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3호][연구답사] 사진으로 보는 아카하바라 전자상가 공간문화의 주름들(이동연)

사진으로 보는 아카하바라 전자상가 공간문화의 주름들

 

 

 

이동연(계간 <문화/과학> 편집인, 한예종 교수)

 

 

한국, 일본, 대만, 홍콩의 아시아 전자상가 비교 연구를 위해 8월 25일부터 29일까 동경 아카아바라 전자상가에서 4박 5일간 머무르면서 인터뷰와 방문조사를 실시했다.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소개하면서 아키아바라의 공간문화의 주름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아키아바라 전자상사의 오랜 역사를 보여주는 가게에 게시된 사진을 다시 찍은 사진들이다. 왼쪽 사진은 일본 패전 이후 1946년 아키아바라 전자상가의 거리. 이 당시에는 주로 채소가게들이 많았다고 한다. 1950년대부터 미군기지로부터 흘러나온 통신 관련 제품들이 노점이나 자판 가게들을 통해 판매되었다고 한다. 오른쪽 사진은 정확한 시대를 알 수 없지만, 대체로 1950-60년대로 추정된다. 아키아바라 전자상가가 노점 자판 시대를 지나 공식적으로 상점이 들어선 시대. 주로 이 시대에 아키아바라는 라디오 조립 광이나 무선 통신 광들이 많이 찾은 곳이라고 한다.

아카아바라 메인 거리에서 왼쪽으로 가면 옛날의 모습을 지닌 상가들이 있다. <추월전자>는 주로 아날로그 전자회로를 만드는 사람들이 부품을 사기위해 오는 가게이다. 이 안에 들어가면 사람들이 매우 북적거린다. 아직도 아날로스 회로를 제작하는 사람들이 많냐고 물어보자 우리를 안내했던 유명한 라디오 DIY 액티비스트인 테츠오 코가와선생은 대학 공대 연구실에서 아직도 이런 식의 아날로그 식 회로를 많이 만들어서 이 사람들이 많이 가게를 찾는다고 한다. 다음날 우리를 안내했던 일본 노동 넷의 공동대표인 야마다 유키히로 선생은 무선 핀마이크를 만들기 위해 부품을 이 가게에서 구입하기도 했다. 여기서 부품을 사고 핀마이크를 만들면 10만원이 넘는 마이크를 1만원에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오른쪽은 빌딩의 이름은 알 수 없지만, 과거에는 이 빌딩이 컴퓨터 PC 조립품들을 판매하던 곳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주로 메이드 카페로 사용된다고 한다. 아키아바라 공간의 변화를 볼 수 있는 사진이다.

 

아키아바라 거리에 많이 볼 수 있는 일본의 대표적인 아케이드 게임회사 ‘세가’(SEGA) 빌딩에 있는 전자오락 게임. 교복을 입은 여고생을 타겟으로 한 슈팅게임이다. 일본에서는 한국에서 이용이 허용되지 않는 하드코어 게임들을 일반 전자오락실에서 즐길 수 있다. 아키아바라 전자상가에는 성인용품만 별도로 파는 독립빌딩이 있다. 오른쪽 사진은 지하 1층에 있는 일본 성인 A/V 판매 DVD이다. 각자 자신들의 이름을 걸고 성인 DVD를 팔고 있다. 이밖에 이 빌딩에는 층별로 남성, 여성용 성기구, 사도마조히즘을 즐기는 각종 도구들, 성적 패티시즘을 자극하는 원색의 란제리를 포함한 각종 복장들을 전시 판매하고 있다. 이 성인용품 판매 빌딩에는 젊은 남성, 여성, 커플, 노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찾는다.

 

이 사진은 아키아바라에서 공연하는 AKB48의 극장 내부에 게시된 멤버들의 사진이다. AKB48은 일본을 대표하는 여성 아이돌 그룹으로 100명이 넘는 멤버들이 A조, K조, B조로 나뉘어 매일 아카아바라 극장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AKB48은 처음에 아카아바라 전자상가 거리에서 공연을 하면서 유명해진 ‘지하아이돌’ 출신이다. 일본에서 지하아이돌은 주류 방송에 출연하기 전에 거리나 상점에서 자신의 음악들을 홍보하는 그룹들을 지칭한다. 일본에는 아이돌 그룹들도 언더그라운드, 혹은 인디 아이들이 별도의 활동을 한다. 아키아바라 전자상가를 돌아다니다보면, 이런 지하아이돌의 공연을 볼 수 있다. 오른쪽 사진은아카아바라 전자상가 역에 게시된 사진으로 지하아이돌 그룹의 한 팀이 자신들의 활동 재개를 선전하는 포스터이다.

아키아바라에 가면 가게와 상품을 홍보하는 수많은 메이드 복장을 한 여성들을 만날 수 있다. 일본에서메이드문화는 2000년대 초반에 매우 성행했다고 한다. 메이드 카페들도 많이 생겨났고, 거리의 판촉여성들이 모두 메이드북장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일본 메이드문화는 많이 쇠퇴했고 아키아바라 전자상가만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왼쪽 사진은 아키아바라의 전자상가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인 ‘코로나’에서 시중을 드는 메이드를 찍은 것이다. 코로나 카페는 1970년대부터 같은 장소에서 영업을 하고카페안의 탁자나 의자나 장식물들을 거의 변화하지 않았지만, 유일하게 변화한 것은 카페 서빙을 하는 여성이 메이드 복장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오른쪽 건물은 아키아바라 전자상가 역에서 나오면 바로 볼 수 있는 ‘라디오카이칸’이란 건물이다. 이 건물은 원래 가장 오래된 아키아바라 전자상가였지만, 지금 이 빌딩은 성인만화잡지, 피규어,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의 브로마이드를 파는 가게들로 거의 채워져 있다.

 

 

왼쪽 사진은 과거 아키아바라 역이 있었던 곳이다. 지금은 도심 재개발 정책 차원에서 역의 자리를 다른 곳으로 양보하고 현대식 카페들이 들어서 있다. 이 자리는 한국의 청계천처럼 천변이 흐르고 있다. 세운상가도 오세훈 시장 시절에 대형 초고층빌딩을 건립하기로 했지만, 박원순 시장 재임 이후에는 보존하기도 결정하였다. 아키아바라의 전자상가 역시 지금의 상업지구가 들어 선 것도 동경도의 도시 재개발 정책 때문이다. 도쿄도는 아키아바라의 본래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오타쿠 문화와 동시대 문화콘텐츠를접목하여 이곳을 글로벌 상업지구로 바꾸었다. 지금의 아키아바라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콘텐츠웨어가 공존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아키아바라가 오타쿠 문화의 소비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는 가운데에도 여전히 과거 라디오, PC조립의 전자상가 시절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 가게들도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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