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3호][연구답사] 사진으로 보는 아카하바라 전자상가 공간문화의 주름들(이동연)

사진으로 보는 아카하바라 전자상가 공간문화의 주름들

 

 

 

이동연(계간 <문화/과학> 편집인, 한예종 교수)

 

 

한국, 일본, 대만, 홍콩의 아시아 전자상가 비교 연구를 위해 8월 25일부터 29일까 동경 아카아바라 전자상가에서 4박 5일간 머무르면서 인터뷰와 방문조사를 실시했다.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소개하면서 아키아바라의 공간문화의 주름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아키아바라 전자상사의 오랜 역사를 보여주는 가게에 게시된 사진을 다시 찍은 사진들이다. 왼쪽 사진은 일본 패전 이후 1946년 아키아바라 전자상가의 거리. 이 당시에는 주로 채소가게들이 많았다고 한다. 1950년대부터 미군기지로부터 흘러나온 통신 관련 제품들이 노점이나 자판 가게들을 통해 판매되었다고 한다. 오른쪽 사진은 정확한 시대를 알 수 없지만, 대체로 1950-60년대로 추정된다. 아키아바라 전자상가가 노점 자판 시대를 지나 공식적으로 상점이 들어선 시대. 주로 이 시대에 아키아바라는 라디오 조립 광이나 무선 통신 광들이 많이 찾은 곳이라고 한다.

아카아바라 메인 거리에서 왼쪽으로 가면 옛날의 모습을 지닌 상가들이 있다. <추월전자>는 주로 아날로그 전자회로를 만드는 사람들이 부품을 사기위해 오는 가게이다. 이 안에 들어가면 사람들이 매우 북적거린다. 아직도 아날로스 회로를 제작하는 사람들이 많냐고 물어보자 우리를 안내했던 유명한 라디오 DIY 액티비스트인 테츠오 코가와선생은 대학 공대 연구실에서 아직도 이런 식의 아날로그 식 회로를 많이 만들어서 이 사람들이 많이 가게를 찾는다고 한다. 다음날 우리를 안내했던 일본 노동 넷의 공동대표인 야마다 유키히로 선생은 무선 핀마이크를 만들기 위해 부품을 이 가게에서 구입하기도 했다. 여기서 부품을 사고 핀마이크를 만들면 10만원이 넘는 마이크를 1만원에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오른쪽은 빌딩의 이름은 알 수 없지만, 과거에는 이 빌딩이 컴퓨터 PC 조립품들을 판매하던 곳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주로 메이드 카페로 사용된다고 한다. 아키아바라 공간의 변화를 볼 수 있는 사진이다.

 

아키아바라 거리에 많이 볼 수 있는 일본의 대표적인 아케이드 게임회사 ‘세가’(SEGA) 빌딩에 있는 전자오락 게임. 교복을 입은 여고생을 타겟으로 한 슈팅게임이다. 일본에서는 한국에서 이용이 허용되지 않는 하드코어 게임들을 일반 전자오락실에서 즐길 수 있다. 아키아바라 전자상가에는 성인용품만 별도로 파는 독립빌딩이 있다. 오른쪽 사진은 지하 1층에 있는 일본 성인 A/V 판매 DVD이다. 각자 자신들의 이름을 걸고 성인 DVD를 팔고 있다. 이밖에 이 빌딩에는 층별로 남성, 여성용 성기구, 사도마조히즘을 즐기는 각종 도구들, 성적 패티시즘을 자극하는 원색의 란제리를 포함한 각종 복장들을 전시 판매하고 있다. 이 성인용품 판매 빌딩에는 젊은 남성, 여성, 커플, 노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찾는다.

 

이 사진은 아키아바라에서 공연하는 AKB48의 극장 내부에 게시된 멤버들의 사진이다. AKB48은 일본을 대표하는 여성 아이돌 그룹으로 100명이 넘는 멤버들이 A조, K조, B조로 나뉘어 매일 아카아바라 극장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AKB48은 처음에 아카아바라 전자상가 거리에서 공연을 하면서 유명해진 ‘지하아이돌’ 출신이다. 일본에서 지하아이돌은 주류 방송에 출연하기 전에 거리나 상점에서 자신의 음악들을 홍보하는 그룹들을 지칭한다. 일본에는 아이돌 그룹들도 언더그라운드, 혹은 인디 아이들이 별도의 활동을 한다. 아키아바라 전자상가를 돌아다니다보면, 이런 지하아이돌의 공연을 볼 수 있다. 오른쪽 사진은아카아바라 전자상가 역에 게시된 사진으로 지하아이돌 그룹의 한 팀이 자신들의 활동 재개를 선전하는 포스터이다.

아키아바라에 가면 가게와 상품을 홍보하는 수많은 메이드 복장을 한 여성들을 만날 수 있다. 일본에서메이드문화는 2000년대 초반에 매우 성행했다고 한다. 메이드 카페들도 많이 생겨났고, 거리의 판촉여성들이 모두 메이드북장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일본 메이드문화는 많이 쇠퇴했고 아키아바라 전자상가만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왼쪽 사진은 아키아바라의 전자상가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인 ‘코로나’에서 시중을 드는 메이드를 찍은 것이다. 코로나 카페는 1970년대부터 같은 장소에서 영업을 하고카페안의 탁자나 의자나 장식물들을 거의 변화하지 않았지만, 유일하게 변화한 것은 카페 서빙을 하는 여성이 메이드 복장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오른쪽 건물은 아키아바라 전자상가 역에서 나오면 바로 볼 수 있는 ‘라디오카이칸’이란 건물이다. 이 건물은 원래 가장 오래된 아키아바라 전자상가였지만, 지금 이 빌딩은 성인만화잡지, 피규어,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의 브로마이드를 파는 가게들로 거의 채워져 있다.

 

 

왼쪽 사진은 과거 아키아바라 역이 있었던 곳이다. 지금은 도심 재개발 정책 차원에서 역의 자리를 다른 곳으로 양보하고 현대식 카페들이 들어서 있다. 이 자리는 한국의 청계천처럼 천변이 흐르고 있다. 세운상가도 오세훈 시장 시절에 대형 초고층빌딩을 건립하기로 했지만, 박원순 시장 재임 이후에는 보존하기도 결정하였다. 아키아바라의 전자상가 역시 지금의 상업지구가 들어 선 것도 동경도의 도시 재개발 정책 때문이다. 도쿄도는 아키아바라의 본래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오타쿠 문화와 동시대 문화콘텐츠를접목하여 이곳을 글로벌 상업지구로 바꾸었다. 지금의 아키아바라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콘텐츠웨어가 공존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아키아바라가 오타쿠 문화의 소비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는 가운데에도 여전히 과거 라디오, PC조립의 전자상가 시절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 가게들도 있음을 보여준다.

 

카테고리: 알림 | Comments Off

[뉴스레터3호][연구자료] 창의문화교육의 구성요소와 방향들(강정석)

창의문화교육의 구성요소와 방향들

 

-강정석(지식순환협동조합 사무국장, 『문화/과학』 편집위원)

 

 

Download (PDF, 313KB)

(전략)

 

이렇듯 ‘창의문화교육’에서 문화는 인간의 ‘자연적 성장의 육성’이라는 레이몬드 윌리엄스의 설명을 따르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은 아니다. 이를 위해 본 연구에서는 문화 개념을 ‘광의의 문화’와 ‘협의의 문화’로 구분하고, 전자를 ‘자연적 성장의 육성’이라는 더욱 거시적인 의미로 사용하며(I->D->F), 후자를 예술이 더욱 중심적인 위치에 놓이는 ‘문화예술교육’의 맥락으로 사용했다(D). 전자는 나와 사회의 동시적 발전이라는 I-D-F 선순환의 전체적인 방향성을 잡아주는 개념이라면, 후자는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설명했듯이, 문화예술교육은 수많은 정보들의 재구성과 새로운 배치의 다양한 방법론을 협력적으로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화예술교육’에서 ‘문화’ 역시 앞서 언급한 ‘자연적 성장의 육성’이라는 방향에 맞춰 재설계되어야 한다. 특히 문화예술교육의 목적인 예술의 사회적 맥락을 강조함과 예술의 통합적 기능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장르 중심의 ‘예술’이 아니라, 실천적으로 재정의된 넓은 의미의 ‘주체화 과정’으로서 교육과 마주하게 되는 ‘문화’ 개념을 더욱 강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창의문화교육’의 이념은 어떻게 공교육의 정규 교육과정에 적용될 수 있을까?인간의 지성과 인성, 그리고 감성의 통합적인 발전과 시대의 변화에 조응하는 창의성의 발현을 위해, ‘창의문화교육’은 분과별로 쪼개진 채 거의 교류가 불가능했던 영역들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협력적인 모둠 수업을 통해 자유롭게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통합교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물론 이는 이미 대안교육의 영역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또한 한국의 공교육 내부에서도 통합교과교육을 실천했던 다양한 사례들이 있다. 특히 ‘혁신학교’의 교육과정 역시 이러한 통합교과를 교육과정의 중요한 축으로 놓고 있기도 하다. 대안교육의 영역이든, 공교육의 영역이든 이러한 통합교과 구성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바로 ‘예술’이다. 즉 예술을 매개로 다양한 분야의 학문들이 모일 수 있는 것이다.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은 이렇게 특정 장르 중심의 ‘마에스트로’를 키워내기 위한 훈육으로서의 ‘기예’를 익히는 차원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들이 자유롭게 만나고 흩어지고 또 다시 필요에 의해 모여드는 특정한 ‘흐름’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통합교과 구성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적으로 ‘가르치는 자’ 역시 타 영역의 지식을 학습해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교사들 사이의 학습공동체를 운영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즉 가르치는 자 스스로 배우는 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곧 공교육 내부에서의 학교 문화 및 행정의 변화가 요구된다. 또한 통합교과교육의 강조되는 만큼 개별 영역의 지식교육의 중요성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정규 교과교육의 중요성 역시 침식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이를 매개해줄 ‘예술’ 교과를 설계할 기획력 역시 뒷받침되어야 하며, 특히 통합교과의 과정이 지나치게 추상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이러한 기획의 흐름이 주변 환경이나 일상적인 삶과 마주하는 ‘마을’을 중심으로 설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창의문화교육’의 제안자들은 아래와 같이 통합교과교육 프로그램의 예를 그려 보았다.

 

(후략)

카테고리: 알림 | Comments Off

[뉴스레터3호][칼럼] 게임은 뇌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이동연)

게임은 뇌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

 

이동연(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한국의 많은 정신의학자들은 게임이 뇌를 죽인다고 말한다. 그들은 게임중독이 알콜, 마약중독과 동일한 중독효과를 일으킨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로 도파민 분비를 들고 있다. 도파민은 대뇌피질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개인의 감정을 조절하는 화학적 분미물이다. 도파민이 많이 분비되면 감정조절에 이상이 생겨서 쉽게 흥분하고 반복행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한다. 정신의학자들은 게임중독과 마약중독이 모두 대뇌피질에서 반응하고, 도파민 분비가 동일하게 분출되기 때문에 두 개의 중독을 동일하게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도파민은 인간의 모든 쾌감과 관련하여 뇌의 반응에 따른 것으로, 연인을 사랑하고, 좋은 영화를 보고, 재미있는 놀이를 할 때 분비된다. 뇌의 반응이 동일하다고 해서, 마약복용과 게임이용을 동일한 것으로 취급한다면 이것이야 말로 인간 행위의 다양한 감성의 차이를 거세하는 꼴이다.

해외에서는 게임이 뇌의 활동에 긍정적으로 기여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이 보고되고 있다. 뇌과학자인 다핀 바벨리에(Daphne Bavellier)는 뇌가 활발하게 학습할 수 있는 다양한 해결책의 하나로 비디오 게임을 추천한다. 많은 사람들은 비디오게임을 많이 하면 시력이 나빠진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그 반대이다. 액션게임이나 슈팅게임을 하는 게임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 결과 동일한 시력을 가진 사람 중에서 게임을 더 많이 하는 사람들이 덜 하는 사람보다 시력이 더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게임을 하면 아주 미세한 것을 찾아내는 능력을 갖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시력이 아주 나쁜 사람들을 대상으로 비디오 게임을 통해서 시력을 높이는 치료방법도 동원된다.

게임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갖는 독특한 능력 중의 하나는 세상의 주변에 있는 물체들을 추적하는 능력이다. 게임을 많이 사람들에게는 동시에 여러 사물들을 추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고, 이는 우리가 운전을 할 때 주변의 사물을 동시에 잘 보고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시켜준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다핀은 주의력의 방향을 조절하는 대뇌피질, 주의력을 유지해주는 전두엽, 갈등을 조절하고 해결하는 전측대상회 모두 액션게임을 하는 사람에게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사실이 실험을 통해 입증되었다고 말한다.

게임 이론가이자 비평가인 톰 체트필드(Tom Chatfield)는 게임이 뇌에게 보상을 줄 수 있는 7가지 방법을 소개했다. 그는 게임의 작동원리 중에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 “보상”이라고 말한다. 게임에서 보상은 다양한 형태로 게이머에게 제공된다. 어떤 경우는 시간과 돈을 투자한 게이머에게 게임의 능력치를 올려주고, 어떤 경우는 자신이 갖고 싶어 하는 이아템이 주어지기도 한다. 그는 뇌의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게임에서 사용하는 보상체계를 응용할 것을 제안한다. 그는 게임이 뇌에 보상을 줄 수 있는 7가지 방법으로, 행동의 진전을 측정하는 경험,  장단기 목표 설정, 노력에 대한 보상, 빠르고 분명한 피드백, 불확실성의 요소, 도파민, 연대와 협력을 제시한다. 이러한 7가지 방법은 모두 게임의 중요한 원리들이고, 이 원리들은 뇌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한다고 본다. 특히 많은 정신의학자들이 게임중독의 부정적 근거로 제시하는 도파민은 오히려 기억과 자신감을 심어주어 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게임을 많이 하면 뇌가 죽고, 마약중독자처럼 된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가설에 불과하다. 게임디자이너인 제인 멕고니갈(Jane McGonigal)은 자신이 뇌진탕을 당하고 심하게 두통에 시달렸을 때, 게임을 하지 말라는 의사의 권고를 어기고 게임을 신나게 즐겼을 때, 놀랍게도 두통이 사라졌다는 개인적 경험을 소개한 바 있다. 사망선고를 받은 환자를 돌보는 호스피스 종사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죽음을 앞둔 환자들이 후회하는 다섯 가지가 있다고 한다. 그것은 너무 일을 많이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걸, 친구들과 계속해서 연락하고 살았으면 좋았을 걸, 내가 더 행복했으면 좋았을 걸, 내 자신을 좀 더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으면 좋았을 걸,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이루며 살았으면 좋았을 걸이다. 제인은 이런 후회의 이면에는 게임의 욕망이 숨어있다고 말한다. 놀이, 아바타, 아이템, 캐릭터와 같은 게임의 요소들이 인생의 후회를 메워줄 수 있는 것이라고 상상하면 노동으로 피곤한 뇌가 행복해지지 않을까?

 

카테고리: 알림 | Comments Off

[뉴스레터3호][칼럼] 혐오 발화와 표현의 자유(권명아)

혐오 발화와 표현의 자유

 

권명아

 

 

롯데의 외국인 투수 쉐인 유먼이 인종차별적인 혐오발화를 비판하는 의미로 ‘말조심’, ‘누군가 듣고 있다’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만들었다고 몇몇 신문이 전한 바 있다.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는 “에볼라 바이러스 때문에 당분간 아프리카 사람을 받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를 거리에 내걸었다.세계적 모델 에릭 오몬디는 이에 대해 “인종주의는 그만(Stop Racism)”이라는 제목의 비판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하였다. 어떤 기사에서는 인종차별이 한국만 심각한 건 아닌데, 이런 사태가 마치 한국만의 문제인 것처럼 과장하면 안 된다고 논평을 하기도 했다. 오히려 근본적 문제는 한국 사회에는 이러한 식의 언어 표현이나 행동이 혐오 발화나 증오 행동과 같은 특수한 형태의 폭력이라는 것에 대한 인식이 거의 부재하다는 점에 있다. 즉 자신이 하는 말과 행동이 폭력이라는 인식이 없고, 그 행동에 대한 문제제기 역시 폭력 비판이라는 차원에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역으로 이런 식의 폭력이 마치 표현의 자유이기라도 한 것처럼 전도되는 사례도 빈번하게 나타난다.

 

피해자를 공격하고 소수자를 증오하는 사회

혐오 발화는 인종주의, 성차별주의, 지역차별주의와 같이 이미 구성된 사회적 배제와 적대를 토대로 형성되는 상징적 폭력이다. 특히 혐오 발화는 사회적 약자가 지닌 ‘차이’를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다. 한국인들이 가장 잘 알고 있는 혐오 발화는 ‘조센징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외치는 일본 극우파의 발언이다. 일본 내에서 이런 혐오 발화와 증오 행동을 이끄는 단체의 이름은 ‘재일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재특회)’이다. 일본 내의 소수 인종인 ‘조선인’의 권리 요구가 재특회에게는 특혜로 간주된다. 재특회는 조선인 학교 주위를 돌며 “조선학교를 일본에서 내쫓아라”, “스파이의 자식들”이라고 확성기로 외치며 시위를 하면서 이를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본 법원은 이에 대해 이들의 행위가 “(일본도 비준한) 인종차별철폐조약에서 규정한 인종차별에 해당하므로 위법이다”라며 시위를 금지하고 배상 명령 판결을 내렸다. 일본 사회에서는 혐오 발화에 대항하는 교육과 시민운동이 대학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 지점에서 이 글을 읽는 많은 독자들의 분노 에너지가 급상승하고 공감 지수도 높아질 것으로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혐오 발화를 일본 문제로 환원해버리면 참 속이 편하니 말이다. 그러나 이 경우는 어떤가. 단식 투쟁 중 병원에 후송된 김영오씨(유민이 아버지)에 대한 악의적 논란은 전형적인 혐오 발화의 특성을 보여준다. 기소권과 수사권이 있는 특별법을 요구하며 단식중인 김영오씨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면서 인터넷을 중심으로 퍼진 글들에는 여러 형태의 공격이 담겨있다. 지역차별(호남출신 공격), 계급차별이 뒤섞인 이 혐오 발화 사례에는 가족 형태에 대한 한국 사회의 전형적 편견까지 가세하고 있다. 이혼한 아버지의 자격과 진정성을 비판하는 글들은 법적 결속, 이성애적 결속 등 이른바 ‘정상 가족’ 이념에 근거한 차별 의식을 전형적으로 반복한다. 이 차별적 의식은 법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가족이나, 이른바 ‘정상가족’의 범위에 들지 못하는 다양한 가족을 ‘부적절하고 자격이 없는 것들’로 배제하는 논리를 함축한다.

 

폭력성에 대한 법적 규제와 교육, 사회관심 필요

일본의 경우 혐오 발화와 증오 행동 단체에 대해 법적 처벌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혐오 발화의 폭력성에 대해 무관심하고, 무책임한 한국 사회에도 이러한 법적 책임을 묻는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혐오 발화와 증오 행동의 폭력성과 책임을 묻는 일은 법의 심판만으로 완수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적 규제와 교육, 사회적인 관심의 확대는 혐오 발화의 위험성을 줄이는 가장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최소 조건에 대해 논하기에는 한국 사회의 실상은 참으로 비참하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공감하기는커녕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 일이 인간으로서의 근본적 윤리에 위배되는 일이라는 ‘최소한의 윤리’조차 부재한 것이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혐오 발화와 증오 행동의 책임을 묻는 일은 인류의 근본적 윤리를 묻는 일이다. 또한 혐오 발화에는 증오를 에너지로 소수자를 불태워버렸던 파시즘의 망령이 일렁인다는 점에서 혐오 발화가 넘쳐흘러나는 한국 사회는 역사의 심판대에 올라있다 할 것이다.

 

 

 

-원출처: (『부산일보』, 부일시론, 2014년 8월 26일)

카테고리: 알림 | Comments Off

[뉴스레터3호][소식] 문화과학 워크숍 다녀왔습니다.

문화과학 워크숍

[사진]

8월 22~23일, <문화/과학> 80호 특집기획과 기념단행본 발간을 위한 문화과학 워크숍이 파주 헤이리에서 1박 2일로 진행되었다. 편집위원 14명과 운영간사 1명, 아프콤과 디자인팀 5명 등 총 20명이 참가하였다. 두 차례의 편집회의가 심도 깊게 진행되었으며, 새벽이 깊도록 뒤풀이가 이어지면서 문화과학을 만드는 사람들로서의 우정을 돈독히 했다.

카테고리: 알림 | Comments Off

[뉴스레터3호][동정]

권경우 편집위원

-8월 5일~ 8월 26일까지 매주 화요일, 문화사회연구소에서 <문화비평 글쓰기 워크숍>, “사건과 배치로서의 글쓰기”를 강연함

 

김영선 편집위원

- 8월 8일(금) 7시에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시간센터(준)의 연속토론회 일환으로 ‘시간의 폭력: 장시간 노동의 돼지우리에서’란 주제로 발표

 

김정한 편집위원

- 8월 21일, 부산대학교 인문학연구소 주최의 여름문화이론특강 <현대이론과 주변읽기>에서 “서발턴, 5·18과 어떤 가족”이라는 주제로 발표하였음

 

이동연 편집위원

- 8월 13일 3시에 영등포 하자센터에서 열리는 문화연대 대안문화정책포럼

<서울, 창의문화예술교육을 준비하라>에서 ’서울 창의문화교육을 활성화를 위한 제언들’이란 주제로 발표

- 8월 25일-29일 <동아시아 전자상가 비교연구> 현장 조사 차 일본 동경 출장.  

 

조형근 편집위원

- 9월 19일, 협동조합 가장자리/격월간 <말과활>, 인문학협동조합, 연세대 국학연구원 HK사업단 주최로 연세대에서 열리는 <제3차 열린 토론회-세월호 이후의 한국사회, 어떻게 애도할 것인가>에서 “애도의 세 장면: 열사, 의문사, 그리고…”를 주제로 발표함

 

정원옥 편집위원

- 8월 21일, 부산대학교 인문학연구소 주최의 여름문화이론특강 <현대이론과 주변읽기>에서 ‘데리다, 의문사 사건과 애도의 정치’를 주제로 발표하였음

- 9월 19일, 연세대에서 열리는 <제3차 열린 토론회-세월호 이후의 한국사회, 어떻게 애도할 것인가>에서 “애도의 정치, “잊지 않겠습니다””를 주제로 발표함

카테고리: 알림 | Comments Off

[뉴스레터3호][연구자료] FORUM 문화콘텐츠 규제의 현황과 대안 자료집

게임 및 문화콘텐츠 규제 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FORUM 문화콘텐츠 규제의 현황과 대안

 

[토론문]규제시스템과 시장메커니즘 사이에서; 비판적 자율성에 관하여
나도원(음악평론가, 예술인소셜유니온(준) 공동위원장

 

 

-pp. 53-54 중에서 발췌-

대중음악에 대한 규제는 이명박 정권 이후에 더 크게 이슈화되었다.

“민주의 광장에는 말뚝이 박혀있고, 쇠사슬이 둘려 있고, 연설과 데모를 막기 위하 고급 승용차의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 고급차의 뒷자리의 두꺼운 유리창 밑에는 하얀 두루마리 휴지가 정액에의 봉사라도 기다리고 있는 듯 미소를 짓고 있다.”

오늘을 말하는 것 같지만 시인 김수영이 1968년에 《사상계》에 쓴 「지식인의 사회참여」의 한 부분이다. 그는 또 쓴다.

“문화도 수력발전소의 댐처럼 건설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만, 최고의 문화정책은 내버려두는 것이다. 제멋대로 내버려두는 것이다. 그러면 된다. 그런데 그러지를 않는다. 간섭을 하고 위협을 하고 탄압을 한다. 그리고 간섭을 하고 위협을 하고 탄압을 하는 것을 문화의 건설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 오늘날의 문화계의 실정이 원간잡지 기자들의 머리 세포 속까지 검열관의 ‘금제적 감정’이 파고 들어가 있다”
김수영은 이 글을 쓴 해에 사망했다. (pp. 53-54)

 

Download (PDF, 12.82MB)

카테고리: 알림 | Comments Off

[뉴스레터3호][안내] 9월, 문화연대의 행사

9월, 문화연대의 행사

 

1) 행동하는 기억 4.16

: 매주 토요일 오후 3시+4시16분, 시청앞 서울광장

 

 

2) <60만번의 트라이> 공동상영회

: 9월 24일(수) 오후 8시, 광화문 인디스페이스

 

 

3) 문화사회연구소 월례발표회

<망가와 초국가적 욕망 : 우라사와 나오키의 작품들을 중심으로>

(발표 : 강신규 / 언론문화연구소 연구원)

: 9월 16일 19시 30분, 문화연대 회의실

 

 

4) 문화사회연구소 예술행동 강좌

<예술행동의 이론 및 실천들>

(강사 : 이광석, 이원재)

: 10월 14일부터 11월 4일까지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30분(총 4회), 서교예술실험센터

 

카테고리: 알림 | Comments Off

[뉴스레터3호][연구자료]게임중독법 정책보고서(최종)

게임중독법 정책보고서(최종)

게임 및 문화콘텐츠 규제 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보고서를 발간하며> 중에서 발췌-

이 보고서는 <게임중독법>이 게임의 존재, 위상,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법이라는 우려 속에서 <게임중독법>의 문제가 무엇이고, 게임의 올바른 이해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 지를 분석, 정리한 보고서입니다. 보고서에는 <게임중독법>의 문제점, 게임콘텐츠 규제에 대한 대안, 게임콘텐츠의 가치에 대한 국내외 연구사례, <게임중독법>과 관련한 전문가들의 칼럼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본 정책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좋은 원고를 허락해주시고, 좋은 분석 연구 자료를 제공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아무쪼록 이 보고서가 <게임중독법>의 문제를 바로 알리고, 게임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시각이 제고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게임 및 문화콘텐츠 규제 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 박 재 동

 

Download (PDF, 8.6MB)

카테고리: 알림 | Comments Off

[뉴스레터3호][칼럼] 세월호 싸움은 ‘비인간성’에 대한 저항(노명우 인터뷰)

세월호 싸움은 ‘비인간성’에 대한 저항

 

 

인터뷰이_노명우(아주대 사회학과 교수)

“세월호에서 죽어간 자들을 기억하겠다는 이들의 싸움은 인간을 비인간화함으로써 질서를 유지해가려는 국가와 (인간성을 상실한) 비인간들의 지배에 대한 저항이다.”

사회학자인 노명우 아주대 교수(사진)는 2일 계간지 ‘문화과학’ 가을호 특집 ‘재난의 시간’에서 “세월호 침몰로 가면이 벗겨진 국가, 관료체제는 인간성을 상실한 ‘인간맹(盲)’의 눈을 지닌 채 세월호 탑승객들 어디에서도 법률상 인간이 아닌 사실상의 인간 모습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가와 관료체제, 사건에 무감각해진 사람들의 비인간성을 비판했다.
노 교수는 “인간맹 조직은 인간을 지우고 인간맹이 되기를 요구한다”며 “인간은 절대 대체 가능하고 보상 가능한 존재가 아님에도 불구, 인간맹이 대책을 논의하면 대책의 초점은 희생자의 보상으로 축소된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가 다수의 인민을 배제함으로써 그들을 비인간화하는 기구가 될 때 인민에게 남은 것은 자신이 인간임을 증명하기 위한 싸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명체들이 (세월호) 속에 들어 있건만 국가를 구성하고 있는 ‘침묵하는 다수’로 이뤄진 조직의 구성원들은 본능적인 도덕적 무감각을 드러냈다”며 “실종자에게 ‘실종’은 세상과 단절하는 치명적인 사건이고, 그의 가족은 단 한 번의 사건으로 치명적인 상흔을 갖게 되지만, 관리체계에서 실종자는 통계표의 한 칸을 겨우 차지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피로감’을 주장하면서 이제 ‘그만하자’는 사람들에게 노 교수는 “사건화를 통해 희생자들의 얼굴이 사라져가고 있을 때 유일하게 가능한 응수는 희생자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희생자의 대체불가능한 얼굴과 대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통사고 사망자의 숫자를 알려주는 거리의 전광판은 누군가의 눈에 흘러내렸을 눈물이나 절규를 사라지게 한다”며 “특정한 엄중한 순간도 하나의 사건으로 기록되면 그저 그런 사건 취급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야기는 억지로 사건이라는 틀로 꾸겨 넣어져 역사가 되어 간다”며 “서둘러 지은 기념관은 서둘러 비극의 이야기를 역사로 편입시키겠다는 행정주의적 사고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기억해야 하는가. 노 교수는 “우리는 인간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이유 이외에 또 어떤 이유가 필요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인간은 만들어진다. 인간됨은 모든 인류에게 보장된 특유성이 아니라 추구해야 하는 목적”이라며 “세상은 인간됨을 ‘기다리며 살아내고’ 있는 생명체와 인간됨의 자리에 부자됨, 권력을 얻음, 자리를 보존함을 대신 채워 놓은 ‘기다리지도 않으면서 살아가는’ 집단으로 양분된다”고 말했다.

 

 

 

-원출처:

경향신문 2014년 9월 2일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9022212075&code=940202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카테고리: 알림 | Comments Of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