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석의 『뉴아트행동주의: 포스터미디어, 횡단하는 문화실천』(안그라픽스, 2015)
<문화/과학> 편집위원이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디지털문화정책 전공 교수인 이광석이 『뉴아트행동주의: 포스터미디어, 횡단하는 문화실천』을 펴냈다. 이 책은 『사이방가르드: 개입의 예술, 저항의 미디어』(안그라픽스, 2010), IT Development in Korea: A Broadband Nirvana?(Routledge, 2012), 『디지털야만: 기술잉여, 빅데이터와 정보재난』(한울, 2014)에 이은 그의 네 번째 단독 저서다. 그는 그 동안 테크놀로지, 미디어·예술행동주의, 문화의 정치경제학, 디지털 공유지, 빅데이터 감시 등을 주제로 꾸준한 연구 작업을 해왔다. 『뉴아트행동주의』는 국내에서 주목할 만한 미디어 저항과 비판적 예술·문화의 사례를 면밀히 살펴봤다는 데 의의가 있다. 즉 이 책은 “현실 개입의 사회미학적 관점 아래 기술·미디어와 창작 실험을 좀 더 긴밀하게 접합하는 문화실천의 경향을 이론화하고 그것의 사례 발굴을 국내 현장 인터뷰와 조사를 통해서 구체적으로 수행한다는 점에서 독자적 의의를 갖는다.”(24)
『뉴아트행동주의: 포스터미디어, 횡단하는 문화실천』은 최근 한국에서 부상하는 새로운 예술창작과 미디어 표현의 비판적 흐름을 주목한다. 특히 체제 권력에 틈입하는 국내 창·제작자들이 보여주고 있는 예술행동, 문화간섭, 행동주의, 대안미디어, 전자저항, 자가 제작문화 등 다종다양한 실천을 ‘뉴아트행동주의’라 정의하고, 기술과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문화실천의 지적 계보를 살핀다. 동시대 미술, 디자인, 문화, 미디어 영역에서 활동하며 스스로 자신의 삶과 주권 공간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행보를 통해 우리 문화실천의 새로운 지형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1. 문화실천 논의의 새로운 방향
-뉴아트행동주의: 전술미디어의 역사적 유산
‘뉴아트행동주의’에 대한 총론이자 이론을 담은 장으로, 서구의 문화실천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갖는 ‘전술 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영역과 경계를 넘나들며 저항의 다채로운 실험과 실천정신을 사유한다. 소비에트 사회주의 몰락 이후 1990년대 중반 북유럽을 중심으로 서서히 퍼져나갔던 비판적 문화실천이자 미디어운동의 새로운 도발적 흐름, 이른바 전술미디어의 이론적, 역사적, 실천적 경험으로 ‘예술’ ‘미디어’ ‘온라인’을 가로지르는 문화실천의 계보를 정리하여 오늘날 우리가 주목해야 할 문화실천의 지형과 새로운 가능성을 본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전술미디어란 특정한 정치 이슈와 관련해 예술행동, 문화간섭(cultural jamming), 대안미디어운동, 전자저항을 가로지르며 미디어 수용 주체들이 현대자본주의에 따른 삶권력(bio-Power)’의 파동으로부터 자신의 주권 공간을 만들어나가는 문화실천과 현실 개입의 운동을 지칭한다.(…) 북유럽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던 전술미디어의 진화는 운동의 횡단형 계열체를 만들어내면서 서구 문화실천에 여러 실천적 울림을 남겼다. 반면 우리의 문화실천은 여전히 예술-문화-언론-정보운동이 상호 서로 단절되어 각자 도생하는 지형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13~14)
“또 하나 이 책의 핵심은 역사적으로 유럽 전술미디어의 유연한 문화실천 경험과 유사하게 국내 지형에서 몇 가지 유사한 징후를 드러내는 사례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2000년대 이후 국내 미디어 작가, 문화 기획·매개자, 소셜웹 등 문화미디어 행동가들이 지닌 사회·문화적 관심사와 그들의 문화실천적 행동의 경향을 소개하고 비판적으로 정리했다. 나는 이 같은 전술미디어적 국내경향을 ‘뉴아트행동주의(new art activism)’이라 칭한다.”(14)
2 뉴아트행동주의의 열여덟 창작 실험실
-표현의 자유와 시각적 상상력의 복원
자유로운 상상을 억제하는 권위에 저항하고 속박의 정치를 치받으며 온·오프라인 정치 패러디, 풍자, 벽낙서, 포스터 작업 등 다양하고 재기발랄한 표현의 자유를 예술행동의 의제로 삼는 미디어 작가들을 소개한다. 여기에 담은 이들의 창작 작업에서 억압 논리의 조악함, 비상식의 사회상, 정치적 낙후와 코미디가 주는 현실, 엄숙주의에 대한 도전을 충만한 패러디와 해학으로 재해석한 것을 엿볼 수 있다. 이하(포스터아티스트), 김선(실험영화감독), 구헌주(그라피티아티스트), 조습(시각예술가), 문형민(시각예술가), 연미(시각미술가)의 작업이 소개된다.
-온라인 소셜 가치와 뉴아트행동주의
사회적 개입의 쟁점들이 온라인의 ‘소셜’웹과 접붙는 경향에 주목한다. 소셜미디어란 기술적 현상이 어떻게 작가들이 추구하는 개입의 미학과 접목되는지에 대한 관찰이다. 사회적 캠페인과 프로젝트를 펼치고 온라인상에서 공유하고, 한국사회에 개입하는 방법을 소셜웹에서 찾는 등 각각의 창작 활동과 온라인 활동의 연계성을 눈여겨본다. 배인석(시각예술가), 양아치(미디어 아티스트), 강영민(팝아티스트), 홍원석(커뮤니티아티스트), 차지량(미디어아티스트), 윤여경(인포그래픽디자이너)의 작업이 소개되고 있다.
-자립형 기술문화의 탄생
예술 개입의 경험들이 자립 기술문화 등과 결합하면서 좀 더 실험적인 제작문화운동으로 성장하는 방식에 주목한다. 이 흐름은 체계적 권력에 의해 ‘읽기문화’에만 길들여져 삶 자체를 재구성하려는 주체성 회복의 ‘쓰기문화’를 독려하는 개입의 미디어 기술문화 경향에 해당한다. 촛불소녀 캐릭터를 만들거나 선물경제 문화를 실험하며 삶디자인 운동을 펼치고, 목공 등 자작문화를 통해 잃어버린 손의 감각을 익히고, 대안적 플랫폼 개발을 통해 자립형 예술가들의 생존력을 기르고, 예술청년들의 생존적 대안 공간을 실험하는 등 주류적 관성에 저항하는 발상전환의 예술적 흐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박활민(삶디자이너), 청개구리제작소(크리티컬메이커), 길종상가(생활제작디자이너), 최태윤(전시기획자), 와이피(캐릭터아티스트), 김영현(문화기획자)의 작업이 소개된다.
『뉴아트행동주의』는 포스트미디어 시대, 아방가르드 전통을 계승하는 창·제작자들의 새로운 문화실천을 엿보고 그 함의를 꼼꼼하게 짚어낸 작업이다. 이광석은 왜 3년에 걸쳐 이 작업에 몰두해야만 했던 것인가? 「나오는 글」의 한 구절이 이 물음에 대한 답을 대신해준다.
“테크노 자본의 파장에서 이탈하거나 탈구하는 주체의 형질 전환이 저항의 단초가 되어간다. 저항의 파장을 일으키며 자생적으로 흩어지고 모여 분출하는 디지털 수용 주체들의 “처음부터 무수한 중심들”, 이들이 바로 대안사회를 구성하는 출발이자 희망이다. 체제에서 탈구된 나쁜 주체들이 꾸미는 미래 기획의 개념과 언어들로부터 대항권력의 구체적 그림을 그려보는 일을 시작할 때다.”(385)
( 이 글은 출판사의 책 소개를 참조하여 편집부가 재구성하였음)
『뉴아트행동주의』를 다룬 기사입니다.
(디자인 정글)
http://magazine.jungle.co.kr/cat_magazine_special/detail_view.asp?table=hotnissue&master_idx=112&menu_idx=314&main_menu_idx=81&sub_menu_idx=83&pagenum=1&temptype=5
(민중의소리) http://www.vop.co.kr/A0000087983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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