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2호][여는글]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문화과학』 독자좌담회(최혁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문화과학』 독자좌담회

 

녹취 및 정리: 최혁규 (문화사회연구소)

 

 

최근 『문화과학』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젊은 편집위원들의 영입과 디자인의 변경이다. 그리고 정기구독제를 월 회원제로 변경하며 뉴스레터 발행하기 시작했다. 이 변화의 과정에서 『문화과학』 편집위원회로부터 독자들의 의견에 더 귀기울이기 위해 젊은 독자들을 위주로 독자좌담회를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들 들었다. 지난 몇 년 동안 『문화과학』을 애독해왔고, 곁에서 연대해오며 『문화과학』의 변화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던 한 사람으로서, 독자들이 『문화과학』을 어떻게 읽고 있는지, 특히 청년세대가 『문화과학』을 어떻게 읽고 있는지에 대해 의견을 모으고 전달하는 것은 지금 시점에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독자좌담회를 진행해보기로 했다.

 

지난 11일 금요일 늦은 7시 연남동 문화연대 사무실. 『문화과학』을 구독하는 젊은 독자들 네 명이 모였다. 사실 이 네 명이 모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주말에도 일정이 있는 인원들이 있어 좌담회 시간을 잡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렵사리 시간을 맞춰 금요일 저녁에 한자리에 모였고, 젊은 독자로서  『문화과학』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에 대해 두 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눴다.

 

이날 나눈 대화는 『문화과학』을 어떻게 구독하게 되었는지로 시작해서 우리가 생각하는 『문화과학』의 문제점들 그리고 제안들, 마지막으로 어떻게 함께 고민을 나눌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눴다. 미리 밝히자면 좌담회에 참여한 인원들이 모두 『문화과학』을 오랫동안 읽은 독자들을 아니라 최근 몇 년 사이에 『문화과학』을 접한 독자들이다. 『문화과학』이 2012년에 창간 20주년을 맞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동안 출판된 책들의 절반도 읽지 못한 독자들이다. 하지만 이전 세대와는 다른 감수성을 지니고 있는 세대이기 때문에 기존과는 다른 감각으로 『문화과학』을 접했고, 조금 더 새로운 시각에서 『문화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는 『문화과학』에 대한 어떤 바람이나 제안보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로 끝을 맺었다.

 

아래에 그날 나눈 독자좌담회의 이야기들을 옮긴다.

 

 

ㅡㅡㅡㅡ

 

최혁규: 반갑습니다. 저는 오늘 좌담회의 사회를 맡은 문화사회연구소와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활동가로 있는 최혁규라고 합니다. 우선 간략히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박범기: 네. 저는 박범기입니다. 중앙대학교 문화연구학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며,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입니다.

 

손명아: 저는 중앙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고 유관기관 연구원에서 일하고 있는 손명아입니다.

 

김선민: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학과에 재학중인 김선민입니다. 학교에서 문화이론을 배우고 있습니다.

 

『문화과학』과의 첫만남

 

최혁규: 우선 접근 경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다들 『문화과학』을 어떻게 접하게 되셨어요? 저는 조금 특이한 장소에서 『문화과학』을 접했어요. 군대에 있을 때 알았거든요. 신문에서 ‘문화비평’이라고 하는 글들을 몇 차례 읽었고, 이 분야가 궁금해서 문화비평이나 문화연구에 대한 글들을 검색하던 중 문화이론전문지를 발견했는데 그게 바로 『문화과학』이었어요. 그래서 어떤 책인지 궁금해하다가 전역하고 나서 헌책방에서 예전 『문화과학』 사서 보고 『문화과학』 1회 북클럽도 가보는 등 여러 통로로 만남을 가졌어요.

 

박범기: 중앙대 문화연구학과에 입학한 다음에 『문화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후부터 읽고 있으니까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았네요.

 

김선민: 저는 4년 전에 한예종 입시 준비하면서 이동연 선생님의 책을 봤는데 그 책에서 『문화과학』이라는 이름을 처음 봤어요. 사실 그때 『문화과학』을 사서 본 적은 없어요. 그리고 학교를 다니던 중 이동연 선생님이 『문화과학』 편집회의 때 녹취를 해줄 수 있겠느냐고 부탁하셔서 2014년 1월부터 편집회의에 와서 녹취를 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구독하게 되었어요.

 

손명아: 학부는 독문학과를 나왔는데 당시 과생활보다 아날로그 사진 동아리 활동을 더 열심히 했어요. 그리고 사회학과 대학원에서 통일담론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지만 사진에 관심이 많아서 문화 쪽으로 논문을 하나 더 썼어요. 졸업 후 문화사회학에 대한 감각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동연 선생님이 진행하고 계신 ‘푸코연구 세미나’에 들어갔어요. 과정에서 『문화과학』을CMS회원이 되었어요. 『문화과학』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고 그때는 관심 있는 부분만 읽고 넘겼는데, 갖고 싶은 책 중에 하나였어요. 헌책방에서 샀던 과월호들이 일곱 권정도 집에 있어요.

 

 

『문화과학』의 변화를 바라보는 시선

 

최혁규: 다들 최근에 구독을 시작했지만 몇 호 정도 『문화과학』을 보셨으니까 이번 78호를 기점으로 해서 『문화과학』이 많이 바뀌신 걸 알 수 있으실 거예요. 일단 전체적인 디자인이 확 바꿨어요.

 

김선민: 맞아요. 책의 디자인도 바꿨고 제호도 바꿨어요. 디자인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바꿨어요.이전 디자인은 디자이너의 의도가 있었겠지만 이해하기 힘든 느낌이 있었어요. 이번 디자인은 좋은 것 같아요.

 

손명아: 이전에는 투박한 책 같은 느낌이 강했다면 이번은 조금 더 깔끔한 잡지 같은 느낌이에요.주변에 이번 호 표지 사진을 보고 놀란 친구들도 있었는데 저는 무슨 의미인지 명확해서 좋은 것 같아요.

 

최혁규: 개인적으로는 글들이 한 면에 너무 빽빽하게 들어갔다는 느낌이 들어요. 디자인은 좋은 것 같아요. 페이스북에서 책등이 예뻐서 여러 권을 쭉 꽂아두면 예쁠 것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또 하나 중요한 변화 중 하나가 『문화과학』이 CMS 회원 구조로 구독 방식을 변경했다는 점이에요. 이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박범기: CMS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어요. 정기구독에서 CMS로 변경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 『문화과학』의 맨 뒷면을 보면 정기구독 신청란이 있어요. 단순히 수정이 안 된 것인가요? 아니면 구독 방식이 정기구독회원과 CMS회원 두 방법이 있는 것인가요? 그렇다면 정기구독회원과 CMS회원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는 건지 궁금해요

그리고 CMS회원으로 변경된 만큼, 기존의 정기구독 보다 더 많은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문화과학사의 책을 한 두 권 정도 선택해서 주는 혜택 같은 것들이요.

 

최혁규 : 아직 1호만 발행하긴 했지만, 뉴스레터 발행도 시작했어요. 우리 지금 나누고 있는 이 이야기도 정리해서 뉴스레터에 실리는 거죠.

 

박범기 : 뉴스레터를 보기는 했는데, 꼼꼼이 보지는 못했어요. 인터넷으로 발행되는 뉴스레터의 경우 이곳저곳에서 많은 뉴스레터가 메일로 오다보니 소모되는 듯한 느낌이 있어요.

 

최혁규: 듣고 보니까 CMS회원구조를 어떻게 끌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들이 필요한 것 같네요. 그리고 뉴스레터는 아직 1호만 나간 상태니까 지속적으로 발행하면서 지켜봐야 알 것 같아요. 꾸준히 발행하고 축적해가야 그 피드백도 올 거라고 생각해요.

 

 

『문화과학』을 읽으면서 그리고 읽고나서

 

최혁규: 그렇다면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 『문화과학』에 대한 느낌을 나눠볼까요? 일단 78호의 글들은 어땠나요?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들이 있나요?

 

손명아: 책 앞부분에 있는 사진 이미지를 보고 글을 읽었는데 몰입이 잘 됐어요. 사진에서 글로 연결되는 구성이 매끄러웠다고 생각해요. 이번 특집에서는 세월호부터 자기고용노동자에 대한 이슈들까지 한국사회에서의 문제점들을 다루고 있는데, 서로 다른 주제들을 배치하는 방식도 흥미로웠어요. 공통적으로 배제된 자들 속에 내재된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기존에 많이 소개됐던 글들에서처럼 신자유주의와 연관시켜 해석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좀 더 아래쪽에 자리한 사람들에게로 무게중심을 옮겨보자는 이야기인 것 같았어요.

 

최혁규: 저는 왠지는 모르겠지만 특집 글들의 전체적인 구성이 조금 균질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가끔 『문화과학』을 보면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있는 부분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친절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그 느낌과 연관이 있는 것 같긴 해요.

특히 특집 중에서 프레카리아트에 대한 글이 신선했어요. 글쓰기 방식이 흥미로워서 재밌었어요.아무래도 청년 주체로서 처한 상황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김선민: 저도 그랬어요. 아는 오빠언니들이 친근하게 이야기해주는 듯한 느낌? 저는 ‘엑소 사생팬에 대한 현장관찰 기록’이 재밌었어요. 그냥 물 흐르듯 읽었어요. 청소년들이 무엇을 좋아하며 살고 있는지에 대한 현실을 그대로 담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도 이런 현장관찰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글들이 실리면 제 나이 또래 친구들도 『문화과학』을 찾아볼 것 같은 느낌도 받았구요.

 

박범기: 저도 프레카리아트에 대한 글과 엑소 사생팬에 대한 글이 흥미로웠어요. 사실 『문화과학』 책 자체가 무거운 느낌이 있어요. 아무래도 문화이론지이다보니, 이론적인 논의나 다소 무거운 담론적 이야기를 많이 다룰 수밖에 없을테니까요. 그런만큼 엑소 사생팬에 대한 글처럼 다소 가벼운 문화현실 분석이 더 많이 들어가면 좋겠어요.

 

 

북클럽의 성격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최혁규: 혹시 북클럽은 어땠어요? 저는 북클럽도 좋았어요. 『살아야겠다』도 읽었고 실제 북클럽 행사에도 갔었고 이번에 실린 녹취록도 읽었어요. 자기실천이 무엇일까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하게 됐어요.

 

손명아: 저는 북 클럽 녹취록을 지면에 실을 때 책에서 인상적이거나 중요한 부분들도 직접인용 방식으로 포함시켰으면 좋겠어요.

 

박범기: ‘북클럽 논쟁’ 이라고 명시하고 있는데, 어떤 북클럽은 논쟁적이지 않을 때도 있는 것 같아요. 이번 7회 북클럽 같은 경우 그랬다고 생각해요. 논쟁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실망했다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논쟁이라고 명시했기 때문에 모든 북클럽에서 논쟁이 있을 것이고, 논쟁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공부가 필요할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누구에게나 열린 자리라는 걸 알고 있는데도 북클럽에 참석이 꺼려지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에요. 논쟁적인 자리라기보다 책에 대해 소개하고, 가볍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자리라면 더 쉽게 참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북클럽의 성격을 명확히 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시간이랑 장소도 어느 정도 일정하게 정하면 홍보하기도 좋고 다가가기 쉬울 것 같아요.

 

김선민: 저도 가끔 북클럽을 녹취하면서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그리고 젊은 사람들을 배제하는 행사가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요. 물론 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북클럽이 특징을 좀 더 명확하게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독자들과 함께 고민하는 『문화과학』이 되길

 

최혁규: 연관된 주제로 넘어가자면 『문화과학』의 독자층이 그렇게 넓지 않다는 점이이에요. 이 부분은 애독자로서도 아쉬운 점이죠. 좋은 내용들을 많이 담고 있다고 생각하고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않다는 점이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우리가 『문화과학』과 함께 고민해야 될 지점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어요.

 

김선민: 저도 개인적으로 좋은 이야기들이 많이 담긴 책이라 다 읽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문화과학』이 20년이 넘었는데 내 나이와 크게 차이가 안 나서 책들을 그 시기에 맞게 하나씩 읽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할 때가 있어요. 다 읽고 싶은데 한꺼번에 읽을 수 없으니 아쉬운 생각이 들죠.

 

최혁규: 저는 가끔 친구들에게 권유하곤 하는데 그들이 무겁다는 표현을 자주 하곤 해요.

 

김선민: 저는 무겁다는 느낌은 없어요. 친구들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글들이 많다고 생각하구요.

 

박범기: 저도 무겁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무겁다는 느낌을 주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죠. 그 중 하나가 뚜렷한 정치적인 색깔 때문일 것 같다고 생각해요. 이번 표지에서도 드러나지만 『문화과학』은 진보적 성격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지요. 이러한 지점에서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거예요.

저는 문화라는 것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 수 있고,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매개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그런데 너무 급진적인 것처럼 보이니까 다양한 사람들을 독자로 만들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해요.

그리고, 물론 균형을 잡으면서 매호 발간되고 있지만, 『문화과학』을 읽기 쉽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이론적인 논의, 문화현상 분석 등 다양한 성격의 글들이 함께 섞여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손명아: 저는 그런 부분이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창간된 지 20년이 넘은 이론지가 구체적인 문화현실 분석과 같은 대한 흥미로운 글부터 이론적인 글까지 모두 다룰 수 있다는 것은 제도권 학술지로 편입되지 않으려는 의지의 반영인 것 같아요. 『문화과학』은 시의성 있는 글들을 다룰 수도 있고,무엇보다 규제가 없기 때문에 대학원생 등 외부 필진의 글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내서 게재하는 방식이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최혁규: 그렇다면 젊은 층들의 관심사가 담긴 글이 실리겠고 독자들도 그 관심을 공유하고자 하겠죠.

 

김선민: 편집위원 선생님들도 독자층을 넓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이 자리도 젊은 독자들이 『문화과학』을 어떻게 읽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서 젊은 독자들에게 더 다가가려는 그런 시도인 것 같아요.

 

박범기: 이런 계간지가 오랫동안 지속된 게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지속가능한 다른 방법들을 계속해서 찾아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현재 변화를 주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구요. 더 열린 체계가 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게 좋겠죠.

 

손명아: 이런 작업들이 계속 되도록 하는 동력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젊은 세대가 문화과학을 더 많이 접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은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해요. 이런 부분이 『문화과학』 같은 잡지를 꾸준히 만들고 있는 분들에게 보답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최혁규: 네. 앞으로도 독자모임이라는 이름을 갖든 독자좌담회란 이름을 붙이든 독자들이 모여서 이런 부분들을 같이 고민할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좋은 말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조만간 또 이런 자리를 통해서 뵙길 바라겠습니다.

 

이 글은 카테고리: 알림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유주소를 북마크하세요.

댓글은 닫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