의 경우 사용료를 더 낮출 수 있어서
창작자 수익은 더 감소됨.
- 창작자의 음원 수익인 사용료 60% 중에는 유통사의 수수료와 신탁관리단체
의 수수료 등이 포함됨. 특히 음반 제작사는 44%의 수익 중 20%(8.8%)를 음
원 유통사에 지급하므로, 최종 수익은 35.2%에 불과함.
- 이에 반해 멜론과 같은 음원 서비스업자가 음원 유통을 겸할 경우에는 해당
음원의 수익 중 48.8% 이상을 얻는 구조임. 스트리밍이나 다운로드 횟수가 정
액량보다 적을 경우 발생하는 낙전수입 역시 서비스업자에게 귀속됨.

 

(후략)
 

Download (PDF, 2.55MB)

카테고리: 알림 | Comments Off

[뉴스레터5호][연구자료]마을미디어 활성화를 위한 중장기 계획 ((사)문화사회연구소)

Download (PDF, 3.97MB)

 

텔레비전·위성채널·케이블 뿐 아니라, SNS에 기반 한 소셜미디어의 증가로 미디어의 영역이 확장되고 있고, 미디어를 소비하는 주체들이 생산과 소비를 함께 공유하는 ‘생비자’(prosumer)로서의 역할이 강화되고 있음. 따라서 새로운 방식의 미디어교육이 필요한 상황

카테고리: 알림 | Comments Off

[뉴스레터5호][연구자료](기본연구 17)예술분야 연구지원 활성화 방안 연구:예술대학을 중심으로 (박소현)

Download (PDF, 3.63MB)

 

1. 연구 배경 및 목적

○ 최근 예술 분야에 대한 정책적・사회적 관심이 증가 추세를 보이는 한편, 예술생태계의 어려움 및 구조적인 대책 마련 필요성도 지속적으로 제기됨

○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예술에 대한 ‘생태계’ 관점이 확산되고, ‘창작지원’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온 예술지원 패러다임의 전환 필요성도 지적됨

○ 특히나 여러 정책환경의 변화로 인해 예술대학의 위기에 대한 논의가 심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예술대학의 위기가 결국에는 예술생태계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까지 인식되고 있음
○ 따라서 예술지원의 틀 내에서는 오히려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왔던 예술대학의 정책적 위상은 그간의 예술지원 방식에 대한 재검토 및 확장을 요하는 중요한 계기라 할 수 있으며, 예술가를 비롯한 다양한 창작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예술대학에 적합한 방식으로서 예술분야 연구지원을 활 성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본 연구의 목적이 있음

 
2. 연구 범위 및 방법
○ 예술정책을 주관하는 문화부의 예술지원정책 및 사업을 중심으로 현행 예술지원 패러다임의 특성과 경향을 분석하고, 그 안에서 예술대학의 위상 및 문제점을 검토함
○ 예술대학을 둘러싼 정책적 환경변화로 인해 예술대학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점들을 정리, 분석하여 기초자료로 활용
○ 예술대학에 특정한 정책연구가 거의 없었던 만큼 기존 통계자료 등을 바탕으로 예술대학의 교육 및 연구 여건 관련 각종 현황을 종합적으로 분석
○ 전문가 자문회의 등을 통해 예술대학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연구지원 활성화 방안을 도출하도록 함

카테고리: 알림 | Comments Off

[뉴스레터5호][신간안내]계간『문화/과학』80호 <대안사회>

 

계간『문화/과학』 80호 <대안사회>

 

 

 

●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대안사회를 위한 네 가지 이야기!

● ‘직접 민주주의의 정치’, ‘대안적 미래도시’, ‘자율적 지식교육공동체’, ‘급진적 문화행동’을 통해 세월호 이후의 한국사회의 대안을 상상한다!

● 세월호 유가족 농성장 앞에서 피자를 먹는 우익의 정체성과 심리는 무엇인가? 일베와 우익의 사회심리의 실체를 분석한 양기민, 박가분 젊은 필자의 두 편의 글 수록!

● 대안적 음악활동의 목소리, 1970년대 공연윤리위위원회의 검열활동,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는 안산 지역 고등학생의 글을 문화현실 분석란에 게제!

● <한국문화운동 계보학> 연구 시리즈 첫 번째 원고, 식민지 시대의 한국의 문화운동!

● 중국의 대표적 문화연구자 왕샤오밍 교수와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 강연원고 수록!

 

 

안녕하세요? 계간『문화/과학』 편집위원회입니다. 국내 유일의 문화이론 계간지『문화/과학』80호가 발간되었습니다. 관련하여 보도 자료를 보내드립니다. 80호의 특집 주제는 <대안사회>입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많은 사람들이 산다는 것에 대해, 국가가 무엇인가에 대해, 사회가 무엇인가에 대해 근본적으로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대로 주저앉기보다 새로운 사회로 나가기 위한 노력들이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일시적이지 않고 장기적인 대안모색을 위해 『문화/과학』 편집위원회는 정치, 도시, 교육, 문화의 영역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제안하고자 한다.

 

계간『문화/과학』은 80호 특집 이외에 기획꼭지로 최근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일간베스트와 우익행동의 사회심리를 분석한 두 편의 원고를 실었고, 세월호 참사를 지켜본 안산 지역 고등학생의 솔직 담백한 글을 실었습니다. 또한 문화사회연구소에서 진행하는 <한국문화운동의 계보학> 세미나의 연구결과물을 총 5회에 걸쳐 연재하고, 그 첫 번째, 순서로 식민지 시대의 문화운동의 역사를 다룬 원고를 실었습니다. 중국의 대표적인 문화연구자인 왕샤오밍 교수의 글과, 최근 가장 주목받는 철학가 중 한명인 조르조 아감벤의 강연 원고를 이번 80호에 실었다. 시기적절한 특집 주제와 다양한 읽을거리가 가득 담겨 있는 계간 『문화/과학』 79호에 많은 관심과 보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원고 목차

 

특집 <대안사회>

정정훈(편집위원, 수유너머N 연구원)——– 「민주주의의 직접성, 데모스의 봉기적 사건과 연합된 역량의 결사체」

임동근(편집위원, 한예종 강사)——————-「미래도시, 대안사회 논의의 출발점」

강정석(편집위원, 지식순환협동조합사무국장)–「교육 불가능의 시대에서 대안을 모색하기」

이원재(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소장)———–「문화행동은 지금,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

 

기획 <우익과 피자>

양기민(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일베는 반-사회적인가?」

박가분(문화평론가)————————————「일간베스트와 ‘정치혐오의 정치’」

 

문화현실분석

박선영(문화연대 활동가)———————————————-「대안음악을 위한 세 가지 목소리」

옥은실(한국외국어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1970년대 금지곡과 공연윤리위원회의 검열」

김도윤(안산부곡고등학교 학생)———————————— 「우리들은 친구를 기억하고 싶어요」

권경우(문화평론가) —————————————————-「‘남자 전성시대’와 ‘남성의 종말’」

 

제9회 북클럽

『디지털 야만』(이광석 저, 한울, 2014, 패널: 이광석(편집위원), 이동연(편집인), 오병일(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근대성 연구

김성일(편집위원,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식민지시대 한국 문화운동의 전개」

 

동아시아 문화연구

왕샤오밍(상해대학교 교수) /번역 박자영(편집위원, 협성대학교 교수)——「그들에게 소리치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론의 재구성

조르조 아감벤(번역: 김상운(난장 기획위원) ——————————- 「비정립적 역량 이론을 위한 개요」

 

80호 특집주제 <대안사회> 소개

 

특집주제 개요

 

‘위기’를 논하는 말들이 넘쳐난다. 언제나 경제의 위기를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인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정부의 작태는 논외로 치자. 정부의 설레발이 통치를 위해 위기를 전유하는 전형적인 방식에 불과하다면, 지금 우리가 듣고 있는 사방의 말들 속에 담긴 ‘위기’는 실제적이며 실존적이다. 4월 16일의 세월호 침몰로 표상되는, 도처에서 발생하는 재난은 일상을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순간순간 되묻게 만들고 있으며, 동시에 위기라는 개념이 그저 ‘개념’이 아니라 삶의 실제적 일부임을 자각하도록 강제하는 중이다. 이제 한국에 사는 이들은 수학여행을 떠나면서도, 콘서트를 구경하면서도 생명을 걸어야 하고, 대학에 들어가서도 공부 대신 재단의 독재를 염려하고 교수의 성추행을 경계해야 하며,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서도 비선조직을 떠올리고 ‘사라진 7시간’을 궁금해 할 수밖에 없고, 담배를 사면서도 부당한 세금에 분노하게 되었다.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않아야 하는 것들이 어쩔 수 없이 함께 떠오를 수밖에 없는 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현실, 그 속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이런 놀라운 현실의 무게에 모두가 짓눌려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건, 그래서,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개인은 생존경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느라 매순간 위기를 느끼되 그 의미를 성찰하지는 못하고, 이미 해체 중에 있는 사회는 그러한 개인의 불안과 공포를 막아줄 연대의 그물을 촘촘히 짤 여력이 없으며, 국가는 ‘초’국가적 경제 권력의 전 지구적 헤게모니 앞에서 이들의 충실한 심부름꾼 노릇에 전력을 다하면서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도 저버리는 중이다. 모든 것들이 녹아내리는 가운데 오직 ‘생존’만이 지상명령이 되었으니, 이런 상황에서 ‘위기’를 논하지 않는 것이 도리어 이상하다 하겠다.

 

하지만 위기를 논한다고 해서 그것이 언제나 절망으로 가득한 것은 아니다. 주지하다시피 ‘위기’라는 한자어에는 ‘위태로움’(위) 뿐만 아니라 ‘기회’(기)도 함께 들어 있다. 위기를 뜻하는 영어 ‘crisis’는 ‘전환점’이나 ‘갈림길’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뿌리를 갖고 있다. 위기는 전환의 계기를 품고 있으며, 그렇기에 우리는 위기 속에서 한층 더 정신을 차릴 수밖에 없다. 쉽게 눈에 보이지 않는 이 계기를 어디에서 찾아내고, 혹은 만들어내고, 읽어내고, 실질적인 전환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는 문제들을 고민하게 한다는 점에서 위기는 어쩌면 지금의 현실 너머 새로운 미래를 상상할 최적의 시간이기도 하다.

 

『문화과학』이 ‘대안사회’를 이번 호의 특집으로 삼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1999년 ‘문화사회로의 전환’이라는 화두(『문화과학』 17호)를 던진 이래 2012년 ‘지금 다시 유토피아!’라는 특집(『문화과학』 68호)에 이르기까지, 지금껏 『문화과학』은 위기 속에서 찾는 전환의 계기, 곧 대안적인 사회의 모습에 관한 담론을 꾸준히 제출해왔다. 이번 80호가 내세우는 ‘대안사회’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위험, 재난, 위기, 파국의 그림자가 넘실거리는 오늘, 다시금 ‘대안사회’를 이야기함으로써 우리는 암울한 현실 앞에서 주눅 들기보다는 오히려 그 현실 안에서 비로소 벼려낼 수 있는 어떤 가능성에 주목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 가능성은 물론 하나의 완결된 이상적 이미지 혹은 사회학적 기획으로 나타나지는 않으며, 이번 특집의 글들이 그렇듯, 현실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거치며 힘들게, 조심스럽게 이야기될 수밖에 없다.

 

 

정정훈: 「민주주의의 직접성, 데모스의 봉기적 사건과 연합된 역량의 결사체」

이 글은 대의제와 민주주의의 결합은 민주주의의 ‘완성’이 아닌 민주주의에 대한 ‘두려움’에서 기원했음을, 따라서 대의제와 민주주의는 기실 서로 상충할 뿐 아니라 정반대의 원리임을 지적한다. 정정훈은 대의제가 아니라 ‘직접성’을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로 제시하는데, 이 직접성으로서의 민주주의란 무엇보다 “대중의 힘이 직접적으로 표현되는 행동”이라는 의미다. 대의가 아닌 봉기야말로 민주주의의 원칙이지만, 그것이 언제나 폭발적인 사건만으로 귀결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꾸준히 지속되는 일상이다. 직접적 대중행동이 구현되기 위해 “공동의 역량을 능동적이고 의식적으로 조직하는 결사체의 형태”가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원리를 급진적으로 사유하면서도 정정훈은 기존의 국가 체제를 무시하거나 국가의 외부를 상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존재하는 현실적 조건과 당당하게 맞서, 직접성과 결사체로서의 민주주의 원리는 바로 그 국가 체제에 자신을 새겨 넣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원리, 국가에 대한 입장, 권력의 배치 등과 관련한 정치철학적 논의가 이 글로 인해 더욱 활발해지기를 바란다.

 

임동근: 「미래도시, 대안사회 논의의 출발점」

이 글은 도시화율이 90%를 넘는 한국사회에서 ‘도시’라는 문제를 빼고 대안사회를 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출발한다. 미래의 도시를 사유하는 두 극단적인 입장, 곧 마이크 데이비스의 디스토피아적 도시와 에드워드 글레이저의 유토피아적 도시를 비교하면서, 임동근은 이러한 입장을 넘어서는 시각을 제시하려 한다. 그것은 도시를 하나의 ‘장치’로 바라보는 CERFI 집단의 문제의식을 경유하는 것으로,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라는 관념적 이분법을 넘어서 도시라는 ‘장치’의 역동성과 ‘상황’의 변화무쌍함을 동시에 사유하는 현실적 개입의 필요성에 대한 요청으로 귀결된다. 우리가 말하는 대안사회라는 것이 “상당부분 권력의 움직임을 그리지도 못하는 허상일 것”이라는 마지막의 일갈을 통해 임동근은 도시-장치와 현실-상황의 역학관계에 대한 실질적 탐구가 대안사회 논의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강정석 「교육 불가능의 시대에서 대안을 모색하기」

이 글은 대안적 교육 문제에 촛점을 맞추면서 우리 시대를 “교육 불가능의 시대”로 규정한다. 현대사회의 이행기적 특성에서 기원하는 혼돈과 불안에서 교육도 예외가 아니며, 이런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먼저 “경쟁에서 벗어나 타자와 공감하고 협력할 수 있는 용기, 경쟁에서의 승리로 인한 달콤한 보상을 과감하게 포기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이 용기를 가지고, 나-사회-자연-미래를 인식하면서 자신을 표현하는 방향으로 대안적인 교육은 나아가야 한다고 강정석은 주장하며, 이러한 교육을 실현시키기 위해 구체적인 시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덧붙인다. 강정석은 이 글에서 대안적 교육의 방향성 이외에 실천적인 전략까지 논의하고 있지는 않지만, 아마도 그것은 강정석을 비롯해 『문화과학』의 편집위원들이 관여하고 있는 지식순환협동조합의 ‘대안대학’ 프로그램을 통해 글 바깥에서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지 않나 짐작해 본다.

 

이원재 「문화행동은 지금,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

이 글은 문화연대에서의 문화운동 경험을 바탕으로 ‘문화행동’이라는 관점에서 대안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보여주는 글이다. 특히 이원재는 문화행동과 예술행동을 구분하는 세간의 입장에 반대하면서, 2000년 이후 문화행동이라는 개념이자 운동이 어떻게 기존의 예술행위를 비판하고 거부하면서 예술을 사회적 이슈를 생산하는 문화행동으로 전유하게 되었는지를 짚어준다. 세월호 이후의 이 엄혹한 시기에 문화행동은 불복종과 저항, 상상력과 대안, 공감과 연대의 문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실험의 과정이자 행동이라고 주장하면서, 이원재는 이러한 문화행동의 확장과 지속을 위해 일상의 재구성, 자율시간의 확장, 지역화에 기반한 커뮤니티 활동을 중요한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국가 제도에 대한 점검에서 시작된 대안사회 특집 글들은 이렇게 일상의 문화행동에 대한 강조로 귀결된다. 이 흥미로운 특집 원고들을 통해 거시적일 뿐 아니라 미시적인 차원에서의 여러 비판적, 급진적 논의가 ‘대안사회’라는 상상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획 <우익과 피자>

 

대안사회에 대한 논의에 이어지는 ‘기획’ 코너에서는 다시 작금의 현실에 대한 분석으로 돌아온다. ‘우익과 피자’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번 기획은 인터넷을 넘어 이제 광장에까지 등장함으로써 최근 한국 사회의 중요한 현상으로 떠오른 ‘일베’에 대한 논의이다.

 

양기민 「일베는 반-사회적인가?」

이 글은 지난 9월초 광화문 광장의 세월호 유가족들 앞에서 치킨과 피자를 시켜먹으며 유가족들의 시위를 조롱했던 일베의 소위 ‘폭식투쟁’ 현장에서 자신이 느꼈던 무력감과 자괴감에 대한 고백에서 시작한다. “일베의 출현은 기존 진보 진영의 실패에 대한 결과물”로 보는 양기민은 일베에 대한 다양한 평가를 점검하면서, 일베를 ‘루저-백치-괴물’로 보았던 관점을 대체할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가 제안하는 관점은 ‘기식자-벌레-유령’이다. 괴물에서 벌레로 일베의 위치를 옮김으로써 양기민은 이미 ‘일베 없는 세상’이 가능하다는 판타지를 버려야 한다고 말하는 셈이다. 괴물은 우리가 살기 위해 맞서 싸워야 할 대상이지만, 벌레는 완전한 박멸 자체가 불가능한 대상, 곧 함께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는 다시, 일베라는 존재를 통해 좌파는 스스로를 재점검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전언이기도 하다.

 

박가분 「일간베스트와 ‘정치혐오의 정치’」

이 글은 일베에 대한 기존의 분석이 이들의 ‘사상’을 꿰뚫고 있지 못하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박가분은 일베라는 인터넷 커뮤니티 집단의 ‘사상’을 ‘정치혐오’에서 찾는데, 기실 이 정치혐오는 이미 2000년대 이후 소위 진보개혁 진영의 논객들과 촛불시위 등을 통해 확산되었다고 진단한다. “특정 정파나 정당이 거리의 정치에서 헤게모니 우위를 점하지 못한 채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혐오와 반감에 기초하여 대중을 동원”했던 한국의 오랜 정치혐오 문화의 새롭고 강력한 버전이 바로 일베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일베와 촛불은 정치권력에 대한 의지가 아닌 정치혐오라는 정동에 기반을 두고 뻗어나간 샴 쌍둥이 같은 것이다. 박가분은 “정치혐오에는 제대로 된 정치, 즉 건강한 권력의지를 표명하는 것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보면서, 파시즘으로 발전될 가능성도 있는 혐오집단인 일베에게는 합리적인 설득과 논증이라는 자유주의적인 방식은 통하지 않으며 오직 “공포와 폭력”만이 어울린다고 주장한다. 양기민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박가분은 좌파의 강력한 권력의지를 거리의 정치를 통해 증명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라도 정치폭로, 선전선동, 민중독재, 테러와 숙청에 정당한 ‘시민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급진적 주장을 내어놓는다. 이 힘차고 논쟁적인 글이 과연 언어의 ‘판타지’를 넘어서서 좌파정치의 ‘대안’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될 것인지, 독자 여러분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문화현실분석

박선영의 「대안음악을 위한 세가지 목소리」는 ‘대안음악’을 위한 음악인들 스스로의 조합운동, 연대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특집인 ‘대안사회’의 연장선상에서 읽힐 때 더 빛을 발하는 글이라는 생각을 한다. 옥은실의 「1970년대 금지곡과 공연윤리위원회의 검열」은 충실한 자료조사를 통해 작성된 논문으로, 한국에서의 검열, 심의, 금지곡의 미시사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국문학계에서 실천되는 한국 문화연구의 실례로 부족함이 없는 글로, 독자 여러분들이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김도윤의 「우리들은 친구를 기억하고 싶어요」라는 글은 안산지역 한 고등학생의 세월호 사건 체험이다. 이 글을 통해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친구’를 잃어버린 10대가 왜 ‘기억하고 싶다’고 요청하는지, 기억과 추모라는 문화적 행위가 어떻게 정치적 투쟁의 장이 되는지 생생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권경우의 「‘남자 전성시대’와 ‘남성의 종말’」은 최근 한국 대중문화에 유행하고 있는 ‘남성에의 호명’을 본격적으로 비평한다. ‘으리’와 ‘보스’로 표상되는 ‘ 한 남성’을 불러내는 연예 프로그램들이 국가와 사회가 붕괴되면서 개인이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우리 시대의 상황과 맞물려 있다고 이 글은 분석한다.

 

북클럽 외 원고

『문화과학』이 책에 대한 논의를 통해 독자들을 만나는 ‘북클럽’은 지속되고 있다. 이번 80호는 지난 9월 30일에 이광석 편집위원의 책 『디지털 야만』을 둘러싼 토론회 실황을 중계한다.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전면화라는 환경과 국가권력 및 자본 간에 이루어지는 역학관계를 탐구하는 이 흥미로운 책이 토론회를 계기로 더욱 독자들에게 알려지고 논의되기를 바란다. 이 외에도 ‘근대성 연구’ 코너에 실린 김성일의 「식민지시대 한국 문화운동의 전개」는 한국문화운동의 계보학을 정리하려는 문화과학 세미나팀의 야심찬 기획을 담아내고 있다. 학술자료로서도 의미있는 이 ‘근대성 연구’ 코너의 글들을 앞으로도 주목해주시기 바란다. ‘동아시아 문화연구’에서는 이번에 상하이대 문화연구학과 왕샤오밍 교수의 글을 박자영 편집위원의 번역으로 싣는다. 「그들에게 소리치는 것이 급선무이다」라는 제목의 이 글은 발전이라는 환상과 환경의 재앙과 지구 자체의 몰락이라는 거대한 문제를 사유할 것을, 궁극적으로는 정치, 경제, 문화를 아우르는 인류 차원의 ‘대각성’을 역설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론의 재구성’ 코너에서는 조르조 아감벤의 「비정립적 역량 이론을 위한 개요」라는 강연문을 도서출판 난장 기획위원이자 번역가인 김상운의 번역으로 만날 수 있다. ‘호모 사케르’와 생명정치에서 시작하는 아감벤의 강연은 ‘구성적 권력’에서 ‘비정립적 역량’으로의 전환을 사유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나아간다. 언제나 근본적인 차원에서 개념 자체의 역사를 통해 새로운 통찰을 보여주고 제기되지 않았던 질문을 제기하는 아감벤의 이번 강연문이 독자 여러분들에게도 이론적 영감을 주리라 믿는다.

 

문화과학사 전화: 335-0461/팩스: 334-0461 e-mail: transics@chol.com

카테고리: 알림 | 1개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