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7호] [북클럽후기] 제11회 <문화/과학> 북클럽 후기_ 라만차의 기사들을 기다리며

제11회 <문화/과학> 북클럽 후기

라만차의 기사들을 기다리며

김가희(영문학 박사)

2월 24일에 열린 제11회 <문화/과학> 북클럽에 다녀왔다. 조형근(한림대 교수) 선생님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북클럽은 『신자유주의의 금융화와 문화정치경제』의 저자인 강내희 선생님과 토론자 서동진 선생님(계원예술조형대학교 교수)을 만날 수 있는 자리였다. 나는 강내희 선생님께서 작년 여름 베를린에서 원고작업을 마무리하셨다는 것을 안다. 지난 몇 해 동안 선생님은 방학이 되기만 하면 도망치듯이 외국으로 나가셨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이러한 외유는 집중해서 책을 쓰기 위한 도피 아닌 도피였다. 지난 가을 세미나 뒤풀이 자리에서 선생님은 본인이 고르신 책의 표지를 보여주셨고,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선생님의 친필 사인이 담긴 책을 선물 받았다. 선생님께 죄송하고 부끄러운 일이지만, 나는 북클럽 행사가 있기 하루 전에야 책을 읽기 시작했다는 말을 해야겠다.
신자유주의는 오늘날 우리 사회를 작동시키며 우리 삶의 구석구석을 규정하는 핵심원리다. 오늘날 수많은 ‘장그래’들이 양산된 배경에는 기업 활성화를 위한 노동의 유연성 확보라는 신자유주의 정책이 있으며,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짓밟은 ‘세월호 사건’의 근본 원인을 따져 봐도 신자유주의라는 미명 하에 기업에 대한 규제와 감시를 저버린 국가의 책임이 있다. 신자유주의는 우리 사회를 설명하기 위해 가장 많이 호출되는 단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을 선뜻 읽어나가지 못한 이유는 바로 ‘금융화’라는 말 때문이었던 같다. 영문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금융화’라는 말의 전문성에 읽기도 전에 압도당하고 만 것이다.
이 책은 ‘신자유주의의 금융화와 문화정치경제’라는 주제가 갖는 사회적, 학문적 의의를 넘어서 인문학자, 비판적 문화연구자가 쓴 금융관련 서적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조형근 선생님이 이와 관련해서 첫 질문을 하셨고 강 선생님은 문학청년, 그것도 시골 출신의 문학청년다운 대답을 하셨다. 시골을 떠나와 느꼈던 서울의 생경한 모습에 대한 기억들처럼 오늘날 어마어마한 건물들이 만들어내는 낯선 장면들을 텍스트로 삼았고, 그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큰돈의 움직임을 파악하고자 했다는 설명이셨다.
이러한 시도에 대해 서동진 선생님은 선수를 빼앗긴 아쉬움을 토로하며, 강 선생님을 ‘라만차의 기사’에 비유하셨다. 서동진 선생님 지적대로 이 책이 자본주의를 분석할 때 빠지기 쉬운 유혹인 인간의 소외, 직접성의 상실, 진정성 문제 비판으로 흐르며 강 선생님이 짐멜주의자가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라만차의 기사라는 말을 내 방식대로 해석해 보고 싶다. 라만차의 기사는 허황된 꿈을 꾸다가 현실에 좌절한 패배자가 아니라, 그가 변화시킨 산초를 통해 유토피아를 이룬 것이라는 해석을 읽은 적이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변화된 자본주의인 신자유주의의 총체적 해석을 위해 금융화 연구는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대안을 그려보기 위해 우리는 앞으로도 수많은 라만차의 기사가 나타나기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 아닐까.

라만차의 기사처럼 나도 누군가의 눈에는 허황되게 보일 꿈을 꾸며, 1장에서 멈춘 책읽기를 다시 시작해야겠다. 1장까지 읽은 소감이라면, 나같이 경제나 금융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도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길 정도로 강 선생님의 글은 편하게 읽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신자유주의를 축적체제로 설명하고 그 핵심에 금융화를 놓으며, 정치, 경제, 문화의 상호 역학적 관계와 주체형성, 그리고 자본주의의 대안에 대한 선생님의 문제설정과 문제의식을 1장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나이 육십을 넘어 “망령스럽게” 공부해서 쓰셨다는 이 책은 한국의 문화연구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할 지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해준다. 마지막으로 선생님의 말씀을 또 빌어서, 연구자들이 마음대로 책을 쓸 수 있는 환경과 토론을 통해 서로 발전해가는 학계 분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그리고 북클럽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보충해서 『신자유주의의 금융화와 문화정치경제』의 수정판을 꼭 써주시기를 강내희 선생님께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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