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17호][칼럼] 게임 셧다운제 폐지 – 찬성(이동연)

[서울경제 기고문]

[어떻게 생각하십니까]게임 셧다운제 폐지 – 찬성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심야 시간에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강제로 막는 셧다운제가 부모에게 선택권을 주는 방향으로 완화되면서 ‘셧다운제 폐지’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 산업의 대표적 규제로 꼽히던 ‘인터넷 게임 시간 이용제한 규제(셧다운제)’를 풀어 부모 등 친권자가 요청할 경우 심야 시간(자정~오전6시)에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부모선택제’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게임 업계 등은 부모선택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셧다운제 완전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폐지 찬성 측은 셧다운제가 실질적으로 청소년의 게임 이용 시간을 줄이지 못하고 있으며 게임 및 문화 콘텐츠 산업만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반대 측은 게임이 중독성이 높은 만큼 청소년의 건강과 수면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셧다운제가 필요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지난달 사회관계 장관회의에서 ‘게임문화진흥계획’의 일환으로 강제적 게임셧다운제를 완화하는 정책이 발표됐다. 현행 청소년보호법은 자정에서 오전6시까지 16세 이하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강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이번 규제 완화 조치의 골자는 부모가 동의하면 선택적으로 게임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데 있다. 얼핏 보면 부모의 선택이 중요해졌으니 게임셧다운제의 강제적 규제가 완화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과연 자정에 자녀의 게임 이용을 통 크게 허용해줄 부모가 얼마나 있을까. 강제적 셧다운제가 부모선택제로 전환된다고 해 게임 규제 정책의 기본 틀이 크게 변화할 것 같지는 않다. 전 세계에 유일무이한 게임셧다운제가 폐지되지 않는 한 정부의 게임 규제 정책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에 머물 것이다. 그렇다면 게임셧다운제는 왜 폐지돼야 할까.
첫째, 무엇보다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문화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현행 셧다운제는 청소년이 게임을 할 기본 권리를 강제적으로 차단하고 게임으로 스스로 놀이의 즐거움을 추구할 권리를 박탈한다. 물론 이번 조치로 부모의 선택 권한이 주어졌지만 청소년이 게임을 할지 스스로 결정하는 권리를 부여한 것은 아니다. 청소년의 문화 권리와 부모의 자녀 관리 의사가 공존하려면 차라리 셧다운제를 폐지하고 부모의 선택으로 자녀의 게임 이용을 차단하는 것이 더 나을 듯싶다. 셧다운제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청소년이 밤에 충분히 수면을 취해야 하는데 게임이 청소년의 수면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청소년의 수면권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게임만이 아니라 입시를 위해 새벽까지 공부하는 것을 금하는 소위 ‘수능셧다운제’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청소년의 수면권은 기본적으로 당사자가 잠을 잘지 안 잘지를 결정하는 권리이지 무조건 밤에는 자야 한다는 강제적 권리가 아니다. 둘째, 셧다운제는 실효성이 거의 없다. 강제적 셧다운제 도입을 지지한 여성가족부와 보수적 시민단체는 이 제도가 시행되면 청소년의 게임 이용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제로 효과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 2014년 산업연구원의 ‘문화산업 글로벌 경쟁력 제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셧다운제가 도입된 후 청소년의 하루 게임 이용 시간이 16~20분 정도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 수치는 통계적으로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셧다운제가 시행돼도 16세 이하 청소년이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로 인증하고 이용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심지어 셧다운제가 시행되자 게임 업계는 청소년 이용 게임 개발을 줄이고 청소년은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청소년 이용 불가 게임을 더 많이 이용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셋째, 셧다운제는 강력한 게임 규제로 국가가 사회를 관리하려는 장치로 기능한다. 셧다운제와 같이 놀이 시간을 강제적으로 차단하는 정책은 국가가 청소년을 학업과 노동의 주체로 관리하겠다는 발상이다. 더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청소년의 게임 이용 여부와 관계없이 이 법이 주는 상징적 통제 효과가 강력하다는 점이다. 이는 개인의 문화적 권리와 취미생활을 법으로 통제하겠다는 국가의 통제 의지를 아주 당연시하고 있다. 극히 실효성이 낮은 이 제도를 도입하려는 것은 어떤 점에서는 청소년 보호의 논리를 넘어 개인의 자유로운 온라인 활동을 통제하려는 국가 사회관리 통제술의 연장선에 있다. 넷째, 게임의 산업적·문화적 활성화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게임콘텐츠에 대한 과도한 중복 규제로 최근 게임콘텐츠와 관련한 각종 규제법 발의안과 함께 게임 산업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저해하는 강한 규제 장치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말부터 지금까지 게임 산업이 셧다운제로 대략 1조1,600억원의 매출 감소를 보였다고 한다. 또 게임의 문화적·예술적 가치들이 강제적 셧다운제로 평가절하됨으로써 창의적 문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부정적 효과를 내기도 한다. 물론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그러나 원인이 게임 자체에 있기 때문에 과도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생각은 시대착오적이다. 5월 건국대 산학협력단이 게임 과몰입에 빠진 청소년 2,000명을 2년간 장기 관찰한 결과 게임 과몰입의 근본 원인은 게임 자체에 있기보다 청소년이 받는 사회적 스트레스에 있다고 발표했다. 무리한 법적 규제보다 청소년에게 더 많은 문화적 놀 거리를 제공하고 입시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것이 게임 과몰입을 막는 실질적 대안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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