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12호][신간안내]84호를 발간하며

 

안녕하세요? 계간『문화/과학』 편집위원회입니다. 국내 유일의 문화이론 계간지『문화/과학』84호가 발간되었습니다. 관련하여 보도 자료를 보내드립니다. 이번 84호의 특집 주제는 <예술노동>입니다. 2011년 극작가 최고은 씨의 사망으로 예술인복지와 노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대되었지만, 2015년 연극배우 김운하씨의 죽음을 막지 못했습니다. 예술복지와 예술노동의 문제는 특히 최근 도시재생의 젠트리피케이션 심화로 창작의 위기까지 가중되고 있습니다. 예술노동이란 개념은 창작을 하는 예술가들에게는 매우 낯선 개념이지만, 정작 예술가의 생존 현장에서는 절실한 의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사회적 파업과 투쟁의 현장이 늘어나면서 예술이 현장에 참여해야 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고통 받는 사람들과 연대하는 예술행동은 고통 받는 예술가의 예술노동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최근 정부가 자행하는 예술 검열 사태 역시 우리 사회 예술창작의 권리, 예술노동, 예술행동의 문제들이 서로 연계되어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문화/과학』84호는 예술노동이란 주제로 이 문제를 다루고자 합니다.

 

 

● 대학로 극장이 폐관되고, 배우는 생활고에 시달려 죽음을 맞으며, 가난한 청년예술가들에게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예술가는 고통 받는 이들의 현장을 포기할 수 없고, 예술의 검열은 더 강화되는 지금 우리 시대 예술의 위치를 묻는 특집 <예술노동>을 다룬 6편의 글!● 강원도 화천과 부산에서 오랫동안 지역 문화예술 활동을 한 극단 <뛰다>와 문화기획 집단 <플랜b>의 연대기를 담은 기획 <지역문화운동의 새로운 흐름들>!

● 한국사회 혐오, 표절, 광복70주년행사, 세월호특별법 보도담론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을 담은 4편의 문화현실분석 수록!

● 일본 퀴어문화와 중국 상해 신노동자의 미디어 재현 문제를 다룬 3편의 동아시아 문화연구 수록!

● 지젝의 슈미트 비판의 의미를 해석한 김정한 교수의 이론의 재구성!

● UC 샌디에고의 이진경 교수의 신작 <서비스이코노미>와 일본의 지역운동으로 발전한 NPO 교육운동의 현장을 다룬 권명아 교수의 글과 좌담 수록!

 

■ 많은 분들의 관심과 보도 부탁드립니다.

 

84호의 ‘특집’은 ‘예술노동’이다. 예술과 노동이라는 이질적 단어의 조합은 그 자체로 논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예술이 어떻게 노동인가라는 반발에서부터 예술마저 노동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회의적인 반응이 있는가 하면, 예술은 노동의 특수한 행위라는 입장, 예술노동은 예술도 노동도 아닌 다른 활동이라는 견해까지 예술노동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의 차이가 존재한다.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쉬워 보이지만은 않는 예술노동이라는 이슈를 『문화/과학』에서 특집으로 다루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사회에서 예술노동이라는 말이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최고은, 김운하 등 청년 예술가들의 잇따른 죽음이 있다. 생활고에 내몰린 예술가들의 쓸쓸한 죽음 이후 예술인복지법 등 지원정책이 마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술가들의 궁핍한 삶의 조건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데서 이 문제에 접근하는 더 적극적인 인식의 변화가 요구되었는데, 그것이 다름 아닌 ‘예술노동’이라는 문제설정이다. 그것은 우리 사회에서 예술이 무엇이며, 왜,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를 묻는 근본적 성찰과 맞닿아 있다. 바꾸어 말해, 예술가들에 대한 복지정책의 마련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예술가들 스스로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어떤 권리와 역할을 갖는 존재인지를 새롭게 정립함으로써 ‘살아남기’를 모색하려는 능동적 시도가 곧 예술노동이라는 문제설정이었던 것이다.

 

예술노동이라는 말이 등장하게 된 배경에 공감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것이 신자유주의 정치경제체제에 예속된 예술과 예술가들의 위기를 극복하는 대안적 사고와 실천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더 많은 논쟁과 합의의 과정이 필요하다. 예술가가 스스로를 구제하는 동시에 자신에게 부여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문제설정으로서 예술노동은 한국 사회의 여건에서 적절하고, 실현 가능한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예술노동을 둘러싼 담론의 역사적․이론적 지형 및 실천 영역에서의 쟁점들을 살펴봄으로써 찾을 수밖에 없다.『문화/과학』이 예술노동이라는 논쟁적 주제를 특집으로 다루게 된 이유는 여기에 있다.

 

<목 차>

 

특집: 예술노동

예술노동의 역사▪이론적 궤적———————————————————————- 최진석(수유너머N 연구원)

예술노동의 권리와 사회적 자본형성을 위한 예술행동———————————이동연(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예술인복지, 무엇이 문제인가——————————————————————-김상철(노동당 서울시당위원장)

예술노동 뒤에 드리워진 검은 그림자————————————————————-홍태림(<크리티칼> 발행인)

콜트콜텍 기타를 만드는 노동자를 위한 연대의 노래————————–이원재(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소장)

예술노동과 예술행동을 둘러싼 사회적 의미와 흐름에 대하여(좌담)———————-이광석, 이원재, 송경동, 김준기

 

기획: 지역문화운동의 새로운 흐름

예술텃밭에서, 저항하다————————————————————————————황혜란(극단 뛰다 배우)

부산의 문화적 현안과 플랜비문화예술협동조합 ————————송교성(플랜비문화협동조합 지식공유팀장)

김태만(부산해양대 교수)

 

문화과학 제13회 북클럽

이진경 『서비스이코노미』(소명출판사, 2015)

패널: 이진경(UC 샌디애고 교수), 문강형준(문화평론가),

이혜령(성균관대학교 연구교수), 정정훈(수유너머N 연구원)

 

문화현실분석

혐오없이, 혐오앞에서, 혐오와 더불어———————————————————– 시우(트랜스 크라이스트 연구모임)

표절에 대한 짧은 소회——————————————————————————————————- 최원(독립연구자)

신화정치의 위기 속 역사철학과 문화연구의 조우 ———————————– 전규찬(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여론은 흐른다?: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여론’이라는 담론구성———————- 김수아(서울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인문장치의 발견

NPO와 공생카페: 지역 생협으로 발명한 ‘동아시아 공생대학’—————————-권명아(동아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동아시아 문화연구

퀴어가 여기 살고 있다: 불가시화에 저항하며——————————————얀베 유우헤이(일본 근대여성사 연구자)

다양한 지배, 다양한 저항————————————————————————–스나가와 히데키(LGBT 인권운동가)

신노동자가 ‘드림쇼’를 만났을 때——————————————————————————-궈춘린(상해대학교 교수)

 

이론의 재구성

지젝의 슈미트 해석과 비판 —————————————————김정한(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HK 연구교수)

 

 

<84호 특집 원고 소개>

 

최진석(수유너머 N 연구원),「예술-노동의 역사․이론적 궤적: 놀이노동의 신화에서 예술기계의 실재까지」

이 글은 산업화와 함께 노동으로부터 분리된 놀이가 근대예술로 탄생된 이후 예술과 노동을 다시 연결시키려 한 시도들의 역사․이론적 궤적을 맑스주의 전통 안에서 추적하고 있는 것이다. 전 자본주의 시기 ‘조화로운 삶’에 대한 엥겔스의 회고로부터 시작되는 글은 예술-노동의 테제가 러시아 혁명 이전에 체르니셰프스키와 플레하노프에 의해 예술이론으로 완성되었으며, 소비에트-러시아에서는 프롤레트쿨트와 레프의 문화운동으로 전개되었음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이 작업에서 최진석이 집요하게 묻고 있는 것은 예술과 노동의 통일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생산하는 삶이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그는 예술-노동이 상품화된 일상이 아니라 가치 있는 삶을 생산하기 위해 요청된다고 한다면, 그것은 자본주의적 가치법칙과는 ‘다르게’ 작동하는 활동, 요컨대 ‘삶정치적 활동’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삶정치적 활동으로서의 예술-노동은 노동가치론의 전제들을 타파하고, 예술-노동의 주체로 설정되었던 인간을 넘어서서 “예술-노동의 기계적 배치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의 과제로까지 확장된다. 그의 논지는 예술-노동이라는 문제설정에서 흔히 간과되었던 점, 궁극적으로 어떤 삶을 생산하기 위해 예술과 노동이 연결되어야만 하는가라는 점을 거꾸로 성찰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주목해야 한다. 하지만, 생산적 노동의 지양을 전제하는 ‘삶정치적 활동’으로서의 예술-노동이 생존위기에 몰려 있는 예술가들의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이동연(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예술노동의 권리와 사회적 자본 형성을 위한 예술행동

이 글은 이론적․실천적 관점에서 예술노동의 쟁점들을 분석하고 있는 글이다. 그에게 예술노동은 자본주의 생산양식과 지배체제의 외부로 향하는 ‘사회적 자본’의 형성을 가능하게 하는 실천적 사유로서 복지와 행동을 동시에 고려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는 한국사회에서 예술이 위기를 맞게 된 원인을 ‘예술의 젠트리피케이션’과 ‘예술가의 프레카리아트화’로 진단하고, 이로부터 예술가를 위한 복지와 예술가에 의한 행동을 동시에 고려하는 예술노동의 사유를 이끌어낸다. 복지법과 사회보장제도의 도입, 사례비 및 표준계약서의 작성 등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예술가의 권리로 요구되어야 할 복지문제라면, 권력과 시장의 문제를 비판하고 전유하는 예술행동은 예술가들의 사회적 역할로 요구되는 것이다. 예술노동의 목표는 예술가들의 자립과 연대를 통한 사회적 자본의 형성에 있다.

 

김상철(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예술인복지, 무엇이 무엇인가: ‘잊혀진예술인 복지정책의 문제설정

이 글은 제대로 된 예술인복지정책이 수립되기 위한 조건과 과제를 제시하는 것이다. ‘예술인소셜유니온’의 정책 담당이기도 한 그의 글에서 느껴지는 현장의 요구는 담론 차원의 논의보다 더 다급하고 절박해 보인다. 그는 예술인복지는 생계보장, 신분안정, 창작지원의 세 가지 영역에서 동시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는데, 이러한 요구를 할 수 있는 근거로 예술가도 국민이라는 점을 꼽는다. 즉,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예술가도 일반적인 사회보장체계로의 진입을 마땅히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그는 국가가 예술인에 대해 사용자성을 갖도록 촉구하는 것, 문화산업자본에 대해 예술가들이 노동자성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이러한 제안은 권력과 자본에 투항하겠다는 말로 들리기도 하지만, 그것이 제도에 ‘개입하면서 넘어서는’ 가장 실현 가능한 방법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홍태림(<크리티칼> 발행인, 작가), 예술노동 뒤에 드리워진 검은 그림자

이 글은 현장의 목소리 혹은 현장 관찰자의 기록이라 할 만한 것이다. ‘예술노동 뒤에 드리워진 검은 그림자’는 예술장의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만이 아니다. 인정투쟁에서 생존자로 남고 싶은 예술가들이 열망이 그러한 제도와 관행에 적극적으로 공모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예술노동과 관련한 입장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뉠 수 있는데, 예술은 노동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입장, 예술과 노동을 동일하게 보는 입장, 마지막으로 노동은 예술을 가능케 하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라는 입장이 그것이다. 홍태림은 자신이 마지막 입장에 속해 있음을 털어놓으면서 예술노동에 대한 전적인 거부도 과도한 낙관도 갖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것은 그가 중도적 입장이어서가 아니라, 예술의 사회적 가치는 노동과 동일시될 수도, 완전히 단절되어서도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예술노동과 관련한 논쟁은 “동시대 속 예술이 도대체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에 관한 처절한 주관식 문제”일 따름이다.

 

이원재(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소장), 콜트콜텍기타를 만드는 노동자들을 위한 연대의 노래

이 글은 정리해고에 맞서 3213일이라는 최장기 투쟁을 벌이고 있는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들과 예술가들이 어떻게 연대하며 지금까지 왔는지를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다. 그는 콜트콜텍 예술행동이 “단순한 예술가들의 참여를 넘어 미학적으로도, 예술의 전문성이나 수월성의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한 사건들을 창출해냈”고, “콜트콜텍기타 노동자운동의 예술행동은 기존의 사회적 이슈 기반의 예술행동과는 같지만 또 다르게 커뮤니티 기반형 예술행동으로서의 창작과 공유의 경험을 축적”했음을 강조한다.

<좌담> 이원재, 김준기, 송경동, 이광석 예술노동과 예술행동을 둘러싼 사회적 의미와 흐름에 대하여: 예술노동과 예술행동은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이 좌담에서는 예술노동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의 문제에서부터 예술노동과 예술행동의 관계, 향후 예술노동과 예술행동을 둘러싼 쟁점들이나 제안 등에 대해 풍성한 의견들이 오고 갔다. 그 가운데 가장 인상 깊게 들린 이야기는 “동네 예술가로서 살아나가는” 지역화 전략(김준기)과 “다른 세계 자체를 꿈꾸는 행동들”(송경동)이 여전히 함께 필요하다는 마무리 발언이었다. 자신이 뿌리내린 지역 커뮤니티에서 예술가로서 살아가되 지구적 차원에서 상상하고 행동하는 삶. 그것이 예술노동과 예술행동이 만나는 지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과학사 전화: 335-0461/팩스: 334-0461 e-mail: transics@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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