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10호][칼럼]독점과 모욕의 자리(권명아)

독점과 모욕의 자리

 

권명아(동아대 국문과 교수)

 

 

한국 사회에서는 제도 비판이 불가능하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제도 비판을 인격화해서 개인적 모욕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정치 제도를 비판하는 걸 개인적 모욕으로 받아들여 보복하는 정치권에 대해서는 입을 모아 같이 한탄하지만, 자신이 속한 제도에 대한 비판에 직면해서는 모욕당했다고 펄펄 뛴다. 한국문학 제도 비판도 이런 악순환을 고스란히 반복해왔다. 역설적으로 이런 현상은 한국 사회의 제도가 추상적이고 공적인 형식이 아니라 인격화된 사적 형식으로 존재해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문학 제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었을 때도 비판을 사적 모욕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지배적이었다. 한국문학이 자기비판의 계기를 놓친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이후 한국문학 제도는 인격화된 사적 형식의 면모를 더욱 심화해왔다. 논란이 되는 신경숙의 표절과 ‘문단 권력’에 대한 논의가 제도 비판의 계기가 되려면 바로 이 악순환의 고리를 먼저 끊어야 한다. 게다가 이른바 ‘문단 권력’의 안쪽에서는 문학 제도 비판을 ‘낙오자들의 원한’ 정도로 치부해온 관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인격화된 사적 형식으로 경도된 한국문학 제도가 출판 산업에서 독점적 지위를 점하게 되면서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한국문학 제도에서 창비와 문학동네는 독점자본이라고 할 수 있다.이들은 경제적 생산의 차원뿐 아니라 상징자본과 문화자본 또한 독점하고 있다. 문학적인 것과 한국문학의 정통성을 수호한다는 “문학적인 이념”이 바로 창비나 문학동네가 독점자본이 될 수 있는 기반이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창비나 문학동네는 제도 비판에 직면할 때마다 위기에 처한 한국문학의 수호자로서 자기 정체성을 거듭 천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입장에서 한국문학은 항상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에 수호자로서 자신들의 위치 또한 항상 소수자나 약자의 입장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따라서 제도 비판을 위기에 처한, 소수자에 불과한 한국문학을 죽이는 적대적 행위로 여기게 된다.

 

  동어반복을 피하려면 이전과는 다른 논쟁이 필요하다. 주식회사 창비나 문학동네를 비롯한 여타 대형 출판기업에 대한 정치경제학적 비판과 연구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한국문학 제도에서 출판 산업의 독과점 방지를 위한 감시와 견제, 또는 제재가 필요하다. 대형 출판 주식회사의 상징적이고 실제적인 주주 자리에 있는 이들이 비평가나 편집위원을 겸하는 것은 금지되어야 한다. 사적이고 독점적으로 비평가를 재생산하는 방식도 공개적으로 비판되어야 한다. 논란이 되는 대형 출판사 관계자들이 한국문학의 가치를 수호하는 것과 독점자본의 지위를 모순 없이 겸해왔던 이중성에 대해 근원적인 자기비판이 필요하다. 한국문학의 수호자라는 ‘신성한 자리’를 이후로도 유지할 수 있으려면 독점자본과의 실질적 분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분리가 과연 가능한지 스스로 물어야 한다. 이런 최소한의 형식적 변화조차 불가능하다면, 한국문학 제도는 파산해버려도 아깝지 않은 한국문학 주식회사에 불과하다.

 

한국문학 제도의 모순은 그야말로 중층적이어서, 반성과 성찰로 해결될 수 있는 차원이 아니다. 사실 한국문학 제도가 이러한 사적 제도화와 독점화로 기울어지면서 이로부터 이탈하는 여러 경향이 나타났다. 그러나 독점화된 제도의 힘은 이로부터 이탈하는 힘들이 자리할 토양을 사실상 황폐화했다. 1990년대 중반 나타났던 다양한 문학 집단들은 “본격문학의 가치”라는 깃발 아래, 신문 문화면과 선인세와 ‘밀어내기 출판’으로 무장한 대형 자본과의 전투에서 그저 사라져버렸다. 이러한 이탈의 힘과 역사를 되찾고 자리매김하는 게 더 중요한 시점이다.

 

한겨레 칼럼, 2015년 7월 8일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99421.html?_fr=mt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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