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3호][칼럼] 세월호 싸움은 ‘비인간성’에 대한 저항(노명우 인터뷰)

세월호 싸움은 ‘비인간성’에 대한 저항

 

 

인터뷰이_노명우(아주대 사회학과 교수)

“세월호에서 죽어간 자들을 기억하겠다는 이들의 싸움은 인간을 비인간화함으로써 질서를 유지해가려는 국가와 (인간성을 상실한) 비인간들의 지배에 대한 저항이다.”

사회학자인 노명우 아주대 교수(사진)는 2일 계간지 ‘문화과학’ 가을호 특집 ‘재난의 시간’에서 “세월호 침몰로 가면이 벗겨진 국가, 관료체제는 인간성을 상실한 ‘인간맹(盲)’의 눈을 지닌 채 세월호 탑승객들 어디에서도 법률상 인간이 아닌 사실상의 인간 모습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가와 관료체제, 사건에 무감각해진 사람들의 비인간성을 비판했다.
노 교수는 “인간맹 조직은 인간을 지우고 인간맹이 되기를 요구한다”며 “인간은 절대 대체 가능하고 보상 가능한 존재가 아님에도 불구, 인간맹이 대책을 논의하면 대책의 초점은 희생자의 보상으로 축소된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가 다수의 인민을 배제함으로써 그들을 비인간화하는 기구가 될 때 인민에게 남은 것은 자신이 인간임을 증명하기 위한 싸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명체들이 (세월호) 속에 들어 있건만 국가를 구성하고 있는 ‘침묵하는 다수’로 이뤄진 조직의 구성원들은 본능적인 도덕적 무감각을 드러냈다”며 “실종자에게 ‘실종’은 세상과 단절하는 치명적인 사건이고, 그의 가족은 단 한 번의 사건으로 치명적인 상흔을 갖게 되지만, 관리체계에서 실종자는 통계표의 한 칸을 겨우 차지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피로감’을 주장하면서 이제 ‘그만하자’는 사람들에게 노 교수는 “사건화를 통해 희생자들의 얼굴이 사라져가고 있을 때 유일하게 가능한 응수는 희생자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희생자의 대체불가능한 얼굴과 대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통사고 사망자의 숫자를 알려주는 거리의 전광판은 누군가의 눈에 흘러내렸을 눈물이나 절규를 사라지게 한다”며 “특정한 엄중한 순간도 하나의 사건으로 기록되면 그저 그런 사건 취급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야기는 억지로 사건이라는 틀로 꾸겨 넣어져 역사가 되어 간다”며 “서둘러 지은 기념관은 서둘러 비극의 이야기를 역사로 편입시키겠다는 행정주의적 사고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기억해야 하는가. 노 교수는 “우리는 인간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이유 이외에 또 어떤 이유가 필요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인간은 만들어진다. 인간됨은 모든 인류에게 보장된 특유성이 아니라 추구해야 하는 목적”이라며 “세상은 인간됨을 ‘기다리며 살아내고’ 있는 생명체와 인간됨의 자리에 부자됨, 권력을 얻음, 자리를 보존함을 대신 채워 놓은 ‘기다리지도 않으면서 살아가는’ 집단으로 양분된다”고 말했다.

 

 

 

-원출처:

경향신문 2014년 9월 2일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9022212075&code=940202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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