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5호][신간안내]계간『문화/과학』80호 <대안사회>

 

계간『문화/과학』 80호 <대안사회>

 

 

 

●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대안사회를 위한 네 가지 이야기!

● ‘직접 민주주의의 정치’, ‘대안적 미래도시’, ‘자율적 지식교육공동체’, ‘급진적 문화행동’을 통해 세월호 이후의 한국사회의 대안을 상상한다!

● 세월호 유가족 농성장 앞에서 피자를 먹는 우익의 정체성과 심리는 무엇인가? 일베와 우익의 사회심리의 실체를 분석한 양기민, 박가분 젊은 필자의 두 편의 글 수록!

● 대안적 음악활동의 목소리, 1970년대 공연윤리위위원회의 검열활동,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는 안산 지역 고등학생의 글을 문화현실 분석란에 게제!

● <한국문화운동 계보학> 연구 시리즈 첫 번째 원고, 식민지 시대의 한국의 문화운동!

● 중국의 대표적 문화연구자 왕샤오밍 교수와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 강연원고 수록!

 

 

안녕하세요? 계간『문화/과학』 편집위원회입니다. 국내 유일의 문화이론 계간지『문화/과학』80호가 발간되었습니다. 관련하여 보도 자료를 보내드립니다. 80호의 특집 주제는 <대안사회>입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많은 사람들이 산다는 것에 대해, 국가가 무엇인가에 대해, 사회가 무엇인가에 대해 근본적으로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대로 주저앉기보다 새로운 사회로 나가기 위한 노력들이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일시적이지 않고 장기적인 대안모색을 위해 『문화/과학』 편집위원회는 정치, 도시, 교육, 문화의 영역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제안하고자 한다.

 

계간『문화/과학』은 80호 특집 이외에 기획꼭지로 최근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일간베스트와 우익행동의 사회심리를 분석한 두 편의 원고를 실었고, 세월호 참사를 지켜본 안산 지역 고등학생의 솔직 담백한 글을 실었습니다. 또한 문화사회연구소에서 진행하는 <한국문화운동의 계보학> 세미나의 연구결과물을 총 5회에 걸쳐 연재하고, 그 첫 번째, 순서로 식민지 시대의 문화운동의 역사를 다룬 원고를 실었습니다. 중국의 대표적인 문화연구자인 왕샤오밍 교수의 글과, 최근 가장 주목받는 철학가 중 한명인 조르조 아감벤의 강연 원고를 이번 80호에 실었다. 시기적절한 특집 주제와 다양한 읽을거리가 가득 담겨 있는 계간 『문화/과학』 79호에 많은 관심과 보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원고 목차

 

특집 <대안사회>

정정훈(편집위원, 수유너머N 연구원)——– 「민주주의의 직접성, 데모스의 봉기적 사건과 연합된 역량의 결사체」

임동근(편집위원, 한예종 강사)——————-「미래도시, 대안사회 논의의 출발점」

강정석(편집위원, 지식순환협동조합사무국장)–「교육 불가능의 시대에서 대안을 모색하기」

이원재(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소장)———–「문화행동은 지금,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

 

기획 <우익과 피자>

양기민(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일베는 반-사회적인가?」

박가분(문화평론가)————————————「일간베스트와 ‘정치혐오의 정치’」

 

문화현실분석

박선영(문화연대 활동가)———————————————-「대안음악을 위한 세 가지 목소리」

옥은실(한국외국어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1970년대 금지곡과 공연윤리위원회의 검열」

김도윤(안산부곡고등학교 학생)———————————— 「우리들은 친구를 기억하고 싶어요」

권경우(문화평론가) —————————————————-「‘남자 전성시대’와 ‘남성의 종말’」

 

제9회 북클럽

『디지털 야만』(이광석 저, 한울, 2014, 패널: 이광석(편집위원), 이동연(편집인), 오병일(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근대성 연구

김성일(편집위원,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식민지시대 한국 문화운동의 전개」

 

동아시아 문화연구

왕샤오밍(상해대학교 교수) /번역 박자영(편집위원, 협성대학교 교수)——「그들에게 소리치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론의 재구성

조르조 아감벤(번역: 김상운(난장 기획위원) ——————————- 「비정립적 역량 이론을 위한 개요」

 

80호 특집주제 <대안사회> 소개

 

특집주제 개요

 

‘위기’를 논하는 말들이 넘쳐난다. 언제나 경제의 위기를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인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정부의 작태는 논외로 치자. 정부의 설레발이 통치를 위해 위기를 전유하는 전형적인 방식에 불과하다면, 지금 우리가 듣고 있는 사방의 말들 속에 담긴 ‘위기’는 실제적이며 실존적이다. 4월 16일의 세월호 침몰로 표상되는, 도처에서 발생하는 재난은 일상을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순간순간 되묻게 만들고 있으며, 동시에 위기라는 개념이 그저 ‘개념’이 아니라 삶의 실제적 일부임을 자각하도록 강제하는 중이다. 이제 한국에 사는 이들은 수학여행을 떠나면서도, 콘서트를 구경하면서도 생명을 걸어야 하고, 대학에 들어가서도 공부 대신 재단의 독재를 염려하고 교수의 성추행을 경계해야 하며,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서도 비선조직을 떠올리고 ‘사라진 7시간’을 궁금해 할 수밖에 없고, 담배를 사면서도 부당한 세금에 분노하게 되었다.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않아야 하는 것들이 어쩔 수 없이 함께 떠오를 수밖에 없는 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현실, 그 속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이런 놀라운 현실의 무게에 모두가 짓눌려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건, 그래서,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개인은 생존경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느라 매순간 위기를 느끼되 그 의미를 성찰하지는 못하고, 이미 해체 중에 있는 사회는 그러한 개인의 불안과 공포를 막아줄 연대의 그물을 촘촘히 짤 여력이 없으며, 국가는 ‘초’국가적 경제 권력의 전 지구적 헤게모니 앞에서 이들의 충실한 심부름꾼 노릇에 전력을 다하면서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도 저버리는 중이다. 모든 것들이 녹아내리는 가운데 오직 ‘생존’만이 지상명령이 되었으니, 이런 상황에서 ‘위기’를 논하지 않는 것이 도리어 이상하다 하겠다.

 

하지만 위기를 논한다고 해서 그것이 언제나 절망으로 가득한 것은 아니다. 주지하다시피 ‘위기’라는 한자어에는 ‘위태로움’(위) 뿐만 아니라 ‘기회’(기)도 함께 들어 있다. 위기를 뜻하는 영어 ‘crisis’는 ‘전환점’이나 ‘갈림길’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뿌리를 갖고 있다. 위기는 전환의 계기를 품고 있으며, 그렇기에 우리는 위기 속에서 한층 더 정신을 차릴 수밖에 없다. 쉽게 눈에 보이지 않는 이 계기를 어디에서 찾아내고, 혹은 만들어내고, 읽어내고, 실질적인 전환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는 문제들을 고민하게 한다는 점에서 위기는 어쩌면 지금의 현실 너머 새로운 미래를 상상할 최적의 시간이기도 하다.

 

『문화과학』이 ‘대안사회’를 이번 호의 특집으로 삼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1999년 ‘문화사회로의 전환’이라는 화두(『문화과학』 17호)를 던진 이래 2012년 ‘지금 다시 유토피아!’라는 특집(『문화과학』 68호)에 이르기까지, 지금껏 『문화과학』은 위기 속에서 찾는 전환의 계기, 곧 대안적인 사회의 모습에 관한 담론을 꾸준히 제출해왔다. 이번 80호가 내세우는 ‘대안사회’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위험, 재난, 위기, 파국의 그림자가 넘실거리는 오늘, 다시금 ‘대안사회’를 이야기함으로써 우리는 암울한 현실 앞에서 주눅 들기보다는 오히려 그 현실 안에서 비로소 벼려낼 수 있는 어떤 가능성에 주목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 가능성은 물론 하나의 완결된 이상적 이미지 혹은 사회학적 기획으로 나타나지는 않으며, 이번 특집의 글들이 그렇듯, 현실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거치며 힘들게, 조심스럽게 이야기될 수밖에 없다.

 

 

정정훈: 「민주주의의 직접성, 데모스의 봉기적 사건과 연합된 역량의 결사체」

이 글은 대의제와 민주주의의 결합은 민주주의의 ‘완성’이 아닌 민주주의에 대한 ‘두려움’에서 기원했음을, 따라서 대의제와 민주주의는 기실 서로 상충할 뿐 아니라 정반대의 원리임을 지적한다. 정정훈은 대의제가 아니라 ‘직접성’을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로 제시하는데, 이 직접성으로서의 민주주의란 무엇보다 “대중의 힘이 직접적으로 표현되는 행동”이라는 의미다. 대의가 아닌 봉기야말로 민주주의의 원칙이지만, 그것이 언제나 폭발적인 사건만으로 귀결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꾸준히 지속되는 일상이다. 직접적 대중행동이 구현되기 위해 “공동의 역량을 능동적이고 의식적으로 조직하는 결사체의 형태”가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원리를 급진적으로 사유하면서도 정정훈은 기존의 국가 체제를 무시하거나 국가의 외부를 상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존재하는 현실적 조건과 당당하게 맞서, 직접성과 결사체로서의 민주주의 원리는 바로 그 국가 체제에 자신을 새겨 넣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원리, 국가에 대한 입장, 권력의 배치 등과 관련한 정치철학적 논의가 이 글로 인해 더욱 활발해지기를 바란다.

 

임동근: 「미래도시, 대안사회 논의의 출발점」

이 글은 도시화율이 90%를 넘는 한국사회에서 ‘도시’라는 문제를 빼고 대안사회를 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출발한다. 미래의 도시를 사유하는 두 극단적인 입장, 곧 마이크 데이비스의 디스토피아적 도시와 에드워드 글레이저의 유토피아적 도시를 비교하면서, 임동근은 이러한 입장을 넘어서는 시각을 제시하려 한다. 그것은 도시를 하나의 ‘장치’로 바라보는 CERFI 집단의 문제의식을 경유하는 것으로,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라는 관념적 이분법을 넘어서 도시라는 ‘장치’의 역동성과 ‘상황’의 변화무쌍함을 동시에 사유하는 현실적 개입의 필요성에 대한 요청으로 귀결된다. 우리가 말하는 대안사회라는 것이 “상당부분 권력의 움직임을 그리지도 못하는 허상일 것”이라는 마지막의 일갈을 통해 임동근은 도시-장치와 현실-상황의 역학관계에 대한 실질적 탐구가 대안사회 논의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강정석 「교육 불가능의 시대에서 대안을 모색하기」

이 글은 대안적 교육 문제에 촛점을 맞추면서 우리 시대를 “교육 불가능의 시대”로 규정한다. 현대사회의 이행기적 특성에서 기원하는 혼돈과 불안에서 교육도 예외가 아니며, 이런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먼저 “경쟁에서 벗어나 타자와 공감하고 협력할 수 있는 용기, 경쟁에서의 승리로 인한 달콤한 보상을 과감하게 포기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이 용기를 가지고, 나-사회-자연-미래를 인식하면서 자신을 표현하는 방향으로 대안적인 교육은 나아가야 한다고 강정석은 주장하며, 이러한 교육을 실현시키기 위해 구체적인 시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덧붙인다. 강정석은 이 글에서 대안적 교육의 방향성 이외에 실천적인 전략까지 논의하고 있지는 않지만, 아마도 그것은 강정석을 비롯해 『문화과학』의 편집위원들이 관여하고 있는 지식순환협동조합의 ‘대안대학’ 프로그램을 통해 글 바깥에서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지 않나 짐작해 본다.

 

이원재 「문화행동은 지금,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

이 글은 문화연대에서의 문화운동 경험을 바탕으로 ‘문화행동’이라는 관점에서 대안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보여주는 글이다. 특히 이원재는 문화행동과 예술행동을 구분하는 세간의 입장에 반대하면서, 2000년 이후 문화행동이라는 개념이자 운동이 어떻게 기존의 예술행위를 비판하고 거부하면서 예술을 사회적 이슈를 생산하는 문화행동으로 전유하게 되었는지를 짚어준다. 세월호 이후의 이 엄혹한 시기에 문화행동은 불복종과 저항, 상상력과 대안, 공감과 연대의 문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실험의 과정이자 행동이라고 주장하면서, 이원재는 이러한 문화행동의 확장과 지속을 위해 일상의 재구성, 자율시간의 확장, 지역화에 기반한 커뮤니티 활동을 중요한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국가 제도에 대한 점검에서 시작된 대안사회 특집 글들은 이렇게 일상의 문화행동에 대한 강조로 귀결된다. 이 흥미로운 특집 원고들을 통해 거시적일 뿐 아니라 미시적인 차원에서의 여러 비판적, 급진적 논의가 ‘대안사회’라는 상상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획 <우익과 피자>

 

대안사회에 대한 논의에 이어지는 ‘기획’ 코너에서는 다시 작금의 현실에 대한 분석으로 돌아온다. ‘우익과 피자’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번 기획은 인터넷을 넘어 이제 광장에까지 등장함으로써 최근 한국 사회의 중요한 현상으로 떠오른 ‘일베’에 대한 논의이다.

 

양기민 「일베는 반-사회적인가?」

이 글은 지난 9월초 광화문 광장의 세월호 유가족들 앞에서 치킨과 피자를 시켜먹으며 유가족들의 시위를 조롱했던 일베의 소위 ‘폭식투쟁’ 현장에서 자신이 느꼈던 무력감과 자괴감에 대한 고백에서 시작한다. “일베의 출현은 기존 진보 진영의 실패에 대한 결과물”로 보는 양기민은 일베에 대한 다양한 평가를 점검하면서, 일베를 ‘루저-백치-괴물’로 보았던 관점을 대체할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가 제안하는 관점은 ‘기식자-벌레-유령’이다. 괴물에서 벌레로 일베의 위치를 옮김으로써 양기민은 이미 ‘일베 없는 세상’이 가능하다는 판타지를 버려야 한다고 말하는 셈이다. 괴물은 우리가 살기 위해 맞서 싸워야 할 대상이지만, 벌레는 완전한 박멸 자체가 불가능한 대상, 곧 함께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는 다시, 일베라는 존재를 통해 좌파는 스스로를 재점검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전언이기도 하다.

 

박가분 「일간베스트와 ‘정치혐오의 정치’」

이 글은 일베에 대한 기존의 분석이 이들의 ‘사상’을 꿰뚫고 있지 못하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박가분은 일베라는 인터넷 커뮤니티 집단의 ‘사상’을 ‘정치혐오’에서 찾는데, 기실 이 정치혐오는 이미 2000년대 이후 소위 진보개혁 진영의 논객들과 촛불시위 등을 통해 확산되었다고 진단한다. “특정 정파나 정당이 거리의 정치에서 헤게모니 우위를 점하지 못한 채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혐오와 반감에 기초하여 대중을 동원”했던 한국의 오랜 정치혐오 문화의 새롭고 강력한 버전이 바로 일베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일베와 촛불은 정치권력에 대한 의지가 아닌 정치혐오라는 정동에 기반을 두고 뻗어나간 샴 쌍둥이 같은 것이다. 박가분은 “정치혐오에는 제대로 된 정치, 즉 건강한 권력의지를 표명하는 것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보면서, 파시즘으로 발전될 가능성도 있는 혐오집단인 일베에게는 합리적인 설득과 논증이라는 자유주의적인 방식은 통하지 않으며 오직 “공포와 폭력”만이 어울린다고 주장한다. 양기민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박가분은 좌파의 강력한 권력의지를 거리의 정치를 통해 증명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라도 정치폭로, 선전선동, 민중독재, 테러와 숙청에 정당한 ‘시민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급진적 주장을 내어놓는다. 이 힘차고 논쟁적인 글이 과연 언어의 ‘판타지’를 넘어서서 좌파정치의 ‘대안’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될 것인지, 독자 여러분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문화현실분석

박선영의 「대안음악을 위한 세가지 목소리」는 ‘대안음악’을 위한 음악인들 스스로의 조합운동, 연대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특집인 ‘대안사회’의 연장선상에서 읽힐 때 더 빛을 발하는 글이라는 생각을 한다. 옥은실의 「1970년대 금지곡과 공연윤리위원회의 검열」은 충실한 자료조사를 통해 작성된 논문으로, 한국에서의 검열, 심의, 금지곡의 미시사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국문학계에서 실천되는 한국 문화연구의 실례로 부족함이 없는 글로, 독자 여러분들이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김도윤의 「우리들은 친구를 기억하고 싶어요」라는 글은 안산지역 한 고등학생의 세월호 사건 체험이다. 이 글을 통해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친구’를 잃어버린 10대가 왜 ‘기억하고 싶다’고 요청하는지, 기억과 추모라는 문화적 행위가 어떻게 정치적 투쟁의 장이 되는지 생생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권경우의 「‘남자 전성시대’와 ‘남성의 종말’」은 최근 한국 대중문화에 유행하고 있는 ‘남성에의 호명’을 본격적으로 비평한다. ‘으리’와 ‘보스’로 표상되는 ‘ 한 남성’을 불러내는 연예 프로그램들이 국가와 사회가 붕괴되면서 개인이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우리 시대의 상황과 맞물려 있다고 이 글은 분석한다.

 

북클럽 외 원고

『문화과학』이 책에 대한 논의를 통해 독자들을 만나는 ‘북클럽’은 지속되고 있다. 이번 80호는 지난 9월 30일에 이광석 편집위원의 책 『디지털 야만』을 둘러싼 토론회 실황을 중계한다.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전면화라는 환경과 국가권력 및 자본 간에 이루어지는 역학관계를 탐구하는 이 흥미로운 책이 토론회를 계기로 더욱 독자들에게 알려지고 논의되기를 바란다. 이 외에도 ‘근대성 연구’ 코너에 실린 김성일의 「식민지시대 한국 문화운동의 전개」는 한국문화운동의 계보학을 정리하려는 문화과학 세미나팀의 야심찬 기획을 담아내고 있다. 학술자료로서도 의미있는 이 ‘근대성 연구’ 코너의 글들을 앞으로도 주목해주시기 바란다. ‘동아시아 문화연구’에서는 이번에 상하이대 문화연구학과 왕샤오밍 교수의 글을 박자영 편집위원의 번역으로 싣는다. 「그들에게 소리치는 것이 급선무이다」라는 제목의 이 글은 발전이라는 환상과 환경의 재앙과 지구 자체의 몰락이라는 거대한 문제를 사유할 것을, 궁극적으로는 정치, 경제, 문화를 아우르는 인류 차원의 ‘대각성’을 역설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론의 재구성’ 코너에서는 조르조 아감벤의 「비정립적 역량 이론을 위한 개요」라는 강연문을 도서출판 난장 기획위원이자 번역가인 김상운의 번역으로 만날 수 있다. ‘호모 사케르’와 생명정치에서 시작하는 아감벤의 강연은 ‘구성적 권력’에서 ‘비정립적 역량’으로의 전환을 사유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나아간다. 언제나 근본적인 차원에서 개념 자체의 역사를 통해 새로운 통찰을 보여주고 제기되지 않았던 질문을 제기하는 아감벤의 이번 강연문이 독자 여러분들에게도 이론적 영감을 주리라 믿는다.

 

문화과학사 전화: 335-0461/팩스: 334-0461 e-mail: transics@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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