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21호][칼럼] 써드라이프의 시대가 온다 (이동연)

써드라이프의 시대가 온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전 세계 게임스타일의 지형을 흔들었던 ‘포켓몬 고’의 열풍은 인공지능 시대의 새로운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예고하는 하나의 징후로 읽을 법하다. ‘포켓몬 고’는 증강현실 기술과 소위 ‘구글맵’으로 대변되는 위치 추적 장치를 이용해서 최고 인기 애니메이션 ‘포켓몬’의 캐릭터들을 포획하는 게임이다. 기술적으로는 높은 수준을 적용한 게임은 아니지만, 컴퓨터와 미디어 안에 갇힌 기존 게임의 상식을 뛰어넘는 발상의 전환을 이루어냈다. 말하자면 게임의 지형을 바꾸어 놓은 것이다. ‘포켓몬 고’라는 게임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충격효과는 게임을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있다. 기존 게임들은 실제현실과 가상현실을 구분하여, 가상공간에서의 특이한 체험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꾀했다. ‘써든어텍’ 같은 1인칭 슈팅게임, ‘리니지’, ‘와우’같은 온라인 게임 등은 컴퓨터 스크린이라는 가상공간 안에서 생생한 현장감을 즐기게 하지만, 그 자체가 현실공간은 아니다. 그런데 최근 인공지능과 유비쿼터스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현실공간과 가상공간이 융합하는,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가상공간이 실제 현실 안으로 들어와 개인의 감각을 활성화시키고, 놀이의 체험을 극대화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포켓몬 고’는 이러한 현상의 아주 단순하고 초보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나는 이러한 현상을 ‘써드라이프’(Third Life)라고 명명하고 싶다. ‘써드라이프’는  말 그대로 제3의 삶의 시대가 왔다는 뜻이다. 현실공간에서 물리적인 삶을 사는 단계가 ‘퍼스트라이프’라고 한다면, 가상공간에서 잠시 흥미롭지만, 허구에 불과한 체험을 하는 단계는 ‘세컨드라이프’로 말할 수 있다. 미국에서 한 때 큰 인기를 얻었던 ‘세컨드라이프’라는 게임이 이에 해당된다. 실제 현실과 구분되어 인터넷 가상공간에서 집을 짓고, 가상의 애인과 결혼을 하고, 가상의 직장을 다니는 게임에 심취한 사람들은 대체로 현실공간에서 만족하지 못한 삶을 가상공간에서 보상받고 싶은 심리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써드라이프의 시대는 가상공간이 제공하는 판타지 혹은 허구적인 대리 만족을 현실공간에서 체험하게 함으로써, 가상현실이 곧 실제 현실이 되게 하는 삶을 기능케 한다. 써드라이프는 현실공간과 가상공간이 함께 연계-결합이 가능한 초현대 하이퍼 현실사회의 라이프스타일을 의미한다. 최근 유행하는 “3D프린터”, “홀로그램”, “증강현실”을 활용하는 기술혁신과 그 기술을 활용한 놀이 콘텐츠들은 라이프스타일의 문화환경이 써드라이프로 이동 중에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2016년 다보스 포럼 이후, 한국에서도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술 혁신과 시민들의 일상의 변화에 대해 많은 예측 보고서가 나오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서는 “생명안전, 인공지능, 산업자동화, 메이커운동,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딥러닝, 스몰비즈니스, 원격의료서비스” 등이 각광받을 예정이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신경제가 중심이 될 것이라는 예측인데, 자본의 논리가 아닌 문화의 논리에서 볼 때, 신경제란 과학과 공학의 첨단기술을 통해 인간의 삶을 윤택하고 가치 있게 만드는 경제, 인간에게 이로운 신 홍익인간 산업, 기술혁신과 사회혁신을 동시에 추구하며 인간이 중심이 되는 신인류산업을 의미한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대선 후보들이 저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이야기 하지만, 정작 그러한 산업적 변화가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해서는 누구도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중요한 것은 산업과 경제, 자본의 재생산에 있는 게 아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미래 사회에서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이 어떻게 바뀌고, 개인은 어떤 문화를 원하는 가에 대한 감성적 간파이다.

  써드라이프의 시대는 유비쿼터스 정보 기술과 생명공학 혁명에 따라 개인의 신체를 완전히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그래서 “초감각지능산업”, 이른바 가상현실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창의적인 이야기가 가미된 유비쿼터스 헬스케어 산업이 발전할 것이다. 따라서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는 개인의 인지적 역량과 일상적 놀이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 미래 예측이 필요하다.

  써드라이프 시대는 또한 ‘예술과 문화, 기술과 과학’이 통섭하여 새로운 초감각적 문화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통섭적 환경이 주는 감각의 새로운 지평들을 고려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문화 혁명에 따라 기존의 문화콘텐츠 영역이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새로운 문화콘텐츠 산업이 어떻게 지배적인 영역으로 부상하고 이들이 이용자들의 기술 감각과 콘텐츠 관여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일지에 대한 전망 연구가 필요한 것이다. 개인의 감각을 극대화시키는 “써드라이프”의 시대는 책, 영화, 음악, 게임, 모바일, 메신저커뮤니티와 같은 미디어콘텐츠들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경험하게 될 것이며, 그 체험이 그 자체로 가상이 아닌 현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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