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19호][연구자료] 2016 <문화/과학> 한·중·일 컨퍼런스 자료집

2016 <문화/과학> 한·중·일 컨퍼런스 자료집

지난 11월 18일(금), 19일(토) 양일 간 부산과 서울에서 ‘동아시아 청년문화’를 주제로 한·중·일 컨퍼런스가 열렸습니다.

먼저, 11월 18일(금) 부산 BEXCO 본관 212호에서 한·중·일 연구자들이 ‘동아시아 권역의 디지털 부족과 청년문화’를 이야기했습니다. 서울과학기술대의 이광석 교수, 리쓰메이칸대학교 대학원의 요시다 히로시 교수, 베이징사범대학교의 허웨이 교수 등 총 8명의 발표자가 참여해 디지털 시대 동아시아 청년들의 문화적 일상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조망하는 흥미로운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또, 11월 19일(토) 중앙대학교 310관 B502호에서 열린 세미나는 <사회적 재난 이후 동아시아 청년문화의 새로운 흐름>이라는 주제로 시의성 있는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문화비평가이자 만화작가인 오스카 에이지를 포함하여 중앙대학교 오창은 교수, 마카오과학기술대학교 장거하오 교수 등이 참여해, 최근 동아시아에서 일어난 사회적 재난 이후 청년들 문화와 일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비판적으로 논의했습니다.

이번 컨퍼런스는 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 NHN엔터, 넥슨, 엔씨소프트의 후원으로 <문화/과학>, 문화사회연구소,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대학원이 공동 주최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나누었던 논의들을 공유하실 수 있도록 소중한 자료집을 첨부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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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19호][신간안내] 김대성. 무한한 하나. (산지니, 2016).

 

▶ 타자와 자신을 읽는 글쓰기로 문학 세계를 탐구

독점의 하나가 아닌 평등한 이들의 이름, 무한한 하나

2007년 『작가세계』 평론 부분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김대성 평론가의 첫 번째 평론집. 평론집은 노동, 지역, 공동체, 공생 등 타자와 자신을 읽는 글쓰기로 문학의 세계를 탐구한다. 김대성 평론가는 글쓰기를 ‘한 사람’을 무한하게 만나기 위한 시도로서 모든 ‘하나’가 공평하게 나눠 가지는 속성에 가깝다고 말한다. 이는 지배와 독점을 근간으로 ‘군림하는 하나’가 아닌 미미하지만 평등한 이들의 이름, ‘무한한 하나’를 뜻한다.

이 책에 묶인 다양한 평문은 글 쓴 평론가 자신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문학과 글쓰기, 평론과 삶이 어떻게 하면 공존할까 하는 고민의 흔적이 보인다. 백무산 시를 분석하면서 자신의 아버지가 용접공으로서 고단하게 살아온 노동자의 삶을 이야기한다. 정태규 소설가의 서평 글에서는 지난날 처음 만난 정태규 소설가에게 부탁받은 소설집 발제문을 가혹할 정도로 비판했던 치기 어린 자신을 반성한다. 이처럼 김대성 평론가는 자신과 비평의 삶을 분리하지 않고 “수행의 발판을 삼으며 공동적인 것을 향한 실천의 의지를”(구모룡 문학평론가) 놓지 않고 있다.

“그의 비평은 타자와 자기를 포개고 섞으면서 살아있는 문장을 생성하려는 아슬한 모험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하나이면서 여럿이고 무한으로 나아가는 존재의 가능성과 불가능성, 이반과 탈주, 소외와 공생, 고통과 죽음을 말하고자 한다. (…)그의 글에는 타자와 세계를 읽는 비평가의 비애가 묻어난다. 그리고 다른 곳을 사유하는 비평가적 신체가 문장의 배면으로부터 은근하게 드러난다.” – 구모룡(문학평론가)

 

▶ 주변부과 공동체에 대한 고민

1부는 주변부를 탐색한 글로 묶었다. 백무산, 박완서, 김중혁 등의 글로 연약한 존재들이 자신의 힘으로 깊이와 무게를 더해가는 고투의 이력을 탐색했다. 2부는 공동체에 대한 고민을 담은 글로 묶었다. 공동체에 대한 사유를 멈추어선 안 된다고 말하며 문학을 통해 공동체 안과 밖을 탐구한다. 처음 청탁받아 쓴 「고통의 공동체」와 몇 년 후에 쓴 「불가능한 공동체」로 공동체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읽어내는 것도 흥미롭다. 3부는 정익진, 김이듬, 송재학 시인 등의 시적 세계를 탐문하며 시인과 시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를 읽을 수 있다.

 

▶ 비평한다는 것과 지역적인 것

4부에 수록된 글은 지역적인 것에 대한 생각이 담겨 있다. 요산 김정한, 조명숙, 정영선 등 부산 지역 작가의 작품을 주목하면서, 지역이란 개념과 ‘지역 작가’라고 부르는 것에 대한 의미가 무엇인지 탐구했다. 지역을 단일화로 환원하지 말고 특색을 지닌 개별적인 곳으로 바라보길 당부한다. 5부는 서평 형식의 글로 진은영, 정태규, 정형남, 김영민 등의 문학 세계를 분석했다.

“‘지방’이 아닌 ‘지역’이라고 명명한다고 해서 중앙과 주변의 이분법적 도식이 손쉽게 극복되는 것은 아니다. ‘지역’이라는 프레임 안에 자리하고 있는 ‘지역 작가’라는 명명 속에도 이미 ‘위계화’에 의한 차별과 소외라는 핸디캡을 안고 작업을 하는 ‘핍박받고 있는 존재’라는 의미가 각인되어 있다는 점을 부정하기는 힘들다.” – 「부산스러운, 하나가 아닌 여럿인」 277쪽

 

▶ 비평가로서 글쓰기 

이 책에서는 김대성 평론가가 비평가로서 가지는 글쓰기에 대한 사유와 고뇌를 느낄 수 있다. 사람들에게 글쓰기는 촘촘한 연결망에서 외부와 소통하기 위한 통로이기도 하고, 일상적 글쓰기가 확대되면서 더 이상 쓰기가 전문가의 영역이 아니게 되었다. 이런 시대에, 비평가로서 글쓰기가 어떤 의미인지, 생산성과 실천성을 보일 수 있는지 되물으며 글쓰기에 대한 나름의 이유를 발견한다.

“첫 평론집은 독자에게도 평론가에게도 드물고 귀한 기록이다. 날이 잔뜩 선 첫 평론집의 세계는 안주하지 않는, 아니 안주할 영토를 찾지 않는 비판의 공간이 가장 무한하게 펼쳐진 자리이다. 그 무한한 자리가 전율과 공포로 아로새겨져 있는 것은 필연이다. 영원히 침묵하는 무한한 공간 앞에서, 전율과 공포 속에서도, 헛되이 사라질 말의 조각을 던지는 일, 그것이야말로 ‘쓰기’의 존재 이유이다. 『무한한 하나: 몫 없는 이들의 문서고』는 그런 ‘쓰기’의 존재 이유를 묻는 책이다.” – 권명아(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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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19호][연구자료] 2017년 문화예산, 임시방편에 머문 꼬리 자르기에 머물다 – 게이트를 넘어서 문화농당 구조개혁으로 (김상철)

2017년 문화예산, 임시방편에 머문 꼬리 자르기에 머물다

- 게이트를 넘어서 문화농당 구조개혁으로

김상철 (예술인소셜유니온 운영위원)

 

  1. 2017년 문화부예산: 달아나는 관료, 편승하는 국회

 

○ 문화융성을 국정 3대 기조 중에 하나로 꼽은 박근혜 정부의 문화부 예산을 실질적으로 꾸준히 양적 증가를 해왔음.

 

  • 2014년 문화부예산이 4조 4,224억원으로 전체 정부재정의 1.5%를 차지했는데, 2017년 문화부 예산은 5조 9,104억원으로 3년 동안 1조 5천억원이 늘어났음. 이는 정부예산이 2014년 대비 7.9% 늘어난 것에 비하면 30% 이상 증가한 것이기 때문에 비약적인 증가라고 할 수 있음.

 

  • 그 때문인지 박근혜 정부에 있어 문화재정은 큰 관심사가 아니었음. 공모과정의 정당성이나 문화예술위원회 등 문화기구들의 관료화,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이상한 사업들이 구설수에 오르긴 했어도 문화재정의 총량적인 만족감은 높았던 것으로 보임.

 

○ 그 때문인지, 2017년 문화부예산을 둘러싼 상황은 하나의 촌극이라고 부를 만함. 특히 전반적인 2017년 정부예산이 박근혜 게이트의 과정에서 별다른 국민적 토론이나 언론의 관심도 없이 예산안이 확정되고 말았는데, 특히 게이트의 핵심 영역이었던 문화예산 역시 언론의 관심에 비해 실제 예산 확정 결과에 대한 관심은 낮은 편임.

 

  • 계량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번 문화부 예산심의 과정의 특징은 증액 예산이라고 할 수 있음. 통상적으로 문화부 예산이 예산 심의 과정에서 끼어넣기가 많은 분야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박근혜 게이트 국면에서의 국회 끼어넣기 예산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긴 힘듬.

 

○ 특히 논란을 예상한 듯 문화부는 문화부는 당초 751억원의 삭감안을 제출했으나 국회 심의 과정에서 141억원이 늘어난 892억원을 삭감하겠다는 자체 삭감계획을 제출했음.

 

  • 최종적으로 감액사업은 단위사업 기준으로 50개의 사업에 1,991억원이 삭감되었고 87개 단위사업 903억원이 증액되었음. 이에 따라 전체 감액규모는 1,088억원 규모로 확정되었음.

 

 

 

   

<2017년 문화예산 국회심의 결과>(단위: 건, 백만원)

 

○ 하지만 신규사업들이 대부분 국회를 통한 민원성 지역개발 사업이라는 점에서 볼 때, 소위 박근혜 게이트 사업에 대한 징벌적 삭감은 있었을지 모르지만 기본적인 끼워넣기 편성이 사라졌다 보기는 힘듬.

 

- 증액사업 중 문제가 되는 것은 당초 정부 예산안에 반영되어 있지 않는 ‘국회 신규사업’의 경우인데, 총 446억원에 달해 전체 증액의 4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남. 이 중 일반회계 사업은 많은 경우 일회성 행사사업이나 시설지원사업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지특회계 사업 지역민원성 사업으로 집중되어 있음.

 

 

 

 

<지특사업(신규증액) 목록>

사업명 사업액(백만원)
(부산 수영고가교 하부 B-Con  그라운드 조성) 200
(섬진강 에코뮤지엄 사업) 2,600
(고구려 수변테마마을 조성) 300
(청풍물길 100리 생태탐방로 조성) 300
(지질예술공원 조성) 300
(장수발효고택마을) 230
(진안 부귀산 별빛고원 조성) 1,000
(순창 참살이 발효마을 조성) 700
(예당호 착한농촌체험 세상(충남 예산)) 1,000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플랫폼 조성) 1,000
(아시아음식문화지구) 1,000

 

 

○ 문제는 이런 신규사업의 특징이 현행 법률에 따르면, 국회의 자체적인 기능이 아니라 문화부 등 행정부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데 있음.

<헌법>

제57조 국회는 정부의 동의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

 

<국회법> 제84조(예산안ㆍ결산의 회부 및 심사)

⑤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소관상임위원회의 예비심사내용을 존중하여야 하며, 소관상임위원회에서 삭감한 세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게 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경우에는 소관상임위원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다만, 새 비목의 설치에 대한 동의요청이 소관상임위원회에 회부되어 그 회부된 때부터 72시간 이내에 동의여부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통지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소관상임위원회의 동의가 있는 것으로 본다.

 

 

  • 즉 사실상 게이트 국면에서 국회예산 심의 과정이 사실상 행정관료들과의 협의를 통해서 예산이 반영되는 상황이었다는 것을 보여줌. 국회 밖에서는 국정 자체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해 있는 상황인데도 국회 내에서는 행정부와 일종의 예산 거래를 통해서 지역 민원성 사업이 반영되고 있었던 것이며 이는 문화부 및 해당 상임위의 묵인을 통해서 진행되었다는 것을 의미함.

 

○ 최근 기금고갈의 위기에 처해 있는 문화예술진흥기금의 경우에도 해당 기금의 설치목적과 맞지 않는 기관운영비가 지속적으로 편성되어 왔었음.

 

  • 예술경영센터의 운영비 48억원이 포함되어 있던 것은 물론이고 기금의 취지와 어긋나는 예술활동의 관광자원화 사업도 110억원 가까이 편성되었음. 대부분 민간위탁 사업으로 진행되는 행사성 지원사업이나 예술인력육성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기관 운영비용 역시 문화예술진흥기금으로 편성되어 왔던 것이 드러났음.

 

  • 국회에서는 해당 사항을 일반회계로 전환시키긴 했으나, 그동안 문화예술진흥기금의 고갈 자체에만 주목했을 뿐 해당 사업의 기금목적에 따른 평가를 소홀히 했던 것을 간과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음.

 

<문화예술진흥기금 내 기관운영지원금 현황>(단위: 백만원)

세부사업명 ’17안 내역사업명
문화예술사회적인식제고 4,874 예술경영센터 지원: 4,874
공연예술활용관광자원화 11,042 공연예술전략적해외진출지원: 2,200

전통예술해외아트마켓참가 및 해외진출지원: 1,500

세계무형문화유산 활용 관광자원화: 1,628

전통고궁공연 관광상품화: 1,400

전통공연예술활동지원: 2,514

경주지역브랜드상설공연: 1,800

예술창작지원 3,034 서울국제공연예술제: 960

창작뮤지컬육성: 400

대한민국오페라축제: 720

대한민국발레축제: 360

신년음악회: 414

해비치아트페스티벌: 414

예술인력육성 1,400 전문무용수센터 지원:: 1,300

공연예술창작산실: 100

합계 20,350 ‘문화예술단체 운영지원’ 사업으로 203억 5,000만원 이관

 

 

○ 하지만 소위 문화예산 중 최순실 예산은 하나의 개별 사업의 증감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음. 그것이 바로 중기재정전략계획에 대한 것임.

 

- 정부는 매년 5월 국가재정전략회의를 통해서 국회에 제출할 국가재정운용계획(5년 중기계획)을 마련함. 사실상 해당 정부의 중기적인 정책방향이 담기는 문서로 각 년도 부처별 예산편성의 가이드라인이 되는 문서임.

 

제7조(국가재정운용계획의 수립 등) ①정부는 재정운용의 효율화와 건전화를 위하여 매년 당해 회계연도부터 5회계연도 이상의 기간에 대한 재정운용계획(이하 “국가재정운용계획”이라 한다)을 수립하여 회계연도 개시 120일 전까지 국회에 제출하여야 한다.  <개정 2013.5.28.>

②국가재정운용계획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이 포함되어야 한다.  <개정 2010.5.17.>

1. 재정운용의 기본방향과 목표

2. 중·장기 재정전망

3. 분야별 재원배분계획 및 투자방향

4. 재정규모증가율 및 그 근거

4의2. 의무지출(재정지출 중 법률에 따라 지출의무가 발생하고 법령에 따라 지출규모가 결정되는 법정지출 및 이자지출을 말하며, 그 구체적인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의 증가율 및 산출내역

4의3. 재량지출(재정지출에서 의무지출을 제외한 지출을 말한다)의 증가율에 대한 분야별 전망과 근거 및 관리계획

4의4. 세입·세외수입·기금수입 등 재정수입의 증가율 및 그 근거

5. 조세부담률 및 국민부담률 전망

6. 통합재정수지에 대한 전망과 근거 및 관리계획

7. 삭제  <2010.5.17.>

8. 그 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항

③ 제1항에 따라 국회에 제출하는 국가재정운용계획에는 다음 각 호의 서류를 첨부하여야 한다.  <신설 2010.5.17., 2014.1.1.>

1. 전년도에 수립한 국가재정운용계획 대비 변동사항, 변동요인 및 관리계획 등에 대한 평가·분석보고서

2. 제73조의3에 따른 중장기 기금재정관리계획

3. 제91조에 따른 국가채무관리계획

4. 「국세기본법」 제20조의2에 따른 중장기 조세정책운용계획

 

 

○ 2013년도부터 올해까지의 국가재정운용계획을 검토한 결과, 2013년~2015년까지는 문화향유-창조경제-생활체육-관광산업이라는 4가지 전략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문화정책의 흐름을 보이다가, 2016년에는 ‘문화창조융합벨트’라는 개념사업이 등장하고 가상현실 기술을 매개로 하는 단위 사업이 신규로 편성된 것이 나타남.

 

  • 또한 태권도를 매개로 하는 고부가가치 사업화가 등장을 하고, 근현대유산을 활용한 K 헤리티지 인이라는 사업이 눈에 띔.

 

○ 전반적으로 국가재정운영계획의 틀이 바뀌었다고 보긴 힘드나, 기존의 단위 사업에 불과했던 특정 콘텐츠 기술사업이 주요한 전략사업으로 등장한 것은 분명 독특한 현상이고 정부의 문화정책 기조가 2016년을 기점으로 변화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평가할 수 있음.

 

  • 특히 평창동계올림픽을 매개로 하는 가상현실 사업과 태권도 산업육성은 사실 맥락을 쉽게 발견하기 힘든 사업이라고 봄.

 

<각년도 국가재정운용계획 중 문화 분야 주요 내용>

2013 2014 2015 2016
□ 생활 속 문화예술 향유체계 강화

  • 복합형 문화 커뮤니티센터 조성
  • 산업단지나 폐산업시설에 문화공간과 문화 상징물을 조성함(2014년 10곳)
  • 인문학 진흥 사업

 

□ 창조경제를 견인할 콘텐츠산업 집중육성

  • 위풍당당 콘텐츠코리아 펀드 신규 조성(700억원)
  • 콘텐츠코리아 랩 확대(2014년 3곳), 문화산업 R&D강화

 

□ 외래관광객 유치 여건 개선 및 고부가가치 관광콘텐츠 육성

  • 관광산업 융자 확대(2,330억원 증)
  • MICE, 의료관광, 크루즈 등 육성 및 캠핑장 조성 확대

 

□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의 동반성장을 통한 스포츠 선진국 구현

  •  총합형 스포츠클럽 육성
  • 국가대표 종합훈련장 조성(17년)
□ 일상 속 문화융성 체감 확산

  • 문화가 있는 날 활성화
  • 유휴공간의 복합문화예술공간 조성
  • 인문학 진흥 사업

 

□ 창조경제를 견일할 콘텐츠산업 집중 육성

  • 콘텐츠펀드 확대, 애니메이션 제작지원(신규), 지역기반 콘텐츠 산업 개발자금 지원(신규)
  • 콘텐츠코리아랩, 게임개발센터, 스토리창작센터 확대

 

□ 고부가가치 문화산업 육성

  • 관광인프라 확대를 위한 융자 확대
  • MICE, 의료관광,크루즈 등 육성 및 캠핑장 조성 확대

 

□ 생활체육 인프라 조성 및 프로그램 지원

  • 국민체육센터, 개방형 학교체육관 건립(15년 340개교) 지원
  • 총합형 스포츠 클럽 확대 및 국민체력 인증제 확대

 

□ 전문체육 육성 및 국제대회 성공개최를 통한 국제적 위상제고

 

□ 모든 국민이 쉽게 누릴 수 있는 생활 속 문화향유 기반 확충

- 찾아가는 지역순회 공연 확대, 세대별 문화 체험․교육 프로그램 확대

- 예술인의 안정적인 창작환경 조성, 복합문화예술 공간 확충

 

□ 고부가가치 콘텐츠 산업을 육성하여 양질의 청년 일자리 창출

- 아이디어의 기획․개발․제작․사업화까지 원스톱 서비스 제공

- 킬러 콘텐츠 육성, 해외 마케팅 활성화 및 수출경쟁력 강화 지원

 

□ 생활체육 활성화 및 국제경기대회의 성공적 개최 뒷받침

- 다양한 생활체육시설 조성 및 체육활동 프로그램 보급 촉진

- 평창동계올림픽 등 국제경기대회 인프라 지원 확대

 

□ 융․복합 관광 콘텐츠 개발을 통해 관광산업의 경쟁력 제고

- MICE․의료․크루즈 등 융․복합 고부가가치 전략 산업 육성

□ 생활 속 문화접점 확대로 국민체감도 제고

  • 문화가 있는 날 활성화
  • 인문학 진흥사업
  • 통합문화이용권 지원 강화, 생활문화센터 확충

 

□문화창조융합벨트 확산 및 콘텐츠를 통한 신성장동력 육성

-문화창조융합센터, 문화창조벤처단지, 문화창조아카데미로 이어지는 거점 조성

  • 가상현실 콘텐츠산업 육성 신설 및 게임분야 지원 확대
  • 위풍당당콘텐츠코리아펀드 융자 확대

 

□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개최 지원 및 생활체육 저변 확산

-D-365 등 주요한 계기별 대규모 문화행사 개최, 전통 소재를 활용한 오페라, 발레 등 제작

-가상현실, 인공지능 등 ICT 기반형 올림픽 체험관, 사물인터넷 시현단지 조성

-태권도 수련인구를 중심으로 전세계 온라인 네트워크 구축, 프리미엄 상품개발, 관람형 태권도 도입 등 태권도 시장 조성 및 고부가가치화

 

□ 고품격 관광자원 개발 및 관광산업 육성

  • 10개 권역별 관광자원화 진행
  • K뷰티, K드라마, K팝 등 한류 연계 관광상품개발 및 K컬쳐존 조성 운영
  • MICE, 의료관광 등 지원

 

□ 문화유산 활동 프로그램 개발과 활용 확대

-경복궁 궁궐촉전 확대 등 문화재 활용 체험프로그램 강화

-근대건축유산 및 고택을 활용한 K헤리티지 인 브랜드 구축(신규)

 

 

 

2. 이상한 문화정책 생태계: 중이 제 머리를 깍겠다 나서다

 

○ 11월 6일 문화부 자체 사업 점검 결과를 발표하는데, 45개 사업에 기존 3,385억원을 2,493억원으로 조정하는 안으로 892억원 삭감 계획을 제출함.

 

- 그에 앞서 10월 30일 조윤선 장관은 긴급간부회의 등을 통해서 ‘투명한 문체부로 재출발’하겠다고 밝혔지만, 해당 내용은 “아울러 각종 지원금, 계약, 인선 등과 관련해서는 시스템 구비 여부를 철저히 점검하고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업무체계를 구축, 보완하는 한편, 정책 추진 과정에서 규정에 입각하여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이 불필요한 부담이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도 마련키로 하였다.”에 방점이 찍힘.

 

- 뒤이어 11월 1일 정관주 문화부 제1차관을 팀장으로 하고 주요 실장들을 포괄하는 ‘문제사업 재점검검증 특별전담팀’을 구성하겠다고 밝힘.

 

○ 이와 같은 문화부 자체 점검은 두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데, 박근혜 게이트가 왜 문화정책에 깊숙이 연계될 수 밖에 없는지를 보여주는 단서라고 할 수 있음.

 

① 문화부 관료에 대한 알리바이

 

▪ 창조경제추진단장 겸 문화창조융합본부장이었던 여명숙 교수의 폭로로 확인할 수 있는 문화부 내부 카르텔이 건재함.

 

  • 이진식, 김경화, 최보근 등은 문화부 내에서 각각 관광정책과장, 예술정책과 서기관, 대중문화산업과장이 핵심적인 카르텔로 움직였다는 증언이 나옴.

 

  • 하지만 이들에 대한 문화부 차원의 조치는 보이지 않음. 특히 현재 문화부의 직제상 문화예술 생태계의 하나의 장르나 영역에 대한 정부 지원정책이 문화부의 하나의 부서에서 전담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해당 부서의 과장급인 이진식, 최보근, 김경화는 문화부 부패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음.

 

▪ 이들은 여전히 공공기관 내에 현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는데, 이와 같은 문화 관료들에 대한 징계나 파면 등이 수반되지 않는 문화부 개혁은 어불성설이라고 할 수 있음.

 

  • 이런 상황에서 문화부가 10월 30일과 11월 1일에 내놓은 내부 점검의 취지가 어디에 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사항임.

 

  • 사실상 문화부 고위 공무원에 대한 보호차원에서의 알리바이에 다름 아님. 의문은, 이제 와서 문제성 사업으로 인지된 사업들을 당초 부서별 예산편성할 때는 왜 점검하지 못했냐는 것으로 사실상 ‘범죄자가 스스로 수사관이 되는’우스운 상황이라고 할 수 밖에 없음.

 

▪ 그럼에도 이들이 직접적으로 문책을 받지 않는 것은 그만큼 문화예술생태계의 온정주의와 학벌주의, 연고주의 등이 뿌리깊게 내려와 있다는 반증임.

 

  • 아직까지도 ‘그 사람 참 좋은 사람인데’라는 인상비평이나 ‘그럴 사람이 아니다’고 단정짓는 사적인 멘트를 확인할 수 있는데, (1) 어떻게 행정고시 출신의 공무원을 그렇게 쉽게 동종업계 사람으로 인정하는지도 의문이고(통상 예술인 경계에 대해 얼마나 말이 많은가) (2) 기본적으로 공적 지위에 따른 책임과 개인적인 친소 관계가 그렇게 구분이 되지 않는지도 의문임.

 

  • 왜 박근혜 게이트에 문화예술분야가 주요 대상이 되었는지는 이런 문화예술생태계 자체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 문제, 단적으로는 ‘공적 인식’의 부재에 있다고 판단함.

 

② 부정부패 인식에 대한 거리감

 

▪ 이런 특징은 실제로 문화부가 만들어 놓은 TF에서 소위 문제성 사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도 잘 드러남.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부패에 대한 문화부 관료들의 인식으로 대부분 ‘법령에 문제가 없다’랄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음(*구체적인 사항은 해당 보고서를 요약한 첨부자료 참조).

 

  • 이를 테면 직접수행 사업 중에서 <대한민국 통합이미지 연구 및 개발 사업>의 경우 절반 삭감으로 15억원 유지 의견을 내는데, ‘계약당시 모르는 사실’이라고 눙침.

 

* 차은택은 자문 등으로도 참여한 바 없고, 보도 상 차은택 관련 업체로 알려진 ‘더플레이그라운드’, ‘엔박스에디트’, ‘머큐리포스트’, ‘유라이크커뮤니케이션즈’ 등과 계약 체결사실 없음

 

* 다만, ‘더플레이그라운드’ 회원사로 보도된 11개 업체 중 3개 업체(펜타브리드, 크리에이티브 부티크 갑, 크리에이티브 아레나)와 수의계약 또는 재하청 사실 있으나, 회원사 관련 사실 여부는 계약 당시 모르는 사실이었음

 

 

- 또 이와 연관하여 추진한 <정부상징체계 개발 및 홍보 사업>의 경우에도 직접수행 사업인데 완료되었고 법령에 의한 것이라 평가하기도 함(하지만 바로 그 대통령의 지시가 특혜였다는 것에는 인식이 다가가지 못함).

 

언론이 제기한 의혹의 근거들은 사실과 다르며, 계획수립부터 결과보고까지 관계 법령을 준수하고 공식적 절차에 따라 추진하여 ‘정부기에관한공고(대통령공고)’개정으로 완료된 사업임

 

 

▪ 한국관광공사가 수행한 <밀라노엑스포 한국관 조성 및 운영 사업>의 경우에는 아예 단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음. 특히 개막 5개월을 앞두고 총감독이 교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절차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임.

 

① 점검내용 및 결과

ㅇ 머큐리포스트의 영상물 제작용역 수주여부

- 시공테크와 머큐리포스트 간 5억원 상당의 영상S/W 제작 재하청 계약을 체결한 것은 사실

 

ㅇ 의혹 인물들과의 관련성

  – 해당 계약에 차은택, 송성각의 개입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나 문체부에서 직접 확인은 어려움

 

ㅇ 문체부/관광공사의 개입여부

- 문체부 또는 관광공사 직원이 시공테크에게 해당업체와의 계약을 요구하거나 기타 계약에 관여한 정황 없음이 확인됨

 

ㅇ 과도한 용역비 지급 여부

- 과도한 용역비를 지급했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밀라노엑스포 한국관 사업 정산 진행 중

* 단, 사업 주관기관인 관광공사에서 외부기관에 의뢰하여 실시한 사후 원가정산 결과 상 문제가 없어 정산상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

 

 

- <순방 계기 문화행사 사업>은 문화부가 직접 혹은 차은택 연관사인 플레이그라운드커뮤니케이션의 보조사업으로 진행되었는데 “논란이 되고 있는 케이스포츠재단 태권도 시범단의 경우 지급된 사례비가 다른 공연에 비해 과도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확인됨”, “법령 위반 사항 없음(대외비로 진행되는 순방 문화행사의 성격상 별도의 공모 절차 없이 보조사업자로 선정))이라고 평가하면서 향후 <오해>가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함.

 

  • 기본적으로 자신들은 대통령의 명령이나 장차관의 지시, 혹은 문서에 적혀 있는 계획대로 했을 뿐이고 지금에 와서 봐도 그것은 문제가 없다는 자기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음.

 

▪ 이런 인식의 단적인 측면은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순방 조차도 게이트의 도구로 사용했다 평가를 받는 이란 방문시의 한국문화원 설치에 대한 사항임.

 

  • 즉 현재 문화부는 ‘정책 내용을 판단한 능력이 상실’된 문화기술자들의 부서가 되었음. 하지만 이런 인식은 일차적으로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보신주의이지만, 더 심각하게는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부정 부패에 대한 인식과 완전히 동떨어진 ‘전문가주의’ 혹은 ‘소명의식’일 수 있음.

 

ㅇ ’17년 이란, 홍콩 문화원 신설 추진은 ’16. 3월 외교부, 행자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추진하는 사업으로, 국가 간 협약(이란) 등에 따라 사업을 추진할 계획임

  * vip 이란 순방 중 ‘17년 이란 문화원 신설 합의 및 양국 간 상호 문화원 설립에 관련 MOU체결(’16.5월)

 

 

  • 실제 44건의 문제성 사업을 검토하는 사항 중에서 ‘정책사업의 실질적 정당성’에 대한 질문의 답은 찾아볼 수 없고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고 모른다는 부인과 의미 축소만이 팽배함.

 

3. ‘선의의 피해자’를 넘어서 문화 개혁을 할 수 있을까

 

○ 국회나 문화부가 박근혜게이트라는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면피와 지역 선심성 예산에 올인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여러 가지 제도적 한계와 더불어 문화예술생태계에 널리 퍼진 ‘이원적 인식’이 있다고 생각함.

 

- 첫 번째는 아예 문화정책의 외부에 존재하는 소위 ‘독립적’ 씬이 굉장히 강력하게 존재한다는 점임. 이런 태도는 문화정책이 어떻게 입안되고 집행되는지와 관련없이 ‘정부 주도의 문화정책’ 자체로부터 벗어난 영역이라고 할 수 있음. 당연히 이런 입장에서 보면, 블랙리스트가 도덕적인 분노의 대상일 순 있어도 정책적 적폐로 인식하고 지속적인 개혁과제를 모색하는 부분은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 밖에 없음.

 

- 두 번째는 문화예술생태계의 구조가 사회 가치적 균열보다는 세대적/장르적 균열이 더욱 중요하게 반영하고 있기 때문임. 즉 정책의 판단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념적/가치적 측면보다는 오히려 ‘세대교체가 필요하다’Vs ‘젊은 사람들이 뭘 안다고 그러나’와 ‘특정 장르에 지원이 집중되었다’라는 인식이 일반적인 상황임. 이러다 보니 독립적으로 진보적인 정책영역이 제도화되었을 때에는 동등하게 정책평가의 대상이 되어야 하지만 ‘인적 관계’ 중심으로 접근하다 보니 온정적인 시각을 은연 중에 보이게 됨.

 

○ 그런데 이런 문화예술계의 특수성은 박근혜 게이트의 국면에서 동일하게 ‘선의의 피해자’론으로 수렴하고 있는 듯 보임.

 

  • 앞서 제기한 문화부 관료에 대한 온정주의적 시각은 물론이고 이미 잘못된 의도를 가지고 시행된 ‘합법적 사업’에 대해서 절차상 하자가 없지 않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음.

 

  • 그러다 보니 특혜/특권 사업이 기존의 정책 혹은 사업과 ‘혼합해서 나타날 경우’ 명확한 판단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함. 그리고 이것을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논리로 소위 “선의의 피해자는 막아야 한다”라는 식의 담론이 형성됨.

 

○ 이런 선의의 피해자론은 국회에서 예산을 심사하는 과정에서도 반복적으로 나타난 것이고, 문화부가 문제성 사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도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음.

 

  • 이런 시각에서 보면, ‘선의’의 범위에 따라 문화부 관료들은 면책될 가능성이 매우 크며 특정한 세력의 이해관계에 얽혀있음에도 사업을 폐지하지 못하고 존치되는 역설이 발생함.

 

○ 최근 <조선일보>는 이런 문화계의 시각을 의식한 듯이 이인식 문화창조아카데미 총감독을 인터뷰한 기사를 싣는데, 소위 ‘선의의 피해자’ 론에 가장 모범적인 정서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음.

 

  • 하나씩 살펴보자. ① ‘설사 사적 목적이 있더라도 아카데미를 문 닫게 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한다. 더 중요한 공적 목적이 있기 때문에 막 시작하려는 융합 관련 사업을 포기하면 안된다고 말이다. 흥미로운 것은 책임자급인 이인식 총감독의 태도에는 ‘반성’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 ② 무보수 비상근에 대한 상찬을 보자. 공적 기관의 수장임에도 불구하고 무보수 비상근이 열정에 대한 존중으로 이어진다. 많은 경우 ‘겉으로는 어떤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 태도’ 즉 ‘순수함’이면 공적 책임과 역할을 면제 받는 시각을 보여준다.

 

- ③ 2주에 한번 꼴로 청와대에 들어가 독대를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상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은 이인식 감독이 공범이거나 혹은 특권 구조에 익숙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상식적인 사람이면 ‘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그러나’라는 의혹이 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 ④ 김종덕-차은택 게이트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여명숙 전 단장에 대해 ‘시끄럽다’고 표현한다. 명확한 업무 관계를 확인하자는 요구에 대해 ‘감정싸움’ 운운이다.

 

  • ⑤ 문화예술계에 있는 사람들은 목적에 대한 선명성이 뛰어난 반면, 과정에 대한 인식은 매우 낮은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이인식과 같은 기업가에게도 나타나는 특징으로, 적어도 정책과정에서의 절차적 투명성과 객관성이 사업의 성과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정확하게 인지하는 사람은 보기 힘들다. 즉 민주주의에 훈련된 사람이 적다.

 

① ―최순실·차은택 일당이 정부 돈을 사적으로 해먹기 위해 그런 기구를 만들었다고 보니까요.

 

“국회에서 예산을 삭감한 이유가 바로 그겁니다. 하지만 차은택이 인사와 이권에 어떻게 개입했는지 모르나, 문화창조아카데미에서는 떼먹을 돈이 없습니다. 여기서 설령 그렇게 했다고 해도 아카데미를 문 닫게 해서는 안 됩니다. 내 밥그릇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닙니다. 국민들이 객관적으로 알 필요가 있어요.”

 

②―차은택의 말처럼, 같이 일해보니 행복했습니까?

 

“요즘 여론에는 욕먹을지 모르나 차은택은 열정과 의욕이 있었습니다. 그의 자리는 ‘무보수 비상근’이었어요. 그럼에도 처음 석 달간 거의 매일 나와 회의했어요.”

 

③―그가 ‘비선(秘線) 실세’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까?

 

“그때도 그가 실력자라는 건 짐작했어요. ’2주에 한 번꼴로 청와대에 들어가 독대를 한다’는 말이 들렸으니까요. 그렇지만 최순실의 최측근으로 정부 인사에 개입한 ‘문화계 황태자’라는 보도에는 쇼크를 받았지요. 내가 알아왔던 그 사람이 정말 맞는가 싶었지요.”

 

④ “그녀가 옳았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시끄러웠어요. 업무는 손도 못 대고, 영수증을 놓고 감정싸움이 벌어졌어요. 그녀에게 ‘당신이 점령군이냐’라는 말도 나왔어요. 결국 한 달 반 만에 경질됐습니다(그녀는 자신의 입장에서 쓴 ‘비망록’을 얼마 전 공개함).”

 

⑤―1년 만에 이렇게 끝나면, 이런 예산 낭비가 어디 있습니까?

 

“투자한 돈을 날리는 것만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문화창조융합과 관련된 일을 못 하는 게 더 문제입니다. 현 정권에서만 끝난 게 아니라 다음 정권에서도 ‘문화 콘텐츠 사업’이라는 말은 꺼내기 어려울 겁니다. ‘미래’의 살길을 막아버리는 거지요. 박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도 이런 점은 생각해야 합니다.”

 

 

○ 이와 같은 시각이 정말 일부의 시각인지 세심하게 되짚어볼 필요가 있음. 그렇게 되면 박근혜 게이트의 적폐가 ‘선의의 피해자’ 프레임에 갇혀 존치되는 역설을 보게 되며 이로 인해 문화예술계를 비롯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일단 욕먹더라도 반영시키면 된다>는 결과주의적 관점이 반복됨.

 

4. 최순실게이트에서 문화관료 혁파로

 

○ 대통령이 탄핵되는 상황에서 광장의 요구는 기존의 익숙했던 모든 관행으로부터의 단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임.

 

  • 특히 게이트의 진원지가 되었던 문화예술생태계의 경우에는 이와 같은 본질적인 구조개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임. 하지만 2017년 예산 심의 과정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문화부 관료들에 대한 면피성 심사와 더불어 기존의 관행적인 지역 민원성 사업의 반영이라는 구태를 재확인하는 것임.

 

  • 각종 게이트 사실에서 문화부의 주요 고위공직자 뿐만 아니라 해당 부서별 책임자까지 핵심적으로 활동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는데도 이들에 대한 책임규명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음.

 

○ 구조적으로 보면 현재 문화부는 하나의 부서가 문화예술생태계의 특정 장르나 씬을 독점적으로 관리하는 독점적인 형태를 보이고 있음.

 

  • 대중문화산업 담당부서가 한국의 모든 대중문화산업과 관련된 사안을 독점하고, 저작권부서가 음원분배에 대한 논의를 독점하는 등등의 상황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임.

 

  • 더구나 한국적 상황에서 문화부가 지원기구라기 보다는 직접 사업부서에 가깝고 정책결정을 독점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문화정책 자체가 관료를 중심으로 계열화되는 양상이 주되게 주목되지 않아 왔음.

 

○ 개인적으로 이와 같은 문화행정의 특수성이 게이트를 용이하게 만든 한국적 상황이 아닌가 생각함.

 

  • 장르적으로 구획되고 각각의 장르적 특징을 보편적인 행정의 공공성으로 일반화하지 못하는 ‘예술예외주의’가 역설적으로 문화행정관료를 정점으로 하는 문화정책구조를 양산했고 상호 견제와 감시를 불편하게 만드는 정서적 고립주의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음.

 

  • 따라서 박근혜 게이트로 촉발된 현재 상황을 문화운동의 측면에서 수용한다면, 최근 소소하게 나오고 있는 문화판 ‘쉰들러리스트’같은 에피소드를 넘어서서 애당초 국정농단의 한 축으로 문화정책의 농단이 가능했던 구조적 한계와 더불어 이것이 내부적으로 견제되지 못한 문화예술생태계에 대한 조망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음.

 

  • 이런 조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문화예술정책은 여전히 다양한 게이트가 양산되기 좋은 영역으로 남게 될 것임.

 

○ 2017년 예산은 차은택 예산을 들어내는 수준의 임시방편적인 형태로 마무리되었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문화관료 체계를 바꾸지 못하고 폐쇄적이며 자기부정적인 문화예술생태계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는 것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음. 「끝」

<참고자료> 문화부의 자진삭감 사업내역 및 문화부 해명 요약

보조사업자 소관 실국 사업명 문화부관료의 핑계
(재)문화창조융합센터 콘텐츠정책관 문화창조융합센터 조성 및 운영 -10억원 전액삭감

-기본적으로 민간 주도로 이루어지는 사업이므로, 민간이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전부 민간에 일임(국고 지원 중단)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정책관

 

문화창조벤처단지 구축 및 운영 -192억원 삭감(363억 존치)

-“특정인의 사익 추구 의혹에도 불구하고 창업기업가·일자리창출 등을 위해 정부가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사업이고, 문체부가 2014년 6월 이전부터 기획·구상하여 추진하여 숙성과정에 있던 사업이며, 사업 집행 과정에서 일부 사익에의 유출 의혹이 있으나 일부를 도려내면 앞으로는 문제가 없고 일부 의혹의 문제로 전체를 폐지하면 선의의 다수 정책고객들이 피해를 입게 되는 사업이므로, 사업 유지 필요”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정책관
문화창조아카데미 조성 및 운영 -50억삭감(258억 존치)

-“문체부가 2014년 6월 이전부터 추진해 온 창의인재 양성 등 콘텐츠 인력양성 사업 일환으로 숙성과정 중에 있었던 사업이며, 사업 집행과정에서의 일부 의혹 및 예산 비효율성 지적 등에도 불구하고 일부 문제가 될 부분을 개선하면 앞으로는 문제가 없고, 일부 의혹의 문제로 사업 전체를 폐지하면 잠재력 있는 수많은 인재들의 콘텐츠 창업 기회를 상실하는 등 다수 정책 고객들이 피해를 입게 되는 사업이므로 유지 필요”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정책관
문화창조융합벨트 확산 -전액삭감

-“다만, 현재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 전반에 대한 전면재편이 예정된 상황이므로, 동 사업 일단 보류”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정책관
지역거점형 문화창조벤처단지 조성 -현행유지

-“지역의 콘텐츠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예산집행이 지자체에 의해 이루어지는 구조로  외부의 개입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정책관
문화창조융합벨트 전시관 구축 -전액삭감(36억원)

-“K-컬처밸리는 기본적으로 경기도-CJ 간 협약에 의한 사업으로, 공적기능 부과를 위해 신규편성한 것으로 특정인과 무관한 것으로 확인”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정책관
문화창조융합벨트 글로벌 허브화 -145억원 삭감(24억원 존치)

-“K-컬처밸리는 기본적으로 경기도-CJ 간 협약에 의한 사업으로, 공적기능 부과를 위해 신규편성한 것으로 특정인과 무관한 것으로 확인”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정책관
가상현실 콘텐츠산업 육성 -36억원 삭감(156억원 존치)

-“동 사업은 문체부 내부 정책발굴을 통해 편성된 예산사업으로, 비선 개입 등 언론의 의혹 제기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됨”

-“현재 콘텐츠기업들의 VR 콘텐츠 개발에 대한   수요가 높은 상황이므로, 동 사업 중단시 정부와 협업하여 VR 콘텐츠 개발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고자 했던 콘텐츠기업들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정책관
평창문화올림픽 지원(빙판디스플레이 운영 및 갈라쇼 개최) -전액 삭감(20억원)

-“송성각 전 콘진원 원장이 대표였던 머큐리포스트사가 공동연구기관으로 참여했던 것은 사실”

-“평가표 등 확인 결과, 머큐리포스트사가 포함된 빛샘전자 컨소시엄의 선정 평가 등 과정에 규정상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임”

-“활용 관련해서는, 평창올림픽 개폐막식에는 활용하지 않지만, 라이브사이트에 활용할 예정으로 조직위와 지속 협의해 온 것을 확인”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정책관
콘텐츠코리아 앱 현행유지(307억원)

“최순실 등의 기획 예산으로 의혹이 제기되었으나 문체부 자체 점검 결과 문체부가 2014년 6월 이전부터 추진하고 기획해 온 사업인 것으로 확인되었고, 의혹제기에도 불구하고 창업기업가·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정부가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사업이므로 유지 필요”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정책관
문화콘텐츠 투자 활성화(콘텐츠 가치평가 센터 설립·운영) -100억원 삭감(200억원 유지)

-“차은택에 특혜를 주기 위해 펀드 예산을 편성했다는 의혹이 있으나 이제까지 해당 펀드에서 문화창조융합벨트 및 차은택과 관련된 콘텐츠에 투자한 사례는 없음 ”

한국벤처투자 콘텐츠정책관 위풍당당콘텐츠코리아 펀드 출자 -2억원 삭감(7억 존치)

-“‘문화창조벤처단지 연계 가치평가센터 지원’ 사업을 통해 벤처단지 기업들에게 기업가치평가를 제공하려 한 것은, 신규 사업 추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적 판단*에 의한 것으로 별도 외압은 없었음”

영화진흥위원회 콘텐츠정책관 영화제작 지원(디지털영화 허브-렌더팜 구축) -전액삭감(21억원)

-“사업추진 과정에서의 법령, 규정, 업무 관행 위반

- 기금운용계획 변경 과정*에서 법적 절차 누락(영진위 내부 9인 위원회 의결 누락)”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정책관 문화콘텐츠 국제협력 및 수출기반 조성

(미국 실리콘밸리 K-콘텐츠 수출지원센터 구축)

-전액삭감

-“ICT 기반 융‧복합 콘텐츠시장이 확대되면서 관련 분야의 선도지역에 지원거점을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되어 사업이 추진되었고, 외부인사나 부당한 민원 개입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됨“

한국콘텐츠진흥원 미디어정책관 실버문화 육성(방송콘텐츠 제작 지원) -현행유지(25억원)

-“예산확보 시점(’15년)이 최순실팀 프로젝트 계획서 작성시점(’14.6월경)과 인접해 있으나,

 

- 당초 문체부 내 정책구상을 통해 진행 중이었으며, 집행과정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

한국문화원연합회 문화정책관 실버문화 육성(페스티벌 개최 지원)
-현행유지(25억원)

-“예산확보 시점(’15년)이 최순실팀 프로젝트 계획서 작성시점(’14.6월경)과 인접해 있으나,

 

  – 당초 문체부 내 정책구상을 통해 진행 중이었으며, 집행과정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사)한국크리에이티브광고원 미디어정책관 광고산업 활성화(글로벌광고인재센터 운영) -현행유지(5억원)

-“- (법인 설립 배경) 기존에 국내에서 추진된 바 없는 실무 프로젝트 중심의 광고 교육을 위해서는 별도 조직을 만들어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당시 교육 자문위원회 구성원 다수의 의견이 있어, 별도 법인 설립 추진

 

* 기존 보조사업자의 경우 담당자가 수시로 교체되는 등 애로사항이 있었으며,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별도 법인 설립이 필요하다는 교육 자문위원회 구성원 등의 판단과 교감이 있었음

 

- (관련 인물 포함 사유) 김홍탁 대표와 이동수 전무는 당시 교육 자문위원회 구성원으로 참여했으며, 법인 설립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사진으로 참여함

 

* 법인 정관에 의해 두 인물을 포함한 이사진들은 광고학교에서 무급으로 강의를 수행하는 등 사익 추구 정황은 포착되지 않으며, 문체부에서 문제되는 인물들에게 특혜를 준 사실이 없는 것으로 파악됨

ㅇ 언론의 의혹과 달리 최근 문제되는 인물들에게 특혜를 준 사실이 없으며, (사)한국크리에이티브광고원 이사진에서 이동수 전무, 김홍탁 대표가 자진사퇴 의사를 밝힘

 

- (사업 주체 변경)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제16조 제2항 제3호에 의해 당시에는 해당 법인이 동 사업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최적의 사업자라고 판단하여 별도 공모방식을 거치지 않고 보조사업자를 선정함“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정책관 올림픽공원 운영 지원(체조경기장 리모델링) -현행 유지

-“언론의 의혹은 사실이 아니며, 사업폐지 시

▶공사계약 해지에 따른 막대한 손해배상금 지불 우려

▶대형 K-POP 전용공연장 건립 좌초로 공연계 피해 우려”

국민체육진흥공단체육정책관 늘품체조 -사업기종료

-“사안의 긴급성 및 주요 인사 참석 행사 등의 이유로 공개경쟁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위탁대행사 선정(블루인마케팅서비스)하였으나, 법령 위반 사항은 아님”

국민체육진흥공단체육정책관 스포츠산업 활성화 지원(스포츠산업펀드 조성) -100억 삭감(200억원 유지)

“- 사업주체인 ㈜한국벤처투자 통해 동 펀드의 투자대상기업 및 금액 확인(16. 10월)

- 현재까지 밝혀진 최순실, 차은택 관련 기업에 투자된 내역 없음”

한국스포츠산업협회 체육정책관 주최단체 지원(스포츠에이전트) -재검토

-“동 제도는 1999년 공론화 이래 프로스포츠 선수 업계, 관련 학계에서 지속적으로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김종 전 차관 재직 이전부터 프로스포츠 현장에서 꾸준히 제기된 사안으로 갑자기 추진된 사업은 아님”

한국스포츠산업협회체육정책관 스포츠산업 육성(스포츠산업포럼) -사업종료

-“2007년부터 수행한 사업으로, 김종 전 차관이 재직 전 주도하였던 사업(초대 포럼위원장)

- 사업 초기에는 스포츠산업 학계 등 현장의 의견수렴 창구로 기능을 하였으나,

- 특정 민간단체에서 장기간 독점 수행함에 따라, 최근 소재 고갈, 의견 진부 등 한계 노출”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산업협회

체육정책관 스포츠산업 활성화 지원(스포츠산업 잡페어) -2억원삭감(2억원 유지)

-“`11년~`14년 스포츠산업협회가 직접 수행 하였고, `15년 국민체육진흥공단으로 사업이관 및 협회와 공동주관*으로 추진함

*`16년 국민체육진흥기금 운용 계획에 한국스포츠산업협회를 피보조‧피출연기관으로 명시, 이를 근거로 추진함

 

- 국민체육진흥기금 운용 계획에 따라 집행, 협회의 사익추구 정황은 포착되지 않음”

국기원 체육협력관 태권도 진흥(해외공연사업 지원) -전액 폐지

-“국기원 등 기존 태권도단체가 보조사업자로 미르 및 K스포츠 재단과는 관련성 없음”

(사)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체육협력관 주최단체 지원(동계스포츠 영재 개발 육성 지원) -사업폐지

-“- 최순실 측근그룹(장시호)의 관여 의혹이 있으나, 사실관계가 판명되지 않아 의혹이 해소되지 않음

· 장시호의 관여 의혹은 있으나, 신설된 법인인 동계스포츠영재센터 내 장시호의 공식활동 기록이 없어, 우리 부에서 직접 사실관계(활동여부) 확인은 어려움”

강원도(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 체육협력관 2018평창동계올림픽경기대회 지원(개폐획식장 건립) -사업유지

-“사업의 집행과정에서 일부 사익에의 유출 의혹제기가 있었으나, 사업 전체를 폐지하면 선의의 다수 정책고객들이 피해를 입게 되므로 현행유지가 필요”

한복진흥센터 문화정책관 전통문화 진흥(한복 콜라보레이션) -현행유지

-“언론에서 제기한 사업과 명칭이 유사하나, 동 사업 추진과정에서 법령 위반 또는 특정인에 대한 특혜 등이 없었고, 한복 세계화 차원에서 추진되는 사업인 점을 감안, 현행 사업추진 유지 필요”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예술정책관 아리랑 핵심콘텐츠 개발 및 세계화 -1.5억 삭감(18.2억원 존치)

-“ㅇ 아리랑 관련 사업은 2008년부터 우리의 대표적인 민족음악인 아리랑의 가치를 제고하고 국민들의 생활 속 확산 등을 위한 사업으로 ‘17년 사업내용은 ‘15년 및 ’16년과 달리 아리랑 가치 제고를 위해 정부에서 추진해야 할 보편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음

ㅇ 다만, 비선 관련 사업이라는 언론보도 등을 감안하여 ‘16년 예산 중 오해의 소지가 있는 해외뮤지션 활용 아리랑 음원개발 10억원은 불용 추진”

한국관광공사 관광정책관 한국관광공사 운영지원(K-style hub) -전액삭감(12.8억원)

-“국가재정법 등 관련 법령 절차에 따라 추진하였으나, 국회, 언론 등에서 비선실세 개입 의혹이 지속 제기되고, 이에 따른 사회의 비판적 시각을 감안하여 내년도 예산은 전액 삭감”

플레이그라운드커뮤니케이션즈

(보조사업 및 직접사업 계약)

해외문화홍보원 국가이미지 홍보(순방 계기 문화행사) -일부 유지

-순방 수요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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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19호][연구자료] 박근혜 퇴진 국면에서 본 문화정책의 현재성 (이원재, 예술인소셜유니온+광장토론회 포럼 발제문)

[예술인소셜유니온+광장토론회 포럼 발제문]

박근혜 퇴진 국면에서 본 문화정책의 현재성

이원재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소장)

1. 

역설적이게도 가장 “국가”와 “애국심”을 강조했던 자들의 손에서 “국가의 사유화”가 자행되었다. 대부분의 “국가주의자”들에게 국가란 자신과 동일한 것(이라는 착각)이며, 자신은 철저한 이권의 살덩어리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역설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결말이다. 국가주의자들이 늘 거품 물고 침 튀기며 “꽥꽥-”거리는 국가는 공공성과는 관련이 없다. 최소한의 개인적 윤리와 공공적 철학(미학)도 없는 자들의 국가행정(국가폭력)이 한국 문화행정의 몰락을 가져왔다.

지금은 문제 지점을 명확하게 확인하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문화정책과 문화행정의 전환을 위해서는 “모든 것이 다 문제다”가 아니라 “이것부터 해결하자”라는 입장과 토론(공론장) 그리고 사회적 실천(연대)가 필요한 때다.

2.

“박근혜 게이트” 혹은 최순실을 비롯한 비선 실세들의 국정 농단이 “문화행정”,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의 영토에서 전면화 되었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문화행정, 문화정책, 문화사업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사람들이 전제하고 있는 좁은 의미의 영역(“문화예술계”)를 넘어 국정 운용 전반에 걸쳐 매우 광범위하고 중요하게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다시 말해 문화는 문화융성이나 창조경제 등에서 수 없이 도용되었듯이 현대 자본주의 국가에 있어 문화적, 경제적, 정치적 범용성(확장성)을 획득해 왔다. (예를 들어 새누리당 집권 이후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진행 된 대규모 토건 사업들은 대부분 문화의 옷을 입고 있다.)

또한 문화를 둘러 싼 국가 문화행정의 확장이나 심화에도 불구하고 문화는 여전히 정치 및 경제적 필요에 의해 언제든지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박근혜 게이트 사태는 확인시켜 주었다. 최순실을 비롯한 비선 실세들이 아무렇지 않게 문화행정에 개입할 수 있었던 것은 문화행정이 (다른 국가 행정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전히 전문성, 독립성의 최소 기준도 없이 비전문적인 권력 집단에 의해 도구화될 수 있는 구조 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아직 한국 사회는 문화정책이나 문화행정에 대한 사회적 합의 구조, 그 합의를 “상식”, “제도”라는 수준에서조차 운용할 사회적 시스템이 부재하다. 심지어 국가 중앙부처인 문화부가 몇몇 비상식적이고 불법적인 개인들에게 수년간 놀아나도 그것을 견제하거나 조정할 수 있는 최소한의 행정적 안전장치, 공직자들의 직업윤리, 전문가들의 사회적 통제 능력 등이 실종된 상태이다.

3.

문화부의 몰락은 사실 이명박 정권 때부터 예상되었던 흐름이다. 문화부는 문화예술계에서 늘 언급되었던 바와 같이 2000년대 중반의 <창의한국>, 다시 말해 시민사회와 문화예술 현장의 전문성에 기반하여 수립되었던 “한국 문화정책의 근대화” 또는 “정상화” 이후 실질적인 문화정책과 행정의 전문성을 축적하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이명박, 박근혜 정권 이후 <창의한국>의 구조 속에서 개별 사업만을 이름 바꾸기 식으로 추진(심지어 그 정책적 취지도 이해하지 못한 채 훼손, 왜곡)하는 것에 머물고 있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모두 문화비전의 수립에 철저하게 실패하였고, 대부분의 공력을 “문화예술계 내부의 좌파 적출”,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작성 및 통제”, “비상식적인 낙하산 인사와 나눠주기식 문화예산 배분”에 사용하였다.

이번 박근혜 게이트의 참혹함은 최순실을 비롯한 “우주의 기운”으로 무장된 비선 실세들의 부패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기저에는 문화부가 지난 10년 동안 축적해 온 비상식적이고 비전문적이며 무능력한 행적 구조가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4.

문화부의 몰락과 관련해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지점이 있다. 바로 문화부가 문화정책을 다루는 부처가 아니라 국가 홍보를 다루는, 적확하게 말하면 집권세력의 국정 홍보를 담당하는 전근대적 행정부(공보처)로 퇴행했다는 점이다. 새누리당 집권 이후 가속화된 이러한 경향성은 철저한 중앙집권적 국가권력 사회를 지향하는 박근혜 정권에서 전면화 되었다. 문화예술전문기관들의 독립성과 자율성 훼손, 지방자치단체들에 대한 일방적 전달 체계, 개별 예술가들에 대한 검열 등 시대착오적인 국가 문화행정의 원인이 여기에 있다. 한국은 물론 지구적으로 일반화된 협치(거버넌스), 지역화, 시민력 등의 새로운 가치들은 새누리당 집권 이후 중앙정부의 정책과 행정에서 실종되었다. 그리고 문화부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정책을 표절하거나 흉내 내는 것을 반복하는 수준으로 전락했다. 지구적, 한국적 차원에서 국가 주무부처, 중앙정부 기관들의 핵심적인 행정 기능이 사회적 협력을 모아내고 지원하는 패러다임으로 전환되었으나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문화부는 그러한 문화정책의 현재성에서 이탈한 채 고립과 퇴행을 자초해 온 셈이다.

5.

최근 박근혜 게이트의 출발점이자 이미 박근혜 정권 집권 기간 동안 반복되어 온 예술 검열, 블랙리스트 작성 및 운용이 이러한 구조 속에서 자행되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그것은 단순한 “이데올로기 공세”가 아니라 국가 단위 문화, 문화정책, 문화행정에 대한 철저한 국가 폭력의 과정이었고, 철저한 정치경제적 실익과 사유와를 위한 과정이었다. 이명박, 박근혜와 같이 잘못된 국가관을 가진 국가 통치자뿐만이 아니라 그것에 적극적으로, 문화행정을 사유화하면서까지 동조했던 부패세력들, 그러한 거대한 세력과 구조를 무비판적으로 어떠한 공직 윤리와 책임 없이 수행했던 부역자들, 권력의 동향에 따라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기회주의자들을 포괄하는 “국가 문화행정의 부패한 카르텔” 혹은 “문화정책의 옷을 입은 국가 폭력의 가해자들”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단절이 필요한 때다.

6. 

박근혜가 탄핵되었다. 그리고 “이제 안정적인 국정을 위해 시민들은 일상으로”와 “탄핵은 시작일뿐 이번에는 반드시 한국 사회를 바꿔야”의 힘겨루기가 시작되었다. 1987년 민주화 투쟁, 시민 혁명의 결과에 노태우가 있었음을 상기해야 한다. 새로운 권력, 더 많은 민주주의는 여의도가 아니라 광장에서 나온다. 더 많이 토론하고 조금 더 행동하자. 불과 한 달 전에, 그 누가 이런 결말을 예측했던가. 우리는, 광장은, 시민은 언제나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위대하다.

마지막으로 문화정책의 관점에서 박근혜 탄핵 국면에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제안해 보면 다음과 같다.

■ 박근혜의 즉각적인 퇴진을 위한 예술행동과 광장정치

■ 조윤선을 비롯하여 박근혜 게이트 관계자들의 즉각적인 직무정지와 구속수사 활동

■ 김기춘, 조윤선 등 박근혜 정권에서 문화예술 검열과 블랙리스트 운용을 주도했던 부역자들에 대한 조사와 처벌

■ 문화정책과 문화행정을 둘러 싼 다양하고 혁신적인 사회적 토론 플랫폼 형성

■ 문화부 해체 혹은 재구성을 비롯하여 향후 문화정책 운용의 행정 시스템 대안 제시

 - 국가 문화정책의 협치 구조 마련과 문화부 해체 (또는 최소한의 기획조정 기능 부여)

 - 문화정책의 전면적인 지역화 정책과 제도 마련

 - 문화부의 직접 사업 금지 조치와 문화예술전문기관의 혁신적인 자율성과 독립성 보장 제도화

 - 문화예술인 지원 정책과 제도의 혁신 : 문화예술인 기본 소득 제도 도입 등 지원 사업구조를 통한 창작 검열 및 통제 구조 무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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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19호][연구자료] 제 8회 서울시창작공간 국제심포지엄: 최소한의 창작조건, 예술가의 작업실

제 8회 서울시창작공간 국제심포지엄
The 8th Seoul Art Space International Symposium

최소한의 창작조건, 예술가의 작업실
The artist’s studio at the core of creativity

2016.11.23(수) 14:00~18:00 서울시청 신청사 3층 대회의실

 

<목차>

인사말

-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

발제 1

예술가 작업실의 안정적 미래를 위해
- 데이빗 팬톤 (런던 Acme 공동설립자, 부동산 개발 디렉터)

〔부록〕
artists’ studios:
a guide to securing, supporting and creating affordable studios in London

발제 2

지속가능한 작업실을 위한 시카고의 전략
: 예술가 대상 부동산엑스포부터 레지던시 설립까지
- 바바라 코에넨 (前 시카고 문화부 도시문화기획과 프로그램 매니저)

발제 3

프랑스의 예술가 아틀리에 지원 정책
: 거주 아틀리에와 작업 아틀리에, 그리고 새로운 아틀리에 개념의 대두
- 박지은 (박물관학 박사, 소르본대학 언론정보학과 출강)

발제 4

예술인 그리고 그들의 창작공간
- 김경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도시 및 지역계획학 교수)

발제 5

서울의 예술가들이 작업실을 공유, 임대하는 방법
: 망원동 <레인보우큐브> 공동작업실 사례
- 김성근 (레인보우큐브 대표)

발제 6

공적지원 영역 밖 예술가의 자발적 움직임
: 문래동 <아티스트런 스페이스 413> 사례
- 김꽃 (아티스트런 스페이스 413 운영자, 미술작가)

좌장

-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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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19호][칼럼] 끝에서 시작으로 (이명원)

[한겨레 기고문]

끝에서 시작으로

이명원(문학평론가,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정치세력들은 박근혜가 현재 처한 상황을, 차기 대권을 둘러싼 혹은 개헌에 따른 이해득실을 따지는 이해관계의 장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시민들은 낡은 시대를 ‘끝’장내야 한다는 것, 그와 동시에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어야 한다는 ‘일반의지’를 명백히 표현하고 있다.

피의자인 박근혜가 형사상 소추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입헌주의를 노골적으로 파괴·조롱하는 행태를 보여주는 것이나, 개헌을 빌미로 탄핵안조차 미적거렸던 여야 의회세력 모두 시민들의 일반의지와는 현저하게 떨어져 있는 그들만의 ‘특수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는 혼용무도의 몸통이고, 의회세력들은 그것의 앞잡이이자 뒷잡이의 노릇을 하고 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자신들이 ‘대의기관’이라는 사실에는 눈을 감는 대신, ‘대표한다’는 뒤틀린 나르시시즘과 뒤틀린 권력의지만을 드러내고 있다.

이 나라가 이렇게 내적으로 멸망 직전인 것은 박근혜와 여야 정치계급들이 이해관계가 상통한다면 언제고 결합/분리될 수 있는 유사가족이기 때문이다. 내 판단에 이들은 스스로를 시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지금 선출된 왕이나 귀족처럼 행세하고 있다. 이들에게 시민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는 데 필요한 인용문 정도로만 취급되는데, 인용해 놓고 출처조차 밝히지 않는 정치적 표절을 밥 먹듯이 반복하고 있다.

시민들은 정녕 바보인 것일까. 그래서 저 엉터리 같은 책략들이 난무하는 청와대와 여의도와 서초동을 바라보며, 한 자루 가냘픈 촛대에 의지해 겨울나무처럼 이 차가운 광장에 서 있는 걸까. 그렇게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지금 시민들은 하나의 명백한 ‘끝’을 보고 싶어 한다. 그것은 박근혜 정권의 종언만으로는 만족될 수 없는 장엄한 플롯이다. 앙시앵 레짐(구체제)을 끝장내지 않고서는 시대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것을 예감한다. 게다가 오늘의 시대는 거대한 전환기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포함한, 장기지속되던 제반 질서 모두가 싫든 좋든 우리에게 새로운 ‘시작’을 요구하고 있다.

그 시작은 타협적이거나 땜질식 처방은 아닐 것이다. 지난 역사의 과정에서 우리는 숱한 배신의 계절을 경험했다. 권력을 가족처럼 분점한 세력들은 “잠잠하라 양들아” 하는 식으로 시민들의 희망을 모욕적으로 배반하는 과두정치를 지속해왔다. 그들은 해체되어야 할 시점에 동정에 호소해 “도와주십시오”라고 무릎을 꿇는 척했고, “과반수가 되어야 저들을 견제할 수 있다”며 눈물로 호소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동정과 눈물을 선량하게 믿었던 시민들은 과거에도 그렇듯, 막상 집합적 열망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자, 양 세력 모두에게 그것을 부정당하는 배반의 현실에 직면해야 했다.

또 속지는 않겠다. 그리고 새로운 ‘시작’은 권력을 그들에게 위임하지 않는 시민들의 정치적 표현과 행동 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다짐하자. 시민들의 일반의지를 대의하지 않는 정치세력은 그것이 박근혜건 의회세력이건 분쇄해야 할 명백한 시민들의 ‘적’이다.

그렇다면 시민들은 새로운 ‘시작’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 광장으로 권력을 회수할 수밖에 없다. 광장에서 싸우고, 토의하고, 계획하고, 웃고 떠들어야 한다. 주권재민의 사문화된 정치철학적 원리를 현실로 만드는 비타협·비협력·저항 행동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신속하게 박근혜 정권을 ‘퇴출’시키는 데 동참하지 않는 세력은 모두 시민과 민주주의의 ‘적’이다. 새로운 ‘시작’의 최소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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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18호][칼럼] 탄핵 이후, 광장 정치는 지속되어야 한다 (이동연)

[오마이뉴스 기고문]

탄핵 이후, 광장 정치는 지속되어야 한다.

이동연(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이 234명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되었다. 78%라는 가결비율은 탄핵을 원하는 81%의 민심을 반영한 것으로 국민의 힘, 촛불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보여주었다. 국회탄핵의 가결의 결과는 전적으로 국민의 힘에 따른 것이다. 박근혜는 국회 탄핵 결정 이후 국민담화문에서 사실상 자발적 퇴진을 거부했다. 박근혜를 권좌에서 법적으로 끌어내리기 위해서는 이제 최대 90일 간 헌재의 판결을 기다려야 한다.

법적 시간으로서 헌재의 판결을 국민과 민심은 그냥 기다려주지는 않을 것이다. 매주말마다 광장으로 쏟아져 나온 수백만의 촛불은 오로지 박근혜의 탄핵을 위한 대의정치와 사법부의 결정에만 호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회의 탄핵가결은 촛불의 최소한의 원칙에 부합한다. 헌재의 결정이 앞으로 어떻게 이루어질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은 그 자체로 헌정사에 중대한 사건이 될 것이다. 그러나 광장에 나온 촛불의 희망의 근원의 입장에서는 그것은 아마도 더 나은 사회로 가기 위한 경과적 에피소드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민심은 이미 박근혜라는 통치자를 역사의 기억에서 지운지 오래다.

그렇다면 성난 민심은 과연 광장에서 무엇을 원하는가? 그것은 아마도 유신체제의 종말, 혹은 새로운 사회체제로의 리셋일 것이다. 유신체제의 종말, 그것은 패권적 정치권력의 단절로서의 은유적 표현만을 아닐 것이다. 그것은 박정희에서 박근혜로 이어지는 ‘가족적-근친상간적’ 유신권력의 종말의 의미를 넘어서 유신체제가 키우고 재배하고 육성한. 정치적, 경제적, 사회문화적 숙주들, 즉 한국사회의 부패한 기득권의 숙주를 청산하는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지난 50년간 유신체제를 재생산하는 데 공모한 정치권력, 재벌, 관료, 사법권력, 학벌, 지연, 인맥의 모든 낡은 체제에 대한 청산이다.

유신체제의 종언과 새로운 사회체제로의 리셋은 그냥 주어지지는 않는다. 그것은 그냥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앞당겨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마냥 의회와 사법의 시간만을 기다릴 수 없고, 국민에 의한 광장의 시간을 지속시켜야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이것인 탄핵 이후 광장의 시간이 더욱 필요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유신체제의 종언과 새로운 사회체제로의 리셋을 위해 탄핵이후에 광장은 무엇을 해야 할까?

탄핵 이후 제도 정치권이 할 수 있는 일은 헌재의 판결을 기다리는 것, 그리고 각 정당과 정파들이 차기 대권구도를 짜는 것이다. 헌재의 판결도 국민의 승리, 정치의 정의를 수호하는 목적이라기보다는 대권을 잡기 위한 명분으로 사용하는 데 그칠지 모르겠다. 정치권은 국회의 압도적 탄핵 가결이 모두 국민들의 엄중한 뜻을 받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박근혜 탄핵이라는 정치적 과정에서만 한정된 말이다. 오히려 정치권의 이후의 움직임들은 촛불의 민심을 집권이라는 최종 텍스트의 레퍼런스 정도로 삼으려는 태도로 돌변할 것이다. 탄핵 이후, 특히 대선 국면에서는 아마도 정치가 민심을 수렴하기보다는, 정치가 민심을 당파적으로 이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것이다. 여기서 마르크스가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최형익 역, 비르투출판사, 2012)에서 프랑스 1848 혁명의 반동의 결과로, 통치 권력의 왜곡된 현실을 언급한 부분을 인용해 보자.

이렇게 헌법은 대통령에게 실질적인 권력을 부여해주었다면, 의회에서는 도덕적 권력을 확보해 주었다. 대통령 선출행위는 주권적 인민이 4년마다 한번 씩 하는 트럼프 놀이다. 선거에 의해 선출된 의회는 국민과 형이상학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대통령은 국민과 개인적 관계를 지닌다. 사실 의회는 개별적 대표자들을 통해 국민정신의 다양한 측면을 나타내지만 대통령 안에서는 국민정신 그 자체의 현신을 발견한다. 의회와 달리, 대통령은 일종의 신권을 보유한다. 한마디로 그는 인민의 은총을 받은 대통령인 것이다. 이상과 같은 것이 1848년의 헌법이었다. 이 헌법은 1851년 12월 2일, 머리에 의해 무너진 것이 아니라 모자가 단지 한번 스쳐지나가는 것만으로도 붕괴하기에 충분했다. 그 모자는 다름 아닌 나폴레옹의 삼각 모자였다. 곧 헌법은 어머니의 태내에 있을 때부터 인민에게 겨누어진 총검에 의해 보호받았으며, 총검에 의해서만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 “존경할만한 공화파들”의 선조들은 그들의 상징인 삼색기를 유럽 전체에 전파했다. 그들은 차례로 또 하나의 발명품을 만들어냈다. 그것은 저절로 전 유럽대륙을 여행했으며, 한층 새로워진 예정을 가지고 프랑스에 돌아와서는 프랑스 행정구역의 절반 이상에서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게엄령이었다.

마르크스의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는 1848년 프랑스 노동자 계급 혁명에 의해 정초된 헌법이 대통령의 일방적 권한에 의해 어떻게 무력화되는지를 잘 포착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혁명을 통해 그토록 원했던 것이 만인의 투표권이었지만, 인민의 투표로 결정된 의회는 인민을 대변하지 못하고, 인민의 은총을 받은 대통령이 행사했던 권한은 오로지 헌법 파괴, 의회 해산이었다. 인민 위에 군림하는 의회, 의회 위에 군림하는 대통령, 이것이 노동자들이 피를 흘리며 원했던 민주주의는 아니었을 것이다. 인민을 기만한 부르주아 공화파의 기만적인 처세와 인민이 호명한 루이보나파르트의 기만과 독재술의 관계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헌법을 단숨에 무력화시킨 나폴레옹의 독재 술을 예리하게 분석한 마르크스의 이 책에서 우리는 대선을 앞두고 있는 제도 정치, 의회정치의 어두운 거울을 보여주는 듯하다.

물론 이런 사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촛불로 시작된 시민혁명, 혹은 명예혁명의 결과가 고작 전제군주 나폴레옹1세의 조카인 루이 보나파르트의 등극과 같은 비극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 유신체제를 형식적으로 종식시킬 수 있는 정권교체, 죽 쒀서 개에게 주는 정치적 반동을 제어하는 것의 의미를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을 시민들은 원한다. 그것이 무엇일까? 유신체제의 종말은 실제로 어떻게 가능한가?

첫째, 가장 중요한 것은 세월호의 사건의 진상규명이다. 이는 재난의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자 국가와 권력의 존재를 묻는 것이기도 하다. 세월호 재난과 그 재난을 더 끔찍하게 만든 통치의 재난 안에는 유신체제의 유령의 모든 사비이비 주술이 압축되어 있다.

둘째,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고 공평하게 살 수 있는 법적,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체제의 구성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재벌의 해체, 친일파 청산, 기득권의 박탈이다. 법적, 제도적 강제에 의한 재벌의 지배구조를 해체하고, 하청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권의 복원과 학벌과 인맥 지연이 적폐를 위한 사회개조 프로그램이 시작되어야 한다.

셋째, 시민정부의 수립이다. 국가의 권력의 제도적 정당정치에 맡기지 말고, 직접민주주의와 시민 참여정치의 장을 확대할 수 있는 정당-시민 정치의 연합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대안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청년세대를 위한 대안사회의 실질적인 내용들에 대한 대화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헬조선을 극복하는 사회, 여혐의 자명성을 넘어서는 사회, 학력과 배경의 결정으로부터 자유로운 사회, 다양한 사회적  주체들이 공유하고 공존하는 사회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탄핵 이후에 광장이 지속되어야 하는 것은 아직 이러한 문제들이 아직 덜 논의되고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술인들이 먼저 광장의 최전선에서 이러한 탄핵 이후의 한국사회에 대해 토론의 장을 열고자 한다. 광장의 시간은 의회의 시간, 헌재의 시간보다 위해하고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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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19호][칼럼] 주술과 퇴마 (이동연)

[경향신문 기고문]

주술과 퇴마

이동연(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지난 10월 31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충남 서산에서 목회를 하는 전기영 목사는 “최태민, 최순실은 주술가이자 무당”이라고 말했다. 1970년대 말 대한예수교장로회 종합총회 부총회장이었던 전 목사는 당시 총회장이던 최태민씨로부터 근화봉사단원을 이끌고 박근혜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는 인터뷰에서 최태민이 죽은 육영수 여사의 표정과 음성을 재연하자 박대통령이 기절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전했다. 주술을 모르면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해석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것이 이른바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박근혜 대통령의 ‘접신설, 주술론’의 실체이다. 언론에 알려진 최태민의 행적은 확연하지는 않지만, 그는 이런 저런 종교의 근 저리를 기웃거리면서 자기기만의 사이비 주술 세계를 완성했다. 방벽에 둥근 원을 그려놓고 “나무자비조화불”이라는 주문을 외우면서 원을 계속 주시하는 ‘영혼합일법’을 주술의 원리로 삼았다고 한다. 그는 영세교라는 사이비 종교를 창시하고 교주 노릇을 했다. 그와 함께 했던 신도는 많지 않았지만 그 중에 죽은 어머니를 대신해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던 박근혜가 있었다고 한다. 잡신과 주술의 가계를 일군 최태민의 자손 중 최순실이 아비의 주술의 영성을 물려받고 박근혜를 지척에서 보좌하며 지난 40여 년 가까이 주술과 정치가 합일을 이루는 ‘혼정 관계’를 완성시켰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의 순간은 대한민국이 고대 ‘제정일치’의 사회로 회귀하는 순간이었다.

정말 사이비 교주의 주술의 힘이 막강해서 그랬을까, 박근혜는 보수정당의 구원투수로 수차례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고 마침내 국가원수로 등극했다. 이미 새누리당의 많은 정치인들은 정상적이지 않은 박근혜의 주술적 유산을 알고 있었지만, 권력을 잡기 위해 묵인하고 침묵했다. 그녀의 영적 주술사이자 피보다 진한 ‘혼’의 대리자 최순실은 전여옥 전의원의 말대로 “이제 말을 배우는 어린 아이 수준”의 국가 통치자를 아무런 견제와 제제 없이 조정했다.

최순실의 실체를 모르던 일반 국민들은 취임 후 박근혜의 입에서 나오는 이상한 말들에 의아해 했다. 2015년 5월 어린이날 봄나들이 행사에 박근혜는 “정말 간절하게 원하면 우주가 다 나서서 도와준다. 그래서 꿈이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2015년 10월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에 대해 “자기 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이 없는 인간이 되는 것이고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한다. 한 나라의 국가원수의 말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그녀의 뒤에서 주술을 행하는 최순실의 실체를 아는 순간 모든 의문이 해소된다. 그것은 오래 동안 신체에 각인된 일종의 주술의 언어이다. 그 언어들은 그냥 실수로 내뱉은 말이 아니라 마치 무의식화 된 주문처럼 신체에 각인된 것들이다.

무당, 혹은 주술사 최순실은 박근혜에서 계속해서 ‘혼정 일치’의 주문을 외우면서 수많은 사익과 권력을 취했다. 이것이 사이비 주술의 정치적 커넥션이다. 최순실은 아무런 제제 없이 행정관의 차를 타고 수시로 청와대를 출입했고, 3천억 대의 평창올림픽 시설공사에 이권에 개입하고, 7천억 원대의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의 밑그림에 관여했다. 그다지 말 타는 실력이 없는 딸의 국가대표 승선과 이화여대 입학을 위해 막장 값 질을 행사하고 원칙을 지키려는 관련 고위 공무원 경질에 앞장섰다. 재벌들에게는 800억 원의 삥을 뜯어 미르재단, K스포츠 재단을 만들어 자신의 자금세탁 독일 법인인 ‘비덱’과 ‘더블루K’에 일감을 몰아주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은 주술과 정치가 오래전부터 그 둘 사이에 합일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최순실 주술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지만, 정치와 권력의 등을 업고 수많은 사람들을 감염시켰다. 정치인들은 눈을 감아주었고, 관료들은 시중을 들어주었고, 경제인들은 굿판의 판돈을 냈다. 박근혜 지지자들은 주술의 악령에 감염되어 최순실의 작은 영매들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주술의 약령이 정치를 파탄 낸, 지난 40여년의 시절은 유신 통치자에 대한 그들의 향수가 배어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어떤 점에서 한국적 근대화의 사이비 주술에 걸려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청와대를 향해, 혹은 그 안에서 주술의 굿판을 벌였던 최순실의 ‘검은 살’이 몰락의 길에 접어들었다. 이른바 최순실-박근혜의 주술 정치에 역살을 날리는 퇴마의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역살을 날리는 퇴마의 순간은 촛불로, 시국선언으로, 예술로 지속되고 있다. 퇴마의 순간은 주술사 최순실을 처벌하는 것으로 끝날 수 없다. 그것은 사이비 주술의 ‘혼정’ 실체를 밝히고, 그것의 정치적 숨통이 끊어질 때까지 계속되어야 한다. 퇴마의 순간은 언제나 오는 것이 아니다. 지금이 사이비 주술을 제압하고, 퇴마의 역살을 날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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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19호][칼럼] 광장과 혁명의 매뉴얼 (오혜진)

[한겨레 기고문]

광장과 혁명의 매뉴얼

오혜진(문화연구자)

 

‘혁명’을 책에서나 보던 나로서는 요즘 좀 설렌다. 주말마다 광장을 가득 메우는 군중을 보며, ‘이건 정말 4·19 혹은 6월 항쟁의 재림인가, 내가 드디어 그 역사적인 순간을 목도하나’ 싶어 눈을 크게 뜨고 몸을 바짝 세운다. 단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다.

그런데 사실 혼란스럽다. 내 게으른 두뇌는 자꾸 2016년의 광장을 1960년·1987년의 광장과 오버랩하는데, 기실 그것들은 같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난주, 나는 집회에 관한 여러 ‘주의사항’들을 접했다. ‘국민총궐기 동선 및 시간표’, ‘광장 근처 화장실 배치도’, ‘무대발언자를 위한 함께하는 집회 주의사항’ 같은 것들. 정부나 집회 주최 쪽이 아니라, 각종 시민단체들이 자발적으로 작성한 것이었다. 이 ‘매뉴얼’들은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모든 사람들이 배제되지 않고 참여하는 새로운 집회문화를 만들자는 취지의 산물일 테다.

혁명에 대한 이런 상상력은 유례없다. 잘 알려졌듯, 1960년 혁명의 밤을 묘사한 소설 <무너진 극장>에서 작가 박태순은 이렇게 썼다. “원시적이고 본능적인 무질서에로의 해방 상태. 이런 본능이야말로 최루탄을 맞으면서도 애써 진행시켜갔고 대열을 만들어갔던 데모의 다른 한쪽 면이 아니겠는가?” 그러니까 온갖 ‘과도한’ 것들, 조절되지 않은 분노와 정제되지 않은 언행, 그 정동(情動)의 ‘끓어넘침’이야말로 혁명을 가능케 하는 동력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무질서”야말로 부패한 지배층이 가장 혐오하고 두려워하는 것이라는 점을 안다면, 광장의 온갖 ‘혼란’과 ‘난동’은 그 자체로 군중의 유일한 무기이자 전략이다.

그런데 내가 궁금한 건, 혁명이 바로 이런 것이라고 믿는 이들에게 어떻게 오늘날 새 세대가 제시한 혁명의 ‘매뉴얼’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여성·장애인·청소년·성소수자·이주노동자 등에 대한 비하 발언을 하지 말라는 것, ‘모두 일어나라’고 종용하지 말라는 것, 반말·욕설을 하지 말라는 것 등의 ‘주의사항’은 과연 ‘혁명의 정동’과 양립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건 혁명의 역동성과 예측불가능성을 삭제해버린 ‘매뉴얼화된 혁명’을 주문하는 것으로 인식되지 않을까.

예상대로 반발이 크다. 그런 ‘도덕적 강박’이나 ‘정치적 올바름’을 다 지킨 채 이뤄지는 ‘혁명’은 없다는 것. 물론 일리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수많은 ‘배제된 자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끊어내는 것을 광장에 나오는 이유, 혁명의 목적으로 삼은 이들이 있다는 점이다. 혁명은 부정한 체제의 뿌리를 뒤흔드는 가장 발본적이고 급진적인 행위다. 그런데 우리의 언어·습속·인식에 깊게 스민 지배적 기율들을 의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진정한 혁명이 가능할까. 약자에 대한 욕설·폭력이 용인되는 예외적 순간으로서 혁명의 정동을 상상할 때, 그 혁명은 기득권 남성의 전유물에 불과하다. ‘닭·년’ 등의 여성화된 욕설을 혁명의 언어로 승인할 때, 이 나라에는 그 어떤 ‘혁명’도 도래하지 않는다.

그러니 광장에서 벌어지는 혐오의 언어에 대해 계속 말하고 토론해야 한다. 광장이야말로 그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는 가장 효과적인 ‘깨우침’의 시공간임을 기억하자. 지금 필요한 것은 ‘매뉴얼화된 혁명’에 대한 경계와 함께, 2016년의 새로운 ‘혁명의 매뉴얼’을 만들어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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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19호][칼럼] 길라임은 무엇의 이름인가 (손희정)

[경향신문 기고문]

길라임은 무엇의 이름인가

손희정(문화평론가)

 

정치인들이 정치를 ‘대중문화’로 만들어버린 것은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다. 그것에 제일 능했던 이는 미국의 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이었다. 배우 출신의 레이건은 자신이 주인공인 영웅담을 대중에게 선전하는 것이 실제 무슨 일이 있었냐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연설, 협상, 그리고 정책에 있어서도 할리우드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사운드 오브 뮤직>(1965)을 시청하느라 정상회담용 자료를 검토하지 못했던 일이나,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할 테면 해봐. 오늘은 나의 날이야”라는 대사에 감동을 받아 의회의 조세 인상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심지어 ‘미국의 위대함’을 설파하기 위해 인용하곤 했던 일화는 <날개와 기도>(1944)의 한 장면이었다고 한다. 레이건은 자신이 연기했던 배역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대중에게 어필했고, 이후 할리우드 백인 남성 영웅을 지도자로서의 자기 이미지이자 레이건 행정부의 이미지로 전유했다. 영화학자 수잔 제퍼드는 <하드바디>에서 이를 자세히 분석한다.

신자유주의의 시작을 알렸던 레이건 이후 36년. 신자유주의가 이제 그 생명을 다해가고 있는 시점에 대중문화가 길러낸 두 번째 미국 대통령이 등장했다. 바로 도널드 트럼프다. 2000년대 초반. 연이은 부도로 위기에 당면한 부동산 재벌 트럼프는 독특한 생존전략을 선택한다. 스스로를 이미지 상품으로 만들어 ‘트럼프 브랜드’의 가격을 올리기로 한 것이다. 그리하여 출연한 것이 <어프렌티스>라는 리얼리티 서바이벌 쇼였다. ‘견습생’이라는 뜻의 이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은 트럼프 눈에 들어 살아남기 위해 서로 경쟁한다. 어프렌티스>의 인기가 올라갈수록 그의 재산도 늘어갔다. 그리고 그의 성공 신화는 미국의 성공 신화로 다시 쓰여졌다. 이 신화에서 인간 군상은 영웅이 되기 위해 비열한 협잡꾼이 되기를 마다하지 않으며, 어떤 모욕도 견뎌낸다. 그것이 ‘생존’의 의미인 것이다. <어프렌티스>를 경유해 자본의 독재와 신민의 무한경쟁은 오락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10여년 후. 그는 미국 대선이라는 새로운 리얼리티 서바이벌 쇼의 주인공으로 대중 앞에 선다. 레이건이 할리우드의 고전적인 영웅을 자기 이미지로 참고했다면, 트럼프는 미국 대중문화의 가장 저열한 면모인 리얼리티 쇼의 천박한 자본가 이미지를 자원으로 삼았다. 대선 과정에서 전시했던 그의 독설과 소수자에 대한 혐오는 <어프렌티스>의 유행어 “너, 해고야(You’re fired)”와 다르지 않다.

그저 가십일지도 모르는 이런 이야기의 끝에 ‘길라임’을 떠올리게 된다. 드라마 광팬으로 알려진 박근혜 대통령은 일국의 지도자로서 어떤 자기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던 것일까?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온 ‘큰 영애(令愛)’의 이야기는 모든 국민이 알고 있었다. 그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이면에는 이런 ‘국민 드라마’ 혹은 ‘우파의 신화’가 있었음은 분명하다. 특히 대통령 후보 박근혜를 믿고 따랐던 유권자들에게는 ‘장사꾼 이명박’과는 다른 ‘진성 정치인으로서의 우아함과 리더십’에 대한 판타지가 있었고, 그 판타지는 아버지 박정희가 영애에게 남겨준 위대한 유산이었다. “우리 근혜 불쌍해”와 “우리 근혜는 달라”라는 익숙한 말을 떠올려 보라. 박근혜 스토리의 셀링 포인트는 바로 이것이었다.

그래서 처음 그가 <태양의 후예>의 열렬한 팬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당연히 그의 자기 이미지가 ‘유시진’일 것이라 생각했다. 군국주의의 화신이자 비열한 공무원들과는 질이 다른 고귀한 ‘귀족’으로서, 유시진은 우리를 구원할 아버지의 재림이었다. 그리고 그 영웅적 재림의 실현이 박근혜의 자기 이미지이리라 상상했던 것이다. 물론 이는 보기 좋게 어긋났다. 박근혜 게이트의 ‘막장 드라마’로 추론해보자면, 그는 ‘길라임’ 혹은 ‘강모연’으로 자기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트럼프보다도 한심스럽다. 지도자로서 아무런 자기 비전이 없기 때문이다. 길라임과 강모연은 치열한 자기계발로 얻은 재능과 커리어와 ‘미모’를 전부 다 이성애 연애의 완성을 위한 자원으로 소진하는 신자유주의형 공주다. 그리고 이런 공주 이야기의 핵심은 백마 탄 구원자에 대한 판타지다.

업무를 시작하고, 홈페이지를 개편하는 등 청와대의 적극적인 대응이 시작됐다. 성실하게 수사를 받겠다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태도다. 옆에서 구원자들이 머리를 굴리고 있기 때문일 터다. 그들까지 발본색원해서 그의 판타지를 철저하게 깨는 것이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정치적 과제다. 더 이상 그에게 해피엔딩을 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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